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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냄새
2010년 03월 11일 07시 10분  조회:1184  추천:0  작성자: 동녘해
당신의 냄새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노래처럼 듣는 안해의 “아이고타령”을 잔치판에 흐르는 소리만침이나 당연한것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일이 있어 늦어진다구.”하고 전화하면 안해도 “술 적게마셔요.”하고 막내아들 어루듯 한마디 하면 고작이였다.
이만침 나는 나의 가정생활이 물에 물탄듯 내내 미지근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 어떤 격정도 그 어떤 원망도 없이 그저 이렇게 보내는것이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평범함 속에서 어느 날, 나는 작은 감동을 받은적이 있다.
석달에 걸친 로신문학원에서의 학습이 바야흐르 끝나가던 지난 8월초, 안해가 말미를 맡고 북경으로 들어오겠다고 기별이 왔다. 주숙이라도 면비로 할수 있는 기회라 북경구경 하고싶으면 들어오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니나 다를가 안해가 큼직한 려행용가방을 끌고 북경역에 나타났다. 홈에 마중을 나간 나를 보고 안해가 “힘든데 여기까지 왜 들어왔습니까?”하고 역시 판에 박은듯 한마디 했다. 나도 그저 벙긋 웃는것으로 대답을 가름하며 빨리나가자고 재촉했다.
그날 밤, 침대에 올라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안해가 입을 열었다.
“전번 날, 어머니가 글쎄 당신의 베개를 씻어버리지 않았겠습니까?”
“돌아갈 때가 되니 사위 맞을 준비를 했나 봐.”
언제나 딸을 위해 뭔가를 해주지 못해 애쓰시는 장모님을 그려보며 내가 감사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어찌나 아쉽던지...”
“아쉽다니? 뭐가?”
안해의 뜻밖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라며 다잡아 물었다.
“누군 뭐 씻을 줄을 몰라서 안씻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베개에서 풍기는 당신의 냄새를 맡으면 그런대로 잠이 잘 오기에 당신이 올 때까지 그 냄새를 남겨두자구 안 씻고있었는데....”
안해는 역시 담담하게 말하고있었다.
“아하, 살다보니 이런 말도 다 듣네!”
나는 너스레를 떨며 허허허 웃었다.
안해는 곱게 눈을 흘기며 나의 어깨를 꼬집고는 등을 돌려버렸다.
그 밤이 있은 후로 나는 가끔 나에게 작은 감동을 주던 안해의 그 말을 떠올리군 한다.
안해를 잠들게 했다는 “당신의 냄새”란 과연 어떤것일가?
말없는 속에서 “당신의 냄새”를 찾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안해도 우리 가정생활이 물에 물탄듯 내내 미지근하다 생각하고있을가?
그렇다. 나는 아니, 우리 모두는 번다한 일상만 탓하면서 나를 잠들게 하는 “당신의 냄새”를 찾기에 퍼그나 린색한것 같다.
좀 더 느긋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나를 잠들게 하는 “당신의 냄새”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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