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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장편소설-천사는 웃는다

엄마의 편지
2010년 03월 10일 15시 25분  조회:2603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엄마의 편지

군이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전화나 메일로 너하고 이야기를 할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이기기를 하기엔 너무도 아름찰것 같아서 이렇게 필을 들었다.
군이야, 올해 너, 열네살이지? 어쩜 인젠 엄마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눌수도있을것 같아서 이 편지를 쓰기로 결심을 내렸단다. 엄마에 대해서, 아빠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가정에 대해서 말이다.
엄마가 한국에 나온지도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이 3년사이 엄마는 어느 한시도 군이를 잊은 적이 없단다. 잠이 오지않는 밤이면 내내 군이 생각으로 눈물을 흘리구, 자기 몸조차 가늠하기 바쁜 아침이면 또 군이 생각에 용기를 내서 자리를 차고 일어난단다. 군이는 정말 엄마가 살아가는 전부의 의미란다. 이처럼 금쪽같은 우리 군이를 감히 아버지에게 맞겨놓고 여기로 올수있은것은 엄마가 그만침 아버지를 믿고있었기 때문이였단다.
하지만 얼마전 엄마는 인편에 정말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들었구나. 어떻게 너하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요즘 엄마는 정말 마음속의 기둥이 송두리채 뽑혀져 나가는듯한 아픔을 겪고있단다.
무었때문일가? 그래 아빠 때문이야! 엄마는 한국에서도 가끔 인편에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거든, 비록 어른들의 일이여서 우리 군이는 두서를 잘 분간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엄마에게는 그 소문들이 얼마나 큰 타격인지 모르겠구나.
아빠를 믿지못하게 된거지. 엄마가 없는 사이 아빠는 엄마의 믿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있었던거야, 군이야, 믿음이란 무엇인지를 알고있지? 그래, 믿음이란 사람과 사람이 시름놓고 살아갈수있는 기초돌이란다. 믿음이 없어지면 결국 상처만 남게되겠지.
참, 쉬운 말로 군이하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군이는 여기까지 읽고 편지를 잠간 책상우에 내려놓았다. 엄마의 편지를 읽으며 우리 가정에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것을 직감할수있었다. 하지만 구경 아버지에게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는 제대로 알수가 없었다.
군이는 조용히 일어나 객실로 나갔다.
시계는 벌써 아홉시를 향해 달리고있었다.
(오늘도 늦어지는구나.)
군이는 중얼거리며 무너지듯 쏘파에 내려앉았다.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가? 무엇때문에 엄마는 전에 없이 불안해하실가? 엄마에게서 갉아간다는 그 믿음이란 무엇을 의미할가?)
생각할수록 머리속이 복잡해났다. 그럴수록 아버지의 늦은 귀가가 불안스러웠다.
사실 아버지는 일때문에 늘 밤늦게 귀가를 했었다. 인젠 습관이 되다싶이했지만 그래도 이 시간쯤 되면 군이는 늘 근심이 앞섰다. 얼마전에도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어데선지 모르게 돈지갑이며 핸드폰을 날려버렸던것이다.
이튿날 아침, 술기운이 가셔지자 아버지는 혼자서 속앓이를 했다.
<<허참, 그게… 정말 생각이 안나네…>>
<<뭐가 생각이 안나세요?>>
<<아니다, 참 이상하네.>>
그날 저녁 돌아온 아버지의 허리춤에는 새 핸드폰이 걸려있었다.
<<샀어요? 핸드폰!>>
군이가 따져물어서야 아버지는 어제밤에 술을 마시고 돈이며 핸드폰이며를 잃어버린 얘기를 해주셨다.
<<정말 생각이 안난단 말이다. 아버지도 인젠 늙어가나봐, 술도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잃어진것을 모르니… 참!>>
<<인젠 술 적게 마셔요. 핸드폰이 얼마나 비싼데… 글구 나쁜애들이 전문 술취한 사람을 강탈한다구, 지난번에 텔레비죤에서 말합디다.>>
<<그래 알았다. 자식, 다 컸네.>>
아버지는 사람좋게 허허 웃으며 군이의 머리를 쓱 쓸어주었다. 군이는 쑥스러운듯 그러는 아빠의 손을 피해 머리를 외로 탈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한국에 가신후, 아빠도 많이 수척해진것 같았다. 늘 벌겋게 충혈되여있는 아버지의 눈을 보며 군이는 아버지가 안스럽게 생각된적이 한두번이아니였다.
