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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한 管見 (정인갑61)
2007년 11월 16일 16시 00분  조회:7417  추천:119  작성자: 정인갑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한 管見

정인갑


  최근 토템 문화에 대한 쟁론과 더불어 우리민족의 뿌리(發祥地)가 언급되고 있다. 필자는 門外漢이므로 이 쟁론에 가담할 생각은 없다. 단 우리 민족의 뿌리에 관하여 管見을 몇 마디 말해볼가 한다.

  동아시아 上古의 민족은 대체로 東夷, 西戎, 北狄, 南蠻, 中夏로 구분된다. 지금까지의 정설은 우리민족의 뿌리가 동이로 돼 있으나 최근 감숙 돈황설, 즉 西戎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였다. 너무 큰 모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우리민족의 뿌리를 여전히 동이로 보아야 지당하다고 본다.

1. 우리민족은 商민족과 같은 동이민족

  夏는 중원 민족이 세운 나라이고, 商은 동이민족, 周는 서융 민족이 세운 나라임은 정설이다. 우리민족의 조상은 상민족의 범주에 속하며 심지어 상민족의 주체였을 가능성이 많다고 필자는 피력한 바 있다. 아래에 다시 그 증거를 요약하면—

  ① ‘상이 망하자 기자는 조선으로 갔다.’ 이 말의 진실성을 고증할 길은 없지만 상이 망한 후 그 유민이 조선으로 피난간 역사 사실의 반영이라고 보기에는 충분하다. 기자는 피난민의 대표인물이고.

한 민족이 遠征을 거쳐 중원에 들어가 통치하다가 망하면 어디로 피난갈 것인가? 당연 고향쪽으로 돌아가지 그 반대쪽으로 돌아가기는 만무하다. 원정 전 상민족이 집거한 위치가 딱 조선반도일지는 몰라도, 망할 때는 자기의 고향 쪽이면서도 周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곳이 조선반도였을 것이다.

② 상나라 왕족은 거북의 뼈로 점을 치는 풍속이 있는데—점 괘 내용을 적은 글이 갑골문—우리 민족은 점 치는데 사용되는 이 동물의 이름을 아예 ‘점— 복(卜)’자를 붙여 龜卜(구복→거북)이라 부른다.

그 당시 거북의 뼈로 점을 치는 민족은 상나라 왕족뿐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갑골문 비밀이 상이 망한 후 3,000년이 지난 1898년에야 세상에 알려지기 만무하다. 또한 지금까지 중국의 어느 방언에도 그 동물의 이름에 ‘卜’자를 붙여 부르는 말이 없다.

이렇게 볼 때 ‘거북’이라는 명사를 쓰는 우리민족과 상민족 간의 관계가 없을리 만무하다.

③ 어학적인 증거는 너무나 많다.

a, 지금 쓰이고 있는 한어는 고립어이지만 고대한어에는 교착어의 흔적이 보인다. 우리말의 종결토가 고대한어에 거의 다 있다: 다(也, ‘也’의 고대한어 발음은 ‘다’), 야(也), 디→지(矣, ‘矣’의 고대한어 발음은 ‘디’), 가∙ 까∙오∙고(乎), 여∙요(歟)….

b, 상고 한어의 인칭대명사에 격의 흔적이 보인다: 汝(주어, 목적어 기능이 위주)/乃(한정어로만 쓰임), 발음이나 문법적 기능이나 우리말 2인칭 대명사 ‘너’ ‘네’와 비슷하다. 我/吾도 우리말의 ‘나’ ‘내’처럼 문법 기능상의 차별이 있다.

c, 우리말 고유어에 상고한어와 대응되는 어휘가 적지 않다: 짐승/衆生 (상고한어에서 ‘衆生’을 ‘짐승’처럼 읽었음), 섣∙설/歲(‘歲’를 ‘셛’처럼 읽었음), 좀/蟲(‘蟲’을 ‘좀’처럼 읽었음, 우리말 ‘좀벌레’ 참조), 되놈/ 夷戎 (‘夷戎’을 ‘되놈’처럼 읽었음), 듣→들/等(‘等’을 ‘듣’처럼 읽었음, 한자의 ‘ㄷ’받침을 우리말에서는 ‘ㄹ’받침으로 읽어짐)…

상기 a, b, c 는 무슨 계시를 주는가?

a', 遠古 시대의 중국어는 원래 교착어이던 것이 점점 고립어로 바뀐 듯 하다. 상나라 말은 거의 우리말과 같은 교착어였는데 고립어를 쓰는 주나라 민족이 통치민족으로 되고, 기초 방언도 중원에서 서쪽(섬서)으로 옮겨지며 서서히 고립어로 변하였다는, 그러므로 고대한어는 옛날로 올라갈수록 우리말과 닮은데가 많다는 분석이 맞을 듯 하다.

b', 만약 우리민족이 후세에(이를테면 한나라 때부터) 한자문화를 접수하였다면 우리말의 고유어에 한자와 관계되는 ‘짐승, 섣, 설, 좀, 되놈, 들’과 같은 어휘들이 있기 만무하다. 漢 후부터 이런 글자를 ‘짐승, 섣, 설, 좀, 되놈, 들’ 등으로 읽지 않았으니 말이다. 우리가 상민족으로서 중원에서 쓰던 말을 조선반도로 가지고 가서 계속 썼다고 풀이하는 수밖에 없다.

