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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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技'와 '文'의 관계
2007년 01월 07일 00시 00분  조회:6261  추천:73  작성자: 정인갑
'技'와 '文'의 관계

정인갑


어릴때부터 한가지 特技를 련마하여 一方, 一國, 심지어 세계적인 명인이 되였으면 보람찬 인생을 살았다고 할수 있겠다. 그러나 그가 명인이 되려면, 또한 사회생활을 하려면 일정한 지식을 습득한 문화인이여야 한다. 문제는 '技' 련마와 '文' 습득의 비례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바람직한가? 아래에 체육특기를 례로 들며 이 문제를 운운해 보련다.

필자는 몇년전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北京三江학교 학생을 거느리고 자매학교 한국 龍仁初等學校(소학교)를 방문했을 때 沈陽체육학교 소년 축구팀(소학교 년령에 해당됨)과 룡인초등학교 축구팀간의 경기에 부딪친 적이 있다. 룡인 초등학교는 100년 가까운 력사를 지닌 명문학교에다 재학생 3,600명이나 되며 축구 수준도 대단하다고 한다.

"먼 심양에서 온 손님이니 제발 둬 알 정도 이기면 됐지 너무 많이 이기지 마세요." 필자가 경기 주최자(필자와 잘 아는 사이)에게 한 부탁이였다. 주최자는 빙그레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이튿날 알고 보니 심양팀이 4:0으로 이겼다. 깜짝 놀라 그 영문을 물었더니 이러하였다: 중국은 도시마다 체육학교를 세우고 어릴때부터 (이를테면 5∼6살부터)체육인재를 전문적으로 양성한다, 그들은 말이 초•중•고교생이지 학력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체육 특기만 련마한다, 그러므로 용인팀이 심양팀에게 질 수밖에….

심양팀이 힘껏 차면 8:0정도로 이길 수 있는데 한국측에서 경비를 대여 왔으며 룡인 시민의 감정을 너무 상하게 할까봐 4:0정도로 이기고 만다는 것이였다. 심양과 룡인간에 이런 경기를 이미 여러번 하였다.

'한국도 중국처럼 선수를 양성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몇십명 또는 몇 백 명의 우수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천천 만만의 문맹•반문맹을 배출할 수 없으므로 그런 결심을 못 내린다'고 대답하더라.

한국은 고등학교(고중)부터 이런 체육학교를 꾸린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보통 이런 체육학교를 꾸리지 않고 고중, 심지어 대학 공부를 완벽히 하며 체육은 명실공히 業餘로 한다고 한다.

최근 30년간 중국의 체육 수준은 급속히 성장하였지만 천천 만만의 문맹•반문맹의 선수 배출이 그와 동반되였다는것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중국 체육선수의 평균 문화수준은 소학생에 해당되고(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한국 체육선수의 평균 문화 수준은 초중생에 행당될 것이다고 필자는 대충 평가한다.

필자는 약 20년 전 한국 모 남자 선수와 중국 모 녀자 선수간의 중매를 서고 그들의 련애편지도 3년간 번역해 준 경력이 있다. 더불어 중•한 량국의 선수들과 접촉할 기회도 가졌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 선수의 문화 수준이 중국 선수보다 훨씬 높으며 상기의 평가와 거의 맞물린다.

중국도 1960년대까지는 학교 서클식으로 선수를 양성하였다. 그런데 '讀書無用論'이 난무하던 문혁때 많은 어린이들이 문맹을 마다하고 체육 또는 예술에 뛰여 들었으며 지금은 완전히 이렇게 정착돼 버렸다.

중국은 인구 80만 정도의 도시면 체육학교가 설립돼 있으며 해마다 이런 체육학교에서 문맹•반문맹의 선수들을 양성한다. 만약 이런 체육학교에서 해마다 평균 100명을 모집한다고 가정하면 중국 전역에 이런 도시가 200개 정도이니까, 1년에 2만명, 30년이면 60만명이나 되겠다. 이 60만명중 성•국가•세계급으로 출세한 선수는 수백명에 그칠 것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출세하지 못한 문맹•반문맹이겠다.

필자는 연변예술학교의 문화과 교원을 한 경력이 있다. 학력이나 나이로 따지면 고중생인 한 성악전공 학생이 집에 보낸 메모에 '거믄 와끼 보내 돌라'(검은 우와기 보내 주세요)'라고 씌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문맹인지 반문맹인지 모를 일이다. 물론 체육학교에서도 소학•초중•고중의 학력공부를 시키지만 시키나 마나이다.

중국의 시스템과 한국 또는 구미 선진국의 시스템을 비기면 어느쪽이 더 낳을까? 필자의 수준으로서는 정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아래의 몇 가지만은 留意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문맹•반문맹의 특기인이 참다운 인간이 될 수 있는가? 10년간의 중국 프로축구 선수들의 행실을 보라. 타도시로 경기하러 갈 때 갈보를 차고 다니는 자가 허다하다, 주먹사회를 끌어들여 자기의 라이벌을 구타하는 사건도 발생한다…만약 그들이 문맹•반문맹이 아니라면 이런 망측스런 사건의 발생 확률이 퍽 낮을 것이 아닌가! 문화수준과 도덕품행은 정비례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둘째, 체육 선수는 성공 확률이 높지 못한 업종이다. 성공하지 못한데다가 문맹•반문맹까지 겹치면 버린 인생이 아니겠는가? 성공한 선수의 선수생애도 아주 짧다. 몇 년, 고작해야 10년 정도 반짝하고는 사라진다.

그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문화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코치를 하든, 학교 체육선생이 되든, 어느 문화기관의 체육 지도일군으로 활약하든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문맹•반문맹은 끝장이다.

셋째, 문맹•반문맹이 선수 노릇을 과연 잘 할 수 있는가? 몇 년전 북경 국안팀에 전근돼 활약하던 리홍군 선수가 생각난다. 키가 남보다 작고 개인 기술이 출중한 것도 아니며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그러나 지방인을 여지없이 깔보는 북경시민마저 변방 소도시에서 온, 그것도 소수민족인 리홍군을 '축구를 발로만 차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찬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리홍군의 문화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축구를 차는데도 머리를 굴려야 잘 찬다고 믿는다. 문맹•반문맹이 과연 머리를 잘 굴릴 수 있단 말인가? 중국 축구가 한국을 이기지 못하는 원인이 많겠지만 문맹•반문맹과 初等•중등 문화인간의 게임이라는 원인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체육선수 외 기타 업종, 이를테면 음악, 무용,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어릴때부터 특기를 련마하는 것도 좋지만 문화지식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초중 정도는 원만히 배우고, 특기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문화지식의 습득에 다소 정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다못해 하루 평균 한 시간 정도 신문, 잡지를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가수의 연창 콩클에 문화시험이 있는데 20대 대학생 가수가 열서너살 나는 초중생도 알아 맞힐만한 쉬운 문제도 몰라서 금붕어처럼 눈알을 껌벅거리다가 기권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여간 가련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100점 만점에 문화시험 성적이 1점으로 할당돼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올릴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 CCTV 3채널에서 제12차 청년가수 연창 콩클을 생방송하고 있다. '조예는 시밖에 있다(功夫在詩外)'라는 口述 시험문제가 있는데 바로 특기자의 최종적인 수준은 특기를 떠난 기타 문화지식, 사회경력, 생활체험 등에 있다는 뜻이겠다. '技嚮文靠'가 특기자의 더 보람찬 인생을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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