……
군이야, 엄마로 생겨서 이런것을 직접 너에게 물어보기도 힘들구나. 하지만 우린 가족이 아니냐? 제대로 한번 생각해 봐라! 아버지의 행동에서 이상한것을 발견한적은 없니? 이를테면 아버지의 몸에서 향수냄새가 난다거나,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신 날, 엉뚱한 잠꼬대를 한다거나 하는것 말이다. 글구 아빠가 너에게 뭔가를 속인다는 느낌은 든적이 없었니? 이러한 것이 엄마로하여금 아빠에 대한 믿음을 앗아가게 하는구나.
……
군이는 엄마의 편지를 읽어갈수록 가슴이 답답해나서 덮쳐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사실 엄마의 말대로라면 아버지는 맨날 의심스럽기만 했다. 일이있어 늦어지는 날이 한달에도 십여일은 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늦게 들어오시는 날, 아버지의 손에는 늘 빵이며 과일이며 하다못해 아이스크림이라도 들려있었다.
<<우리 군이 불쌍해서 어쩌지. 오늘 저녁도 라면을 먹은거니?>>
아버지께서 늦게 돌아오시는 날은 대개 이런 말로 대화가 시작되였다.
<<지난번에 시를 발표해줘서 감사하다고 작자가 저녁초대를 한거야.>>
<<그래서 함께 술을 마셨죠? 됐어요. 쉬세요.>>
대화는 대개 군이의 짜증섞인 대답으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군이의 우상이였다. 잡지사의 편집이고 작가라는 점이 군이가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를 내세울수있는 큰 자랑거리가 되였던것이다. 군이는 심심할 때면 아버지가 발표한 글들을 꺼내 읽기도 했다. 그런 영향때문인지 군이도 글쓰기를 무척 좋아했다. 벌써 세편의 작문이 소년아동간행물에 발표되였던것이다. 첫 작문이 발표되던 날, 아버지는 매우 기뻐하시며 군이를 데리고 나가 양고기뀀을 사놓고 콜라를 따주면서 축하를 해주었다. 군이는 그러는 아버지가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그리고 늦게까지 일을 하고 술을 마실수있는 작가아버지가 되려 멋져 보였었다. 하기에 군이는 한시라도 아버지의 늦은 귀가를 의심해본적이 없었다.
(구경 아버지는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실가?)
엄마의 편지를 받은 오늘, 군이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늦은 귀가를 두고 심각하게 생각을 굴려보게되였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여 가고있는 걸가? 내가 정말 아버지를 너무도 모르고있었던것일가?)
이런 생각이 머리를 쳐들자 군이는 아버지의 세계를 엿보고싶어졌다. 군이는 쏘파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침실로 향했다.
아버지의 침대머리에 놓여진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히 담겨진대로있었고 여지저기에 벗어놓은 옷들이 어지럽게 뒹굴었다. 책상우에는 보다가 만듯한 잡지가 펼쳐진대로있었다. 군이는 잡지에 눈길을 주었다. 한족글로 되여서 뜻은 다 알수 없었지만 대개 스포츠잡지인것 같았다. 군이는 그 잡지를 제자리에 놓은후 다시 두리벙두리벙 눈길을 돌렸다. 혹시 아버지가 써놓은 일기같은것이라도 발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것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어쩜 책상서랍에 일기책 같은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랍은 잠겨져있었다.
군이는 김빠진 뽈처럼 맥이 빠져서 다시 자기의 침실로 넘어왔다.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수 없었다. 군이는 다시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달이 없는 밤하늘에서 뭇별들이 총총히 빛을 뿌리고있었다. 군이는 창문넘어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어느 땐가 시골 할아버지네 집으로 갔을 때, 별바다를 가리키며 누구나 하늘에 별자리를 하나씩 가지고있다고 흥미진지하게 별나라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렷이 떠올랐다.
(나의 별은 어느 쯤에 있을가?)
군이는 자기의 별을 찾아 갑갑한 마음속 사연을 속삭이고 싶었다. 군이는 창턱에 팔굽을 고이고 서서 별을 세기 시작했다.
별하나, 별둘, 별셋, 별넷, 별다섯…
여기까지 와서 군이는 피씩 웃어버렸다. 감상에 빠져 별을 세는 제 모습이 마치도 유치원에 다니는 개구쟁이들 만침이나 천진하게 생각되였던것이다.
<<참, 가지가지 하네.>>
군이는 중얼거리며 컴퓨터 곁으로 다가가서 전원을 꾹 눌러켰다. 찌릉찌릉~ 잠간 전류가 흐르더니 어느새 모니터가 밝아졌다. 이어서 유채꽃이 노오랗게 피여난 아름다운 벌판에서 예쁜 소녀가 꽃놀이를 하는 그림이 펼쳐지며 컴퓨터의 해당 메뉴들이 얼굴을 들어냈다. 군이는 마우스를 돌려 메신저를 클릭했다. 밤이 깊었는데도 학급친구 몇이 올라있었다.