④ 갑골문에 개고기로 제사지내는 기록이 적지 않게 나온다(개고기로만 제사 지낸 것은 아니지만). 자기 조상이나 하느님에게 시시한 음식으로 제사 지낼 수는 없다. 그러나 주나라로 진입한 후 개고기가 각광을 잃었으며 소, 양, 돼지 고기로 바귀었다.

세상에서 우리 민족만치 개고기를 선호하는 민족이 없음즉 하다. 이 역시 우리민족과 상민족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 4가지 증거는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상나라 동이민족과 우리민족의 조상을 연결시키는데는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우리민족이 西戎이 아님이 뚜렸하다.

2. 主와 次를 구분하여야 한다

  우리민족이 요녕, 길림으로부터 조선반도에 분포돼 있던 동이민족에 속하는 민족이며 이 민족은—언어학적으로 볼 때—알타이산맥으로부터 동쪽으로 확장돼 온 퉁구스민족과 밀접히 관계된다고 보는데는 큰 애로가 없다. 그러나 중국 내지로부터 이민온 다른 민족과도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관계를 어느 정도로 보아야 하는가이다.

일반적으로 인구나 영토가 점점 확장된 민족은 뿌리가 여러 갈래이며 복잡하고 심지어 교체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중화민족은 하나라 때는 주체민족이 夏민족이고, 상나라 때는 동이민족이었으며 주나라 때는 서융민족이었고, 그후 북방 지역은 北狄 민족이 주체민족이었던 역사도 짧지 않다.

그러나 령토나 인구가 점점 위축된 민족은 퍽 단순하다. 우리민족은 몇천년 전부터, 적어도 2천년 전부터 인구나 영토가 점점 위축되여 변방 벽지로 밀려나간 민족이다. 그러므로 우리민족의 뿌리가 타지역으로부터 이민온 민족에 의해 흔들렸거나 바뀌였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나라 초기 燕의 장군 衛滿이 조선으로 망명 가서 조선왕이 되었지만 그가 거느리고 간 사람은 천여 명밖에 안 되였으며 머리나 衣裳을 변방종족으로 가장하고 갔다(<史記•朝鮮列傳>: ‘滿亡命, 聚黨千餘人, 魋結蠻 夷服而走東塞’).

위씨 조선 퍽 후의 辰韓은 중원에서 간 秦의 피난민이라고 하지만 三韓 중 작은 나라였고 馬韓의 겯방살이를 하였으며 마한의 통치를 받았다 (<後漢書•東夷列傳>: ’馬韓最大…盡王三韓之地…辰韓…適韓國, 馬韓割東界地 與之.’).

위만이 고조선의 왕을 하였지만 寡頭 통치자에 불과하였을 것이고 진한도 인구로 보나 그 지위로 보나 보잘 것 없었다. 위만과 진한민이 중원인이라고 하지만 모두 우리민족의 뿌리를 흔들거나 심지어 우리민족의 주체로 되여 뿌리를 교체하였을 가능성은 근본 없다.

이상 두 차례가 역사적으로 고증할만한 우리민족 안으로 들어온 규모가 가장 큰 타민족 이민이다. 이 두번 보다 규모가 작은 이민이 끊임 없었겠지만 그들이 우리민족의 뿌리로는 더더욱 못 된다.

楊萬娟의 <韓國文化與中國楚文化近源初探>에서 마치 진한을 수반으로 신라가 생겼고, 또한 우리민족의 뿌리로 되였고, 초나라의 羅씨, 盧씨를 수반으로 하는 중국 이민이 한국의 주체민족, 결정적 문화로 된 듯이 이야기 하였지만 모두 穿鑿附會로 보아야 한다.

감숙 돈황, 신강 천산, 옛 초나라 등에서 조선반도로 이민간 중국인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수량상 매우 적어 당시 조선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민족의 숫자와 대비할 때 창해일속에 불과할 것이다. 그들이 자기가 처한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민족의 영혼을 흔들고 뿌리를 교체할 정도에는 어림도 없다. 그들은 한동안 존속하다가 이내 우리민족에 동화되고 말았을 것이다.

3. 과학적 근거만이 설득력이 있다

우리민족의 뿌리를 동이로부터 서융으로 교체시킬려면 무엇보다도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몇 개의 고유명사가가 같다고 하여 돈황이다, 천산이다, 옛 초나라다 라고 마구 가져다 붙이는 것은 모험적인 발상이다.

