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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미소
2010년 03월 11일 07시 14분  조회:1234  추천:0  작성자: 동녘해



달콤한 미소

나는 6시 40분이면 정류소에 나와 차를 기다리지만 렴치없는 고객들이 밀치고 닥치고 떠박지르며 차에 오르는바람에 언제나 한차례 또 한차례 뻐스를 놓지다가 겨우 7시에 떠나는 뻐스에 오르기가 일쑤이다.(참 질서가 말이 아니구나, 모두가 나만치만 자각적이라면은 이 정도가 아닐텐데...)제딴엔 문명스럽다고 자처해오는 나는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것이 버릇이 되였다. 그렇듯 신고스레 차에 올라도 앉을자리는 영 나와 인연이 없는일, 하냥 짤막한 몸뚱이를 치살려서 손잡이를 잡아쥐고 차에 매달려간다.그때면 늘 내옆에 서있는 한 소년이 보인다. 나이는 17세 안팍, 호리호리한 키에 해맑은 얼굴, 그리고 부리부리한 쌍까풀눈, 귀여운 소년의 부드러운 체취가 물씬 풍긴다.소년은 언제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톰한 입술을 꼭 다물고 두눈을 깜빡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고있다. 뻐스안의 소음에는 전혀 감각이 없는듯한 모습은 어쩌면 도고해보이기까지 했다.나는 차츰 그 소년에 대해 주의를 가졌고 나아가서는 귀여워하기 시작했으며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듯이 하루라도 못보면 (웬 일일가?) 하는 일종의 근심까지 앞섰다.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 원인이라면 나로서는 소년의 사색을 깨우고싶지 않아서였고 그 소년은 아예 왼곬으로 통하는 나의 심사를 알지못할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가 되랴! 나는 그에게 소리없는 속에서 믿음을 주었고 그처럼 귀여운 소년이 있는 것으로 하여 위안을 느끼기도 했었다. 지어는 겸손하지 못하게도 저 같은 소년이라면 학교를 졸업한후에도 나처럼 머리한구석에 문명이라는 두 글자를 간직하고 있을것이라 제나름으로 생각하기까지 했다.하지만 그날 그 사연은 소년보다 년장자라고 자처해오던 나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게 했다.그날도 여느날처럼 인파에 치달려 서시장역까지 오니 뜻밖에도 차안이 횡뎅그렁할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내려섰다. 하여 나의 옆에도 소년의 옆에도 빈자리가 났다. 오래간만에 만난 기회였다. 나는 더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내옆에 난 빈자리에 덜렁 들어앉았다. 차밖에서 올라오려고 밀치고 있는 고객들보다 선손을 쓴것이였다. 그러나 소년은 여전히 도톰한 입술울 꼭다물고 쌍가풀눈을 깜박이며 손잡이를 잡은채로 서있었다.(미처 생각이 돌지못해서일가?)나는 내일처럼 급하게 느껴지면서도 체면을 지키느라 “으흠”건가래를 떼는 것으로 소년에게 귀띔했다. 하지만 소년은 여전히 묵묵부동 도고한 자태였다.왜서일가?이상스러웠다.드디여 손님들이 오르기 시작했다.몸집이 실팍한 저 아주머니는 함께 밀치지말고 천천히 오르면 좋으련만... 점잖게 근시안경을 건 저 선생님은 앞에 몸집좋은 아주머니를 밀지날고 사양하면 좋으련만...)이렇게 속생각을 하고있을 때 할머니 한분이 어린애를 업고 내옆에 와섰다. 어쩌다 차려진 자리를 내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떻게 하랴! 나는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려고 일어섰다. 할머니는 앉으면 어린애가 울어서 앉지않으련다고 했다.“고맙소, 고맙다니까...례절이 밝기루 조련치 않구만.”앉지않으면서도 아낌없는 찬사였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얼굴에 쑥스러운 웃음을 띄울 때 한 40대의 사나이가 어린애를 안고 내옆에 와 섰다.(나는“례절밝기로 조련찮은” 젊은이가 아닌가?) 나는 속으로 자신을 웃으며 또 일어나서 사나이에게 자리를 양도했다.“고맙소, 고마와요” 사나이도 그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얼굴이 붉어졌다. (멀지않은 거리를 아예 서서 갔더라면...)이렇게 생각하자 자리에 앉았다가 할머니께 자리를 양도한것도 또 앉았다가 사나이에게 자리를 내여준것도 “고맙다”는 말을 듣기위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을 어쩔수없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옆에 있는 빈자리에 앉지않은 그 웅숭깊은 속궁리도 알것만 같았다. 말없는 속에서 진행된 소년과의 대화!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소년의 앞에서 년장자라고 자부해본 스스로가 하찮게만 느껴졌다. 나는 눈길을 소년에게 돌렸다. 나의 눈길은 소년의 부리부리한 눈길과 부딛쳤다. 그 시각 소년은 해맑은 얼굴에 담담히 피여난 달콤한 미소를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웅숭깊은 소년의 진정이 차안에서 꽃으로 피는 듯 싶었다.나는 더없이 흥분되였다.선조들이 키워온 인정의 꽃을 고스란히 가꿔가는 이런 새 세대가 있는 한 우리 민족은 희망이 있는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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