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선배이면서 자매같기도 한 친구가 있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 흙이 게발린 신을 끌고 그의 집에 가도 허물없는 친구이다. 남편과 한바탕 다투고 무작정 집을 나와버리면 저도모르게 그녀의 집으로 발길을 돌릴수 있는 그런 친구이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것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도 잘 어울릴수 있는가며 리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기야 나와 그 친구는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이니 말이다. 내가 무엇이나 사람들앞에서 맺고 끊고하는 딱딱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그 친구는 소리없이 일을 마무리하고도 사람들앞에 내색하지 않은 따뜻한 사고방식을 가지고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사람사귀기를 좋하하는 나에 비해 그 친구는 사람사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하냥 말이 많은 나에 비해 그는 언제나 조용히 나의 말을 방청하는 편이다. 데면데면한 내가 불물을 가리지 않고 일을 벌려 놓으면 그 친구는 소리없이 뒤거두매를 해주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 생일들을 기억못했을때 그녀와 물으면 전혀 오차가 없다.
우리는 서로 아끼고 념려해주면서 서로 부러워하지도 또 꼬물만치의 허물로 질투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친구와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은 아주 많이 다르지만 서로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함께 기뻐하고 서로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위로가 돼준다.
조용하고 별로 말하기도 좋아하지 않는 친구지만 그 친구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용서하지 않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간혹 내가 허영심에 들떠 교만해지고 남을 깔보려는 기미가 보이기만 하면 그는 시간이 얼만큼 지나면 자동적으로 울리는 자명종마냥 나한테 경종을 울린다 "잘난체 하지 말라. 남의 칭찬을 너무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지금 꽃을 던지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돌을 던질지 모를 일이다"
단잠에 푹 빠졌을때 자명종의 알람소리는 5분이라도 더 자고싶은 욕망에는 지극히 성가시고 짜증나는 소리이다. 따라서 때로는 자명종을 던져버리거나 이불속에 처넣어버리고 몇시간이고 내처 잠을 잘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잠은 실컷 잘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 해야 할 모든 일들을 그르치고 말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자명종존재같은 친구의 일침을 그냥 흘러보낼수가 없다. 때론 한마디씩 하는 친구의 일침은 나의 정곡을 찔러 아프기도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도 나는 솔직히 말해서 친구의 일침을 좋아한다. 때론 좋은 나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듣기 싫어하는척 하지만 친구의 충고는 나의 편협한 생각을 좀더 넓게 해주고 많은것을 배우고 깨닫게 한다. 솔직히 나는 친구라는 사람들끼리 서로 비위를 맞추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꼬락서니는 보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친구라기보다 꼭 마치 무슨 공범자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앞에서 "막돼먹은" 나의 모든 모습을 낱낱이 "공개"하고 '회보"하면서 친구가 나의 정신상태를 파악하고 그 급소에 침을 놓아줄것을 바란다. 그 침이 비록 무섭고 아프기도 하지만 그 침을 통해 나는 굽혀있던 마음이 펴지고 불구와 같은 마음이 다시 건전해짐을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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