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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에 혹한 인생 후반전에 또 한획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2월9일 09시19분    조회: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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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리동춘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 리동춘 대표리사의 야망
문인숙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 리동춘 대표리사

“무식한 놈이 두려움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나를 두고 한 말 같다. 나는 전통된장에 미쳐서 인생 후반전을 된장사업에 바쳤다. 그 사이 좌우명도 ‘된장 먹고 된사람 되자’로 바꾸었다. 스스로도 우습강스럽고 촌스럽기 그지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인생 후반에 민족의 혼과 얼이 슴배인 전통된장의 물질적인 기능과 령성문화를 보다 깊이 파고들어 세인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꿈을 품은 채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 리동춘 대표리사의 소탈하면서도 가식 없는 말이다.

리동춘 대표리사는 오덕된장술축제와 중국 조선족 된장오덕문화절 행사를 16회째 이어왔으며 6월 9일을 된장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1,000세대 된장담그기 체험행사, 포럼, 된장술시식행사, 민속공연, 시화전 등 다양한 행사로 장인합일의 오덕문화를 선양해왔고 문화로 산업을 이끌어왔으며 된장술 개발에 이어 지역특산품으로 사과배된장술, 복분자된장술, 인삼된장술 등 된장술계렬제품을 줄줄이 출시함으로써 술의 오천년 력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하긴 나한테 처음 전통된장에 확 빨려들어가게 된 사연이 있었다. 젊었을 때 위암 의심판정을 받아 수술까지 받은 후 날된장을 약 삼아 먹었더니 놀랍게도 위장병이 나아지면서부터였다. 이게 바로 약식동원이라는 게로구나! 식품이면서 약효를 곁들인 이런 제품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전해준 조상님들이 우러러보였다. 그 감탄의 불씨가 오늘의 된장술로 달아올랐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부인 연길시에서 왕청 쪽으로 차를 타고 약 40분간 달리다가 산길에 굽어들어 20여분 더 가게 되면 ‘민들레마을을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라는 글발이 한눈에 안겨온다. 민들레밭에 줄느런히 놓여있는 1,000개의 장독대에서 풍기는 전통된장의 구수한 맛에서 풋풋한 인정미가 뭉클 와닿는다. 세월과 더불어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도 의연히 구수한 향기를 잃지 않은 된장, 색상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새노랗게 익어간다. ‘천하제일된장마을’에서 된장아리랑을 엮어가며 삶의 전부를 이곳에 쏟아붓는 우직한 성격의 사나이—리동춘 대표리사, 삶아지고 으깨지고 발효되고… 그의 인생도 어찌 보면 된장의 속성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다분해진다.

“나는 두번 죽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모두 된장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된장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

1955년, 흑룡강성 해림시 한 농가에서 7남매중 셋째로 태여난 리동춘은 소학교시절에 페결핵과 결핵성 륵막염에다 또 한쪽 다리가 쪼그라붙는 괴상한 병까지 덮쳐 여린 몸이 더 시들어가게 되였다.페결핵은 전염병이라 그는 늘 메주덩이를 가득 달아맨 어두운 골방에 갇혀 살아야만 했다. 째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큰 병에 걸리면 죽기 십상이다. 메주냄새를 맡으며 부모님이 만들어준 메주가루를 일년 넘게 먹으면서 악착스레 버텨왔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점차 삶의 의욕을 되찾아 병마와 싸우게 되였다. 아픈 다리를 꽁꽁 묶어 어린 동생들더러 단단히 붙잡게 한 다음 수십장의 쑥뜸을 뜨면서 이를 악물고 일어서기련습을 했다.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면서… 3년 넘게 고생한 보람으로 드디여 건강을 회복하게 되였다.

겨우 살려낸 목숨이라 리동춘은 더 열심히 살아가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 뒤로 그는 공청단위서기로, 당총지서기로, 백두산그룹 회장으로 활약해왔다. 헌데 건강한 나날도 잠시, 40대 초반에 또 한번 죽음의 문턱을 다녀오게 되였다.

“위장에 종양 다섯개가 생겨서 대수술을 받게 되였다. 한편으로는 소염치료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날된장을 밥 먹듯 했다. 된장이 위장을 말끔히 씻어준 덕분에 이렇게 또 살아남을 수 있게 되였다. 그러니 어찌 된장을 멀리할 수 있겠는가?”
 
