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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의 집념
장연하 연변일보 기자
어린 시절 여름철이면 농촌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수 있었던것이 바로 쇠똥구리의 작업현장이다. 쇠똥을 구을린다고 해서 쇠똥구리라고 불리웠는지는 몰라도 그 가냘픈 다리로 자기 몸집보다 몇배나 더 되는 큰 쇠똥을 자기 집으로 옮기려고 굴리고 끌고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 아닐수 없다.
쇠똥을 구을리면서 수많은 장애물을 경과하다 보면 어느사이 쇠똥은 둥근모양의 구슬처럼 변해버린다. 둥근모양이 되면 공처럼 잘 굴러가서 운반하기가 더 쉬운지는 몰라도 정작 문제는 비탈길을 오를 때이다. 거의 정상까지 끌어올린것을 아차 실수로 놓치기라도 하면 그것은 얼씨구나 빠른 속도로 비탈길을 굴러내려간다.
그런데 한가지 기이한 사실은 쇠똥구리는 자기에게서 너무나 많이 멀어져간 그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것이다. 힘들고 어려운것을 알면서도 쇠똥구리는 비탈길을 다시 내려가 또다시 쇠똥을 구을리면서 비탈길을 오른다. 이렇게 쇠똥구리는 자기가 성공할 때까지 이런 동작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끝내는 그 쇠똥을 자기 처소로 옮겨가는것이다.
쇠똥구리의 이러한 집념은 새날을 맞는 우리에게 성찰의 거울이 되지 않을수 없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꿈과 야망을 이루기 위한 삶의 계획과 방향 설정에 고심했을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한 조용한 도전도 이미 시작하였을것이다.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시작이 순조롭다면 확신과 자신감으로 들떠 있을수도 있겠지만 첫 출발을 알리는 시작부터 엉키고 매듭이 생길수도 있다.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먼저 찾아올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시작부터 달갑지 않은 일을 당할 때 즐거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즐거워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슬퍼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힘을 놓아버리거나 꿈을 포기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쇠똥구리의 집념처럼 기회를 잃어버리고도 다시 시작하여 기회를 얻게 된다는것은 더욱 보람된 일이 아닐가 생각한다.
좋은 기회, 주어진 시작과 출발을 놓치고 잃어버리는것도 문제지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놓쳐버린 기회로 인한 실망과 좌절로 다시 시작해볼 의욕마저 상실하고 체념하는것이다.
깜깜한 밤하늘 뒤에는 밝은 새날이 오고 폭풍우 뒤에는 해빛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다는것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우리는 정작 그 무서운 어두움과 폭풍우만 기억하고 상상하는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과 출발을 포기한채 현실에 안주하면서 오늘과 같은 래일을 반복하는것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현재성에 강한 인간의 어쩔수 없는 본능때문인지도 모른다
새해 아침에 다짐하고 고쳐 먹었던 아름다운 생각과 마음에 미치지 못하는 행동의 부끄럼움을 발견하면서 우리는 겸손을 배워야 한다. 또 똥을 구을린다고 비웃기만 했던 쇠똥구리한데서 우리는 집념을 배워 늦지 않는 출발과 도전을 또다시 시작해야 할것이다 .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이 해 끝자락에 섰을 때에는 무언가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활짝 웃을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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