<<가냘픈진달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 좋은 밤~
- 그래, 좋은 밤~
<<갸냘픈진달래>>는 미림이의 아이디였다. 꽃은 비록 작고 가냘퍼보이지만 엄동의 추위를 이겨내고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진달래라며 미림이는 자기를 진달래에 비유하고싶다고 했다.
<<갸냘픈진달래>>가 계속 말을 보내왔다.
- 너 엄마편지 받구 흥분해서 못자는 거지?
- 아냐.
- 그럼?
- 멀라(몰라).
- 엄마보구싶어?
- 아니,
- 거짓말! 너 엄마편지보면서 우는 모습이 상상된다.
- 아니라니까!
- ㅋㅋㅋ 너, 엄마 좋니? 아빠 좋니?
- 유치하지 않아? 그 물음이?
- 유치하다고 생각해?
- 그럼,
- 난 아빠가 없어서 그런 생각조차 못하고있는데, 넌 그렇게 물어보는 것 마저 유치하다구? 정말 배부른 놈이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몰라주는 식이네.
- 뭐? 너, 아빠가 어째 없는데? 너의 아빤 미국에서 돈을 잘 벌고 계시잖니? 뉴욕항의 리버티섬에서 자유녀신상과 함께 산다며?
- 뉴욕? 정말 멋진 곳이지. 아, 자유의 녀신이여! 소녀의 마음을 아시나이까?
- 야~ 너, 오늘 달나라에 갔다 왔니??
- 달나라?
- 제법 시인같아 보여서 그런다. 달나라에 가서 시짓는 법을 배우고 왔나해서, ㅋㅋㅋ
- 오~ 난 원래 달나라에서 온 사람이거든,
- 쳇, 불기는…
- 그렇지, 넌 내가 분다고 생각될테지.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나만의 큰 비밀이있거든.
- 너만의 큰 비밀? 어떤건데? 말해줄래?
이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미안, 아버지가 오셨나 봐, 랠 보자! 그때 너의 비밀을 이야기해줘라!
- 그래, 좋은 꿈 꿔!
- 88
군이는 메신저를 눌러 끄고 객실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가 아버지께서 신을 벗고 계셨다. 손에는 큼직한 바나나 한송치가 들려있었다.
<<바나나다. 우리 군이 군것질을 하고싶었지? 가져다 먹어라.>>
말씀을 하시는 아버지의 입에서 술냄새가 확확 풍겨나왔다. 군이는 아버지곁으로 다가가 일부러 아버지를 부축했다. 아버지는 그러는 군이의 머리를 쓸어주며 입을 열었다.
<<군이야, 미안~ 아버지가 또 늦었네.>>
<<아뇨~>>
군이는 별일이 없다는듯 짧게 대답을 하며 일부터 아버지의 웃옷에 코를 가져다댔다.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되였다. 하지만 아까 엄마의 편지를 받은후 반사적으로 취해지는 이런 행동은 도무지 걷잡을수 없었다.
<<군이야, 저녁엔 뭘 먹었니?>>
<<그냥 있던 걸루요.>>
<<쯧~ 닭알이라도 튀겨서 먹지 그랬어.>>
<<아버지, 오늘은 왜 늦었어요?>>
<<다음 달 원고토론을 끝내고 편집실선생님들 하고 한잔 했지. 왜? 그 새 아버지가 보구 싶었어?>>
말씀을 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무척 밝아보였다.
<<아뇨, 아버지, 좀 일찍 일찍 다니면 안돼요?>>
<<어? 너 오늘은 웬 일이냐? 아버지가 괜히 미안해지자구 그러네. 너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이있은건 아니냐?>>
아버지께서 놀랍다는듯 군이를 바라보았다.
<<아뇨, 그냥 해보는 소리예요.>>
군이도 당돌한 자기의 말이 이상하게 생각되였던지 얼굴을 붉히며 뒤말을 끊어버렸다.
<<그래, 우리 군이에게 별일이 있을수 없지, 군이는 착한 동지니까.>>
아버지는 롱담기섞인 목소리로 말씀을 하시며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다가 무슨 생각이 나셨는지 군이의 침실로 발걸음을 고쳤다.
<<보자, 우리 군이 오늘 뭘 하고있었나.>>
순간 군이는 깜짝 놀랐다. 책상우에 있는 엄마의 편지가 생각났던것이다.
