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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하얀 손수건
2010년 03월 11일 07시 33분  조회:2247  추천:0  작성자: 동녘해



 

하얀 손수건


빨간 피가꽃처럼 피여있는 그 하얀 손수건을 볼 때마다 나는 한 소녀를 그리군 한다.
내가 여덟살나던 해의 꽃피는 계절이였다. 온 오전 내가에 가서 놀다가 오니 비여있던 이웃집에 이사군이 와있었다. 검붉은 색이나는 낡은 농짝이며 보자기에 싼 이불이며 옹기종기 묶은 사발짝이며가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이사온집 식구들은 그 짐들을 집으로 날라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호기심이 동해서 삽작문밖에 앉아 땀을 흘리며 짐을 나르는 이웃집 식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엄마, 다 주어모았어요.”하는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그 목소리의 임자가 내또래의 녀자애라고 단정했다. 나는 흘끔흘끔 그쪽에 눈길을 돌려 목소리임자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어데서 나는 소리인지 목소리임자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 어데 있어요?”
챙챙한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나무무지 뒤로부터 한 녀자애가 앉은걸음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손에 든 자그마한 바구니에는 노오란 콩알이 담겨져있었다. 아마 땅에 흘린 콩알을 주어모아가지고 오는 모양이였다.
“저 애는 왜 걷지 않고 앉은뱅이걸음을 할가?”
나는 의심스러워 혼자 중얼거리며 일어나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엄마!”
점심상을 차리던 엄마는 웬 일이냐는듯 일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이웃집에 이사온 녀자애는 왜 앉은걸음을 하오?” 그러자 엄마는 쯧쯧 혀를 차며 말씀하셨다.
“그 애는 앉은뱅이란다. 어려서 소아마비에 걸려 그렇게 되었단다.”
“양? 앉은뱅이라구? 그 애는 몇 살이라오?”
“아홉살이란다.”
“그럼 그애는 어떻게 학교에 가오?”
“변소출입도 겨우하는 애가 학교에 어떻게 가겠니?”
“엄마, 그 애가 참 불쌍하지?”
나는 그애를 진심으로 동정했다. 그날 나는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른다. 웬 일인지 눈앞에 그 녀자애의 가냘픈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밥술을 놓기 바쁘게 또 삽작문밖에 나가 앉았다. 그 녀자애가 밖으로 나오지 않을가 하는 기다림에서였다. 이웃집 출입문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손에다 콩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몸을 옮기던 녀자애의 모습이 또다시 머리에 떠올랐다.
(야~ 그 애에게 날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그러면 학교도 마음대로 갈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굴리고있는데 문소리가 나더니 그 녀자애가 밖으로 나왔다. 나는 가슴이 콩콩 뛰였다. 나는 그 녀자애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앉은걸음을 하는 녀자애의 얼굴은 갓 망울을 터친 함박꽃마냥 예뻤다. 녀자애는 출입문옆의 퇴마루에 앉았다. 녀자애는 나를 보지 못한듯 머리를 갸우뚱하고 손으로 고양이잔등을 쓰다듬어주고있었다. 그 장면은 마치도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았다. 나는 저도모르게 그 녀자애한테로 다가갔다.
“얘, 넌 고양이를 좋아하니?”
나의 당돌한 물음에 녀자애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다.
“야~나도 고양이를 귀여워한다. 우린 같구나!”
“정말?”
“응! 넌 왜 고양이를 좋아하니?”
“건 고양이가 약빠르기 때문이지!”
“그럼 새들이 더 좋겠구나, 새들은 마음대로 훨훨 날아다니는게 더 좋지 않니?”
“아니야, 난 새처럼 날아볼 생각은 여태껏 못해봤단다.”
“왜서?”
“......”
녀자애는 나를 쳐다보며 해쭉 웃었다. 하지만 나는 녀자애가 무었때문에 대답하지 않는가를 생각지도 않고 기어코 캐여물었다.
“얘, 넌 어째서 새처럼 훨훨 날 생각을 안하니?”
“난 앉은뱅이야. 다리가 성한 애들이야 새처럼 훨훨 날 생각을 하겠지. 난 그저 이 다리를 고쳐가지고 고양이처럼 뛰여다닐수만 있어도 좋겠다.”
나는 녀자애의 말에 일시 뭐라고 대답을할수가 없었다. 너도 앞으로 새처럼 날수 있을거라고 위안의 말이라도 한마디 했더면 얼마나 좋았으랴! 하지만 미처 이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앉은뱅이 콩콩, 절구방아 찧는다!”하는못된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녀자애는 동시에 머리를 들어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개울 저쪽 골목길에서 철규와 성삼이가 우스운 동작을 하며 소리치고있었다. 나는 녀자애가 더없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남을 모욕하는 철규와 성삼이가 더없이 미웠다.
“흥, 너희들은 량심이 있니?”
“히히, 우습다야, 넌 왜 계집애 편을 드니?”
“그렇다고 놀려주면 그 애 마음이 좋겠니?”
“너하구 무슨 상관이냐? 히히... 너, 저 녀자애 하고 잔치하겠니?”
“야, 임마, 개소리 치지마!”
나는 어데서 그런 용기가 생겼던지 씽하니 개울을 뛰여넘어가 철규의 코등에 주먹을 안겼다.
“야, 이 새끼, 정말이야?”
철규와 성삼이는 마구 날치며 나를 때렸다. 나는 몹시 얻어 맞았다. 나의 코에서는 뻘건피가 뚝뚝 떨어졌다. 녀자애가 나를 향해 앉은걸음으로 엉기엉기 다가왔다.
우리는 개울을 사이두고 마주섰다. 녀자애는 타는듯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길에서 나에 대한 그애의 고마움을 읽을수 있었다. 나는 개울을 훌쩍 뛰여 건너갔다.
“너의 낯에 온통 피구나. 여기 개울물에 얼굴을 씻자.” 여자애로 앉은채로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절로 씻지 뭐! 그 애들은 나쁜놈이야. 우리 엄마도 남을 업신여기는 애는 나쁜 애라구 했어.”
나는 개울물에 푸푸 소리내며 얼굴을 씻었다. 녀자애가 하얀 손수건을 꺼내여 나의 귀등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물었다.
“아프지?”
“아니, 조금도 아프지 않아.”
“거짓말!”
“정말이야, 남자대장부는 피는 흘려도 눈물은 흘리지 않는대.”
“그럼 넌 남자대장부니?”
“그럼! 난 후에도 널 보호주겠다.”
“얘, 정말 고맙다! 자, 이 손수건을 너한테 준다.”
녀자애는 하얀 손수건을 내앞에 내밀었다. 나는 인차받지 않고 머뭇거렸다.
“가져라, 여기엔 너의 피가 묻어있다.”
그 말에 나는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아니나다를가 하얀 손수건에 빨간 피가 매화꽃처럼 피여있었다.
“야~ 이 피는 꽃같구나!”
나의 환성에 녀자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래 너의 마음씨가 꽃같지 않니? 호호호...”
“엉? 내 마음씨가 꽃같다구? 히히히...”
우리는 함께 손수건을 바라보며 까르르 웃음을 날렸다. 달콤한 웃음소리는 돌돌 흐르는 개울물에 동동 실려서 저 멀리로 흘러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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