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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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 졸수 백수
2018년 08월 30일 10시 30분  조회:2392  추천:0  작성자: 장경률

미수, 요약하여 설명하면 인간의 나이 88세를 일컫는 말로서 흔히 쓰는 일본식 조어(造語)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인들은 장수에 관심이 많아 66세의 경우에는 ‘아름다울 미(美)’를 써서 미수(美壽), 77세의 경우에는 ‘기쁠 희(喜)’를 써서 희수(喜壽), 99세의 경우에는 ‘흰 백(白)’을 써서 백수(白壽) 등으로 표기하는데 이들은 모두 초서(草書)와 파자(破字)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나이를 일컫는 한자용어는 10대  충년(沖年), 15세가 지학(志學), 20세가 약관(弱冠), 30세가 이립(而立),  40세가 불혹(不惑),  50세가 지천명(知天命),  60세가 이순(耳順), 70세가 고희(古稀) 혹은 종심(從心),  77세가 희수(喜壽),  88세가 미수(米壽), 99세가 백수(白壽), 100세가 상수(上壽), 그 후는 기원지수(期願之壽)로 더 부르지 않았다.

우리 민족은 항간에서 그냥 88세가 미수(米壽), 90세가 졸수 (卒壽), 99세가 백수(白壽), 100세가 상수(上壽), 그 후는 기원지수(期願之壽)로 더 부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병건강장수를 기원하는 의미, 그것만은 만천하가 동일한 것인가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의학의 눈부신 발전의 혜택으로 80세, 90세 100세라는 희망이 인제는 현실로 되고있는 것이다. 그제날 사람들은 누려보지 못한 건강과 장수를 향수할 수 있게 되였다. 로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로령인구는 늘어나고 늙은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긴 삶을 살 수 있게 된것이다. 자신의 야망을 실천해가는 젊은 시절, 왕성한 의욕으로 일을 하면서 리상을 현실화해가고 있는 장년 시절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것이 없다. 하지만 그에 반해 늘그막의 삶은 배로 늘어났다. 현대인간의 늘어난 삶의 대부분은 늘그막삶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론이다.

이처럼 늘어난 삶을 한결 윤택지게 하고 참뜻을 부여하면서 질적으로 풍요로운 늘그막삶을 영위하자면 물론 여러가지 여건이 충족되게 마련되여야 함은 필수적이다. 자고로 ‘준비된 장수는 향락이지만 준비없는 장수는 불행이 다반사’라고 하였던가. 자식과 배우자를 포함한 타인에게 페를 끼치지 않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축복받을 만하다. 헌데 이런 준비할 여건중에서도 물론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건강과 체력 그리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기조건에 못지 않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신적 건강이다.

늙은이는 늙은이 다워야 한다. 그러자면 늘그막의 마음가짐이 특히 중요하다. 늙은이로서의 정신적 수양이 뒤받침되지 않는다면 세속적인 욕망에 찌든 삶을 살게 될 것인바 그러면 타인들로부터 존경은커녕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조선조 중기 평생 학문연구에 집념한 대학자 여헌 장현광(1554년-1637년) 선생은 <늘그막에>이란 글에서 ‘언어를 그치고 경영을 끊고 마음을 크게 비우고 사시에 맡겨야 한다.’고 하였다. 이 뜻을 풀이하면 늘그막에는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고 잡스러운 일을 줄여 심신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 잡념을 끊고 자신의 삶을 천지자연의 리치에 맡기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름답게 곱게 늙어가기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늙은이들은 “곱게 늙어간다.”는 말과 정반대로 가고 있어서 눈살이 찌프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건강한 체구를 련마하고 병치레 없는 삶을 영위하려는 그 뜻은 리해하지만 혹자는 무작정 자기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연길시 부르하통하와 연집강이 합치는 합수목, 연홍교부근에서 늙은이행렬에 갓 가입해보이는 로인 한분이 확성기를 잔뜩 높이고서 노래련습을 하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는 온 강 량안에 쩌렁쩌렁 울려펴져 소음이 따로 없었다. 물어보니 노래련습하면서 신체단련을 하는 겸 TV에서 조직하는 경연참가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조용조용하면서 제나름으로 자기에게 알맞게 자기심신을 련마하는 마당에서 유아독존이였다. 보다 못해 몇번 말렸지만 마이동풍격이였다. 결국 얼마 후 젊은이들의 괄시를 받으면서 ‘쫓겨’가고 말았다.

“멋 있는 늙은이는 늙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보통 ‘멋’ 하면 젊은이들의 점유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실상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로인들이 공중장소에서 진정 ‘로인답게’, ‘어른스럽게’ 처사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그 멋스러움은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돋보인다. 그런 멋 가운데의 중요한 내포의 하나가 바로 “공중장소에서 타인에게 페되는 행위를 하지 말자”, “매사에서 항상 어른스럽게 처사하자”는 등등이다. 로인들의 이런 멋스러움은 기대 이상으로 사회의 귀중한 정신적 재부로 남는 것이다.

연변일보 2018.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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