<<아버지!>>
군이는 급하게 아버지를 부르며 침실로 뛰여들어갔다. 아버지의 눈길이 벌써 엄마의 편지에 가있었다.
<<어? 웬 편지? 엄마가 보낸거야?>>
<<아뇨!>>
군이는 급히 편지를 걷어서 손에 쥐였다.
<<엄마의 편지가 옳지? 보자, 뭐라구 썼는가?>>
<<아니라니까요!>>
<<보자니까, 아버지의 문안두있는거지?>>
아버지가 손을 내밀어 편지를 나꿔채려고 서둘렀다.
<<왜 이래요? 아니라는데!>>
군이는 너무나 굳어진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이 자식이, 소리는 왜 질러?>>
<<아니라니까요? 왜 그래요? 뭘 보자는거예요? 아버지가 뭘 볼게있어요?>>
<<그 자식, 오늘 정말 이상하게 구네.>>
예상밖으로 예민해있는 군이를 이상한듯 바라보며 아버지는 기분상한 모습으로 자신의 침실을 향했다
군이는 사라져가는 아버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속으로부터 뭔가 욱~ 올리미는 감을 느꼈다. 그게 어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축 처진 아버지의 어깨가 측은하게 안겨오는것을 보면 불만만은 아닌것 같았다. 그게 어쩜 아버지에 대한 련민이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련민이라고 하기에는 또 너무나도 감정적인것들이 많이 섞여있는듯싶었다.
군이는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산란스러워났다.
엄마가 한국에 가신후 엄마에 대한 그리움만 빼면 군이는 지금까지 오늘처럼 머리 아프게 뭔가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도 생활상에서나 감정문제에서 복잡하게 얼키는 일이 별로 없었다. 다른 애들이 사춘기랍시고 담배를 피우고 부모나 선생님과도 엊장을 뜨면서 힘겹게 놀아도 군이는 그냥 이웃집 잔치 구경하듯 피식 웃으며 지나보내군했었다. 그래서 군이는 늘 자신을 심리소질이 꽤나 좋은 편이라고 믿고있었다.
하지만 생각지않던 엄마의 편지 한통이 자신을 이처럼 곤혹스럽게 만들어놓을줄은 군이도 생각지못한 일이였다.
군이는 밑둥잘린 나무처럼 침대에 쓸어졌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썼다. 참으려고 해도 말못할 설음이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소리내여 울고싶었다. 아니 금방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
눈물이 꼴독한 눈가에 엄마의 얼굴이 아렴풋이 비껴왔다. 엄마는3년전 떠날 때보다 볼품없이 야위여있었다. 그 시각 엄마는 서울의 어느 작으마한 식당 뒤울안에서 때자국이 흐르는 수건으로 눈굽을 찍으며 흐느끼고 계셨다. 무시로 오르내리는 엄마의 가냘픈 두 어깨는 그동안의 고통과 설음을 하소연하며 <<군이야~ 아들아!>> 하고 애절하게 웨치는듯싶었다.
<<엄마!>>
군이는 목구멍이 꺽 메여오는 감을 느끼며 조용히 엄마를 불렀다. 못견디게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군이는 이불을 차고 일어났다. 허둥지둥 엄마의 편지를 다시 찾아들었다.
……
군이야: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일 소중한것이 무엇인지 알고있니? 엄마는 한국에 와서야 알게되였단다. 그게 바로 가족이였다. 기쁠 때 첨으로 마음속을 찾아오는 이도 가족이였고 엎어졌을 때 일어나라고 용기를 주는 이도 가족이였다. 우리는 소중한 것일수록 지킬줄 아는 사람이 되여야 한다. 이 세상에는 한순간의 유혹을 못 이겨 가족을 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단다. 이럴 때 누군가가 그들을 유혹에서 건져내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이끌어 줘야 한단다.
군이야, 너에게 너무나도 벅찬 일인줄 알면서도 엄마는 말하고 싶구나.
우리 함께 우리 가정을 지켜보자고…
편지는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편지가 남겨주는 여운은 너무도 크게 군이의 마음을 울리고있었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이 가정을 지켜내야 하는거야. 그 누구도 우리 기정에 불행을 가져오지 못하게 꿋꿋이 지켜내야 하는거야. 하지만 내가 우리 가정을 위해서 무엇을 할수 있을가? 아버지를 엄하게 감시하는게 과연 내가해야 할 일일가? 그래, 어느 날 기회를 잡아서 아버지와 참답게 대화를 나눠 봐야겠다! )
군이는 이 가정을 위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를 아렴풋이나마 알것 같았다. 군이는 엄마의 편지를 차고차곡 접어서 서랍에 넣고는 자물쇠를 꼭 잠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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