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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에게 바란다
조호길 중국중앙당학교 교수
이명박 당선자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주요 국정철학으로 강조하면서 탈이념,중도 실용노선을 추구한다고 하였고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실용정부를 표방하였고 대북정책도 제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한나라당은 선거운동기간 펴낸 정책공약집을 통해 “이후보의 국가경영철학은 경험적 실용주의에 토대를 둔것”이라며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성장과 복지, 시장과 정부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주의로 그 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당선자 또한 대선 투표일 100일을 앞둔 9월9일 회견에서 “과거지향적 이념세력을 미래지향적 실용세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선언한바 있다.
지난 몇 년간 이념갈등으로 겪었던 갈등을 해소하려는 이당선자의 의지와 목적은 충분히 읽을수 있고 또 공감한다. 그러나 한국이 기대하고 아세아가 기대하고 세계가 기대하는 내일의 한국은 실용주의만 가지고서는 안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은 이미 2만불시대에 들어서고 있고 국민의 선거로 정권을 평화롭게 교체하는 정치체제도 갖추면서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다른 일면 한국은 짧은 시일안에 경제근대화와 정치민주화를 갑작스레 실현하면서 심한 진통을 겪었고 또 현재도 겪고 있다. 그 진통은 바로 가치체계 마찰에서 오는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의 경제근대화와 정치민주화는 자연발생적인 역사과정이 아니였고 선진국의 전면적인 시범내지는 도전에 대응하여 선진국의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받아들여 본토화해오는 과정이였다. 이 과정에 서양의 용기(容器)문화, 규범문화들은 비교적 쉽게 수용되고 정착할수 있었으나 정치가치체계는 쉽게 정착할수 없었다. 민주정치의 제도적장치는 쉽게 이식될수 있었으나 그 제도적 장치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지향은 쉽게 또 빨리 정착될수 없었고 그로 인해 민주화과정은 심한 진통을 겪었고 오늘에 와서도 그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육식위주의 서양인과 초식위주의 동양인의 가치체계는 같을수가 없다. 육식동물은 공격적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힘으로 잡아야 생존이 유지된다. 육식동물은 또한 약육강식이다.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게 마련이다. 힘의 논리는 그대로 육식동물세계의 질서이다. 분산적인 육식동물은 힘의 논리로 질서를 구축하고 또 유지한다. 법이란 외부로부터 강요되는 강박적인 행위규범이다. 법으로 질서를 이루는 것이 법치라하겠다. 서양인들은 법위주로 질서를 이뤄왔다. 다수원칙으로 그 법을 만드는 방법과 과정이 바로 민주라할 것이다. 법을 만드는 기관은 국민의 대표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과 민주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것이다.
초식동물은 풀위주로 생계를 유지한다. 힘이 약한 초식동물은 뭉쳐있는 것으로 즉 군체생활로 안전을 도모한다. 초식동물들의 군체생활에는 그 나름의 질서논리가 있다. 권위와 도덕이 바로 그것이다.
동양인은 초식동물에 비유된다. 동양인은 공동체를 무어 군체생활을 해왔고 권위와 도덕으로 질서를 이뤄왔다. 법치를 중심으로 했던 진시황시대는 단명에 끝났고 덕정(德政)과 왕도(王道)로 질서를 잡았던 중국의 역대 왕조는 장치구안(長治久安)했었다.
유교를 국교로 했던 이씨왕조 역시 500년을 이을수 있었다. 서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조선민족은 혈연관계를 질서화하는 과정에 호칭법을 최고로 섬세하게 발전시켰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조선민족의 조상들의 군체생활과 도덕화수준의 단면을 엿볼수 있다. 조선의 고대 명작들은 대개 희극으로 끝나는 것이 많다. 《심청전》 이 그렇고 《춘향전》이 그렇고 《흥부전》 또한 그렇다. 서양고전명작들은 피와 죽음 즉 비극으로 끝나는 것들이 많다. 조선민족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발전이란 사물속에 내재한 “미래형태”가 점차 현실화되는 과정이다. 시간적으로(종적으로) 발전은 승계와 창조의 과정이지 역사의 단절이 아니다. 공간적으로(횡적으로) 발전은 모방,학습과 창조의 연속이다. 하기에 발전이란 외래 것이 나의 것을 쫓아내고 외래 것이 자리잡는 과정은 전혀 아닐뿐더러 외래의 것을 전혀 외면한채 내 것만 고집하는것도 물론 아니다.
어제의 것과 오늘의 것, 외래의 것과 내 것이 서로 어울려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과정이 발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다면 권위와 도덕이 자유평등과 국민주권이 어울려서 새로운 동양적 정치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한국민주화의 핵심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적 가치체계가 완성될 때 국민통합도 남북통합도 그 토대를 가지게 되며 정책목표도 튼튼한 기반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정책이란 목표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치목표가 뚜렷하고 국민 모두가 인정할 때 그 가치목표 실현을 위한 정책현실화에 국민들이 적극 동참할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 논리다. 가치공유,상호인정과 상호신임,행위 예측가능성 등은 서로 다른 공동체가 단일화 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유럽 공동체 실현과정이 증명하고 있다. 우선 가치체계가 분명해야 상호인정과 상호신임이 기본적인 토대를 갖게 되고 그 가치체계 실현수단인 제도도 상호인정하게 될 뿐아니라 서로간에 행위예측도 가능해진다. 행위예측 가능성은 또 거꾸로 가치공유와 상호인정,상호신임에 박차를 가해준다.
가치는 창조하는 것이 아니고 발견하고 선택할 따름이며 새로운 가치체계가 구축되는 과정은 당연히 길고긴 역사적 과정이다. 5년을 임기로 하는 한 정권에 그것을 실현해 달라는 주문은 물론 무리다. 다만 이명박정권시대에 새로운 가치체계 구축에 기본적인 틀만이라도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일뿐이다. 그렇게 될 때 중국과 한국은 가치공유, 상호인정, 상호신임, 행위 예측가능성이 커져 탄탄한 친선관계를 유지해 갈 것이며 전 인류에 필요한 또 하나의 모델 즉 동양모델을 창출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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