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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토의 언덕—도끼봉에 해를 띄우며
조글로미디어(ZOGLO) 2012년7월19일 14시08분    조회:6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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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한동국
한동국리력
필명 방원(方圆)
1946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현재 룡정현)팔도구 출생
2005년 연변 작가협회 연변 문학원 수업
2007년 윤동주 문학상을 비롯한 다수의 문학관련상 수상
현재 연변작가협회 회원
 
저는 지금도 작가가 아닙니다. 오직 영원한 독자일 뿐입니다. 굶주림에 허덕이면서도 산진해미만을 찾아 헤매는 걸신입니다. 오직 좋은 책을 손에 들고 볼수만 있다면 그것이 제 인생 최고의 엔조이가 되는것입니다.”


 
뜨르르한 명성을 자랑하는 기성작가도 아니다. 여러편의 소설을 출간한 전문작가도 아니다. 누구하나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신의 글을 인정해주는 전문가의 인정이 없어도 그는 꾸준히 가슴속에 자신만의 꿈을 잉태했다. 그리고 잉태한지 10년만에 그는 무려 60만자에 달하는 장편 장회체소설 《도끼봉에 해가 떴다》를 버젓이 출간하며 아마추어작가로서의 행보에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바로 한동국이다. 왜소한 체구에 강인함이 엿보이는 한동국선생은 한마디로 의지의 사나이였다.

1946년 연길현 팔도구에서 7남매중 넷째로 태여난 한동국은 가난한 살림에도 꿈은 많았다. 음악에 대한 열정하나로 학창시절 《산촌의 밤》, 《그누가 이 빛발 보내주셨나》등 다수의 노래를 창작, 구련옥가수가 불러 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전문음악인이 되기에 한계가 있음을 직감, 그즈음 한국문학의 무한매력에 매료된 한동국은 독서미치광이라 불릴만큼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중국조선족문학에서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문화적충격은 한동국을 거침없이 유혹했다. 잡지에 련재된 한국추리소설들을 빠짐없이 모아 자신만의 책자를 묶었고 책속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에 빠져 자아를 상실할 지경이였다.

1993년 직장에 퇴직서를 제출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선 한동국은 오래동안 마음속에 잉태하고있던 작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할 “주인공”들을 찾아 400원밖에 안되는 노루꼬리만한 퇴직금을 자금삼아 직접 농촌각지 편답길에 올랐다.

《연변일보》에서 소개된 연변의 극빈촌 석산촌에서 한동국은 드디여 들끓는 창작열을 느꼈다. 문호개방후 눈에 띄게 락후해져가는 농촌마을의 풍경과 다시 일어서기 위한 힘찬 몸부림을 앓고있는 농촌마을에 자신만의 작품혼을 담아 새로운 희망을 부여하고 싶었다.

그렇게 석산촌을 모티브삼아 그해 10월부터 정식으로 《도끼봉에 해가 떴다》라는 제목의 드라마대본 집필을 시작, 컴퓨터를 비롯한 현대화산물이 판을 치는 당시 그런 산물들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았던 한동국은 한글자 한구절 직접 필을 잡고 노트에 적어갔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쌓여가는 원고지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끝에 장장 10년만에 12부작 드라마시나리오가 탈고됐다.

하지만 천문수자와 맞먹는 자금유치라는 난관앞에 결국 김빠진 고무공마냥 시들해진 그의 열정은 대본내용을 장편소설로 바꿔보라는 지인의 진심어린 권유앞에 다시 생기를 되찾을수 있었다. 그렇게 드라마시나리오에 주인공들 사이의 풍성한 감정흐름과 러브스토리를 생생하게 부가하고 여러갈래의 스토리를 주선률에 통일시키면서 사건의 진전에 따라 장회를 나누어 먼저 플롯을 잡으면서 체계적으로 그려나간덕에 12부작 시나리오는 어느새 무려 60만자에 달하는 장회체 본격소설로 재탄생됐다.

10년간의 작품잉태보다 더 어려운것이 분만과정이였다. 그가 육필로 쓴 원고를 한마대씩 메고 해당부문을 찾아갈 때마다 돌아온건 어이없는 비웃음과 무관심뿐이였다. 그도그럴것이 제대로된 작품한번 써보지 못했던 아마추어가 이메일로 눈깜빡할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디지털시대에 육필로 된 원고마대를 메고 왔으니 웃을만도 했다.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큰돈을 들여 컴퓨터를 장만하고 병아리가 모이쫓듯 타자의 기본에서 시작해 손가락끝에 피멍이 들 정도로 련습에 련습을 거듭하면서 근 3달만에 자신만의 노력으로 60만자의 원고를 컴퓨터에 타이핑했다. 다음 작품출고를 위한 확실한 명분을 얻기 위해 그는 사처에 수소문끝에 민족문화원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작가공부를 시작했다. 작품출간을 위한일종의 자격증취득의 필수관물이라 여기고 한동국은 누구보다 끈질긴 의지로 작품창작에 열을 올렸다. 덕분에 그는 선후로 《밑알》, 《성황산》, 《꽈리》등 수기와 수필들을 련속 《연변녀성》, 《연변문학》등 잡지에 발표하기 시작, 응모작품 동상에 이어 윤동주문학상 신인상까지 거머쥐는 저력을 뿜어냈다. 그렇게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간 보람으로 2008년 한동국선생은 연변작가협회로부터 정식회원증을 발급받았다.

그해 여름, 한동국선생은 시한부선고를 받은 안해가 아글타글 모은 돈을 들고 한국행을 감행, 거액의 인쇄비앞에 좌절하기도 여러번,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왜소한 체구로 공사작의 벽돌을 나르고, 유명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사우나에서 12시간씩 곱대거리도 했고, 한국인들의 보따리를 대신 날라주는 일까지 불사하며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끝내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주는 출판사와 계약하고 작품을 출판했다.

장편소설의 출간과 더불어 작가로서의 삶에 성큼 다가선 한동국이지만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단다.

“도끼봉에 해돋이는 아직 멀었습니다. ‘취옹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고 했듯이 소설로써 이제 금방 스타트를 뗐지만 도끼봉에 무비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것이 저의 숙원입니다.”

도끼봉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자신의 작품이 영화로 거듭나는 그 날만이 진정 도끼 봉에서 해가 뜨는 날이라고 자부하는 한동국,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기약은 없지만 도끼봉이 꼭 스크린에 오르는 그날을 위해 반백을 넘긴 오늘도 쉼없이 달릴 준비가 되여있다며 야심찬 미소를 보였다. 

은설 박군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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