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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수평관계
장연하 아리랑저널 주필
"춘향전"의 수많은 이본중에서 "이명선본"에서는 아주 생동하게 리몽룡과 방자와의 인간적인 수평관계를 보여주고있다.
광한루에서 첫눈에 춘향한테 반한 리몽룡이 날이 어두워지자 방자와 함께 춘향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 마음은 한시 급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방자는 아주 느긋하게 리몽룡한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도령님은 오늘 춘향이를 만나서 좋겠지만 이 비천한 몸은 나이 삼십이 다 되도록 떠꺼머리 총각으로 성도 이름도 없이 그저 이놈도 방자요 저놈도 방자요 하니 이 아니 슬프리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도령님과 통성명이 함이 어떻소?" 리몽룡이 흔쾌히 동의하고 성과 이름이 뭐냐고 묻자 방자는 "내 성은 원래 벽성(희귀한 성)이라 성은 아고 이름은 버지입니다"고 한다.
그렇다고 자기 하인을 아버지라고 부를수도 없고 리몽룡이 "에끼 이놈아, 무엄하구나" 하고 꾸짖으니 방자가 량반님들도 한입으로 두말 하냐며 초롱불을 끄고 달아나버렸다. 칠흑같이 캄캄한 밤에 방자가 없으면 춘향한테 한발자국도 갈수 없는 처지라 몽룡이 "이놈 방자야." 하고 수없이 애타게 불러도 방자는 대답이 없고 급기야 조급해난 리몽룡이 "아버지야, 아버지야" 하고 소리치자 방자는 그제야 능청맞게 "에이-" 하면서 나타났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꾸며놓은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횡적으로 본 나와 너의 인간적수평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소재라 할수 있겠다.
우정이나 사랑도 그리고 가정이나 사회도 너와 내가 섞이여서 우리라는 조화를 이룰 때만이 가능한것이다. 나와 너의 조화는 언제나 인격이 수평을 유지하는 횡적인 관계를 중요시한다. 나만 있고 너가 빠진 우리는 항상 아래우의 종적인 관계를 지속하며 이런 종적인 관계는 서로 리용하고 지배를 하는 쪽과 당하는 쪽이 있게 되여 사회의 또 다른 병페를 만들어내는것이다.
사회는 발전할수록 더더욱 나와너의 인간적수평관계가 중요시되고있다. 임무를 내리고 호소하고 감독하면서 모든 일에서 나만 있고 너는 없는 독단적인 자세로 일해나가는 지도자라면 인격적으로 존경받고 아래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훌륭한 령솔자로 되기에는 거리가 멀것이다. 회사의 상하급 관계에도, 집단의 령솔자와 일반 사람사이에도 인간적인 수평관계가 잘 유지된다면 업무능률은 배로 뛸것이고 집단의 응집력도 튼튼한 보루로 이어갈것이다.
올해 연길시 지도간부들이 발로 뛰는 공직자,봉사하는 출세자로 일하겠다고 한 이야기가 곧바로 인간적인 수평관계, 인격이 수평을 유지하는 횡적인 관계를 잘 구현한 또 하나의 착상이라고 생각되여 깊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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