된장술의 아이디어는 연변에서 열리는 한 국제학술포럼에서 조선의 한 과학자로부터 얻은 것이였다. 그 과학자는 “우리 민족의 음식중에는 발효식품이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더 짙은 맛과 기능을 생성시키는 두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전통된장과 막걸리이며 이 두가지를 리용하여 만들어낸 제품은 더 비할 바 없는 우수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동춘은 2005년에 〈연변민들레생태산업연구유한회사〉를 설립했고 4년간의 연구를 거쳐 2009년에 드디여 영양가가 높을뿐더러 숙취 해소도 돕고 17가지 영양소가 함유된 된장술을 개발하게 되였다. 2013년, 리동춘은 회사이름을 〈연변민들레생태산업연구유한회사〉로부터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로 개명했고 된장술계렬제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금까지 개발한 된장술은 20여종, 연변은 물론 전국 30여개 도시로 진출했다. 또한 조선과 한국에도 시장을 개척하고 합작공장을 추진중이다.

오덕된장술은 우리 민족의 전통된장을 원료로 하고 막걸리양조공법에 접목시켜 빚은 새로운 품종의 술이다. 즉 생태적인 양조 리념을 딛고 ‘된장과 술 배합 제조’방식으로 양조하는 방식이다. 국내외에서 최초이자 전위적인 공예라 할 수 있다.

“된장술은 모태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술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중국의 모태주 등 고급술의 대명사가 된장술이기 때문이다. 모태주는 된장의 향이 나는 술이다. 그러나 연변의 된장술은 실제로 된장의 성분으로 발효되여나오기 때문에 자체의 물리적 기능만으로도 일약 브랜드 술의 행렬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된장술은 영양가가 풍부하고 숙취 현상이 거의 없으며 속쓰림에 적게 시달릴 수 있다.”

누군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된장을 빚어내려면 메주를 빚어 몇개월 동안 띄워야 하고 다시 장독에 넣어서 또 수개월 동안의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인내가 필요하다. 설령 만들어냈다고 해도 각자의 입맛에 꼭 맞는 구수한 된장을 담근다는 보장도 없고 또 이런 된장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도 아니며 더우기 장사가 잘되여 떼돈을 벌 수 있는 제품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껏 김치나 양념장 같은 음식을 만들어 파는 타민족은 많아도 우리 민족 전통된장을 만들어 파는 타민족은 드물다고 한다.

“내가 나머지 인생을 내놓을 정도로 전통된장사업에 몰입하게 된 리유는 단 한가지이다. 전통된장에는 뛰여난 영양가치와 신비한 기능이 있을뿐더러 다섯가지 문화령성(灵性)이 배여있는 살아 숨 쉬는 식품이라는 걸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우리 민족에게는 전통으로 전해내려왔지만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음식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김치에 이어 인류 건강증진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는 세계적인 민족제품으로 거듭나 거대한 민족상권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동춘 대표리사는 된장과 된장술 생산에만 그치지 않았다. 문화로 산업을 이끌어가려는 야심찬 꿈을 꾸어왔고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업체의 힘을 모아 함께 더 큰 무대를 석권하려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멍석으로 연변생태문화예술절 및 된장오덕문화절을 16회째 이어왔고 된장술축제도 수차 개최해오고 있다.

“문화인도 아닌 리동춘이 문화행사를 개최한다고 웃을지는 몰라도 저 나름 대로의 꿈이 따로 있다. 우리 민족과 민족문화를 만방에 알리자면 대표적인 간판물체가 있어야 하고 그 물체를 구워낸 문화가 밑받침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민들레마을에서 천여세대(3천여명)가 모여 된장담그기 체험을 진행해왔다. 몇십만원씩 들여가면서 축제를 하는 리유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연변조선족사회에 대한 일종 고지서라고 그는 말한다. 된장술은 일반 술이 아니라 민족의 술이고 전통문화를 이어온 술이며 모태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술임을 알리기 위해서이며 술소비자들한테 새로운 술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란다.

“2005년부터 연변생태문화예술절을 개최해왔고 올해로 16회를 맞이했다. 된장축제가 정부의 공식적인 민속절로 정착된 지도 벌써 7년이 된다. 행사의 취지는 생태문명을 선도하기 위함이며 경제라는 플랫폼에 문화의 혼까지 살아 숨쉬는 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데 있다. 지금까지 16회째 축제를 이어왔지만 아직까지는 근근히 사람들을 이끄는 문화적인 단계에 와있다. 연변 하면 된장이 떠오르고 연변 하면 된장술이 떠오를 정도로 신토불이 되여야만 우리의 대표문화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리동춘 대표리사는 ‘장인합일의 오덕문화’야말로 우리 민족의 특성과 많이 닮았다고 주장한다.

음식은 성격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단다. 생고기를 먹는 짐승이 포악하고 풀을 먹는 짐승이 순