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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갑(順甲) 예찬(禮讚)
정인갑
지난 6월 6일 재한 요녕성(遼寧省) 무순시(撫順市) 동향 60여명이 순갑(順甲) 잔치를 치렀다. 1947년생이어서 올해 66세나는 동갑동향 11명이 환갑잔치 상 비슷한 큰 상을 단체로 받았고 함께 모인 동향 후배들이 그들의 만수무강과 나머지 인생이 순조롭기를 기원하였다. 뜻 깊은 이 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중국의 전통문화에는 나이와 관계되는 명칭이 많다. 10세 안팎 충년(沖年), 15세 지학(志學)계년(笄年), 20세 약관(弱冠),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환갑(還甲)주갑(周甲)회갑(回甲), 70세 종심소욕(從心所欲)·고희(古稀)희수(稀壽), 77세 희수(喜壽), 88세 미수(米壽:八+八=米), 99세 백수(白壽:百-一=白)…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순갑(順甲)이라는 명칭은 없다.
무순 동향의 순갑 잔치는 어떻게 생겼나? 2006년 필자는 고향 무순에 가서 모 동창의 환갑잔치에 참가한 적이 있다. 기차로 북경에 돌아오는 길에 어느 심양 한족과 동석하였는데 그도 동창의 ‘환갑’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길이란다. 그런데 60세 환갑이 아니라 66세 생일이란다. 그의 설명은 아래와 같았다:
‘60세에 환갑을 쇠자니 너무 젊다는 감이다. 70세 생일을 쇠자니 그전에 죽는 사람도 꾀나 있고, 또한 나이가 좀 많아 술도 시원하게 마실 수 없거니와 팔팔하게 노래 부르고 춤추며 즐기자니 몸이 다소 불편하다. 비교적 적합한 나이가 66세이다, 또한 66은 육육순(六六順)이므로 길한 숫자이다. 그러므로 지금 심양의 한족들은 66세의 생일을 쇠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이듬해가 바로 필자의 환갑이었다. 젊은 나이에 환갑을 쇠자니 좀 건방지고 싱거워보였다. 게다가 아들이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아 절을 할 손자도 없다. 하여 ‘일흔 살 날 때 가서 보지’라며 환갑을 쇠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심양 한족의 말을 꺼냈더니 여러 동창들이 한국에 나와 있는 66세의 동갑들이 같이 6월 6일에 잔치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며 그것이 이루어진 것이 바로 이번 순갑 잔치었다. 서울의 무더운 7월을 피하느라 양력 6월 6일에 치렀지만 동북삼성 같으면 음력 6월 6일(양력 7월 초·중순)에 치러도 좋을 듯하다.
이 잔치 이름을 ‘육육순갑(六六順甲)’이라 지었으며 순갑(順甲)으로 약칭한다. 육육은 66세라는 뜻과 중국전통문화에 순조롭고 길한 숫자 육육순(六六順)이라는 두 가지 뜻을 겸하고 있다. ‘갑(甲)’은 해(年)라는 뜻이다. 66세의 동갑들이 6월 6일에 모여 축제를 벌였으니 실로 육육육육(六六六六) 대순(大順), 특대순(特大順)이다.
이 축제를 원만히 치렀으니 우리 동갑들은 나머지 인생이 무한 순조롭게 잘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금년에 47년생이 쇠었으니 명년에는 48년생, 후년에는 49년생…잔치 날 우리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우리 무순 동향뿐만 아니라 많은 재한 동포들, 심지어 중국에 있는 동포들도 나이 66세에 순갑 잔치 치를 것을 건의한다.
옛날 70세까지 사는 사람은 희소하였다. 지금은 70대는 보통이며 80대, 90대까지 사는 자도 비일비재하다. 65세를 기준으로, 그 이하를 중년으로 하고 66세 순갑 잔치부터 노년의 시작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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