얼마전 한국의 모 교수가 滿族의 황족 성씨를 일컫는 ‘愛新覺羅’를 ‘신라를 사랑하는…’으로 풀이하고 만족을 신라인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글을 내놓았다. 필자는 만족어를 1년간 배운 적이 있다. 만족어에서 ‘愛新覺羅’ 를 ‘아이신궤로’로 읽으며 ‘아이 신’은 ‘황금’이라는 뜻이고, ‘궤로’는 ‘모자의 술’이라는 뜻이다. ‘아이신 궤로’는 ‘금실로 만든 모자의 술’이다. 신라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필자는 조선 평안남도 중화군의 三井里에 우연히 들린 적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저희 동네 이름이 ‘세우물리’이며 자기네는 예로부터 이렇게 불렀지 삼정리로 부른 적이 없다고 한다. 조선반도의 지명은 거의 다 옛날에는 고유어로 부르다가 후세에 점점 한자로 교체하였다. 교체하는 와중에 중국의 모 지명들과 우연히 같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삼위(三危)’요, ‘太白’이요, ‘漢陽’이요 하는 지명이 중국에도 있다고 하여 같이 보며 심지어 이민사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사실 한강은 큰 강(한, 고유어 크다의 뜻. 큰아버지→한아버지 →할아버지, 큰어머니→한어머니→할머니 참조)이지 ‘漢’자와 관계가 없다.

또한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사대주의에 너무 물젖어 중국 지명을 퍼다가 한국 지명에 썼거나, 중국 성씨를 퍼다가 자기의 성씨로 만들었거나, 자기 조상의 발원지를 중국의 어디어디라고 족보를 위조하는 병폐가 많았다. 이런 것들을 걸러버리려면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북 돈황은 사막지대여서 몹시 무덥기에 그곳 사람들은 흰옷을 선호하였으며 이것이 우리민족이 흰옷을 선호하는 유래라고 하였는데 역시 穿鑿附會이다. 필자는 돈황지역에 여러번 가 보았지만 그곳이 그리 덥지 않으며(적어도 요녕, 길림, 조선반도보다는 안 덥다) 흰 옷을 입은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오히려 색깔이 진한(검은 색, 곤색) 옷을 많이 입는다.

이상의 방법은 모두 과학적이 못 된다.

만족어와 우리말 간에는 어원이 같은 말이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코(물도랑. 우리말 ‘논의 물고 보다’ 참조), 아시(새롭다. 우리 말의 ‘아시어머니’, ‘아이[시]김을 매다’, 동북지명에 많은 아지푸자 ‘阿及堡子=새마을’ 참조),  안(긴 시간. 함경도 방언의 ‘안새[긴시간]’ 참 조), 서러머(말하다. 평안도 방언의 ‘그래 서라머니[그래서 말이야] 참조)….

만족어와 몽고어 간에 어원이 같은 어휘는 더욱 많다. 이상은 우리말, 만족어, 몽고어는 모두 알타이어, 같은 퉁구스 민족임을 말해준다. 감숙 돈황-신강 천산에서 온 민족이 아님이 역시 분명하다.

조선 사회과학원 편집, 1970년대에 完刊된 <조선전사>는 우리민족의 뿌리를 비교적 과학적으로 제시하였다. 본 책에서는 같지 않은 인종, 같지 않은 지역 인간 피부의 黑白度, 머리칼의 曲直度, 眼球의 색갈, 광대뼈의 高度∙寬度, 평균 身長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한 후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동북아시아에서 거주하여 온 인종임을 피력하였다(<조선전사> 제1책 참 조).

중국 역사는 기원전 841년부터만 정확히 연대를 표시할 수 있고 그 위는 대충 짐작만 하여 왔다. 그러다가 2000년부터 ‘夏商周 斷代工程’ 이라는 이름을 걸고 200명의 학자(력사학, 고고학, 언어학, 문헌학, 천문학, 물리학 등 여러분야의 학자)를 동원하여 5년간 연구하였다. 그런 연후에 하상주의 비교적 정확한 년대를 발표하였다. 그것도 조심스럽게 발표하며  相對 오차가 30년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우리민족의 뿌리를 동에서 서로 옮기려면 적어도 하상주 단대공정 못지 않은 학자를 동원하여 5년보다 더 긴 시간을 리용하여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의 뿌리에 관하여 새로운 관점을 내놓는 사람들이 아직 이런 연구를 거치지 않은 것 같으며 앞으로 이런 연구가 실행될 수 있겠는지 근심이 간다.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빠른 방법은 유전자 학설을 리용하는 것이다. 유전자 전문가를 조직하여 감숙 돈황지역, 신강 천산지역 및 우리민족의 발상지라 추측되는 모든 지역의 사람들의 유전자를 측정하여 우리민족의 유전자와 대비해보면 된다.(2007년 9월 23일)

문학과 예술 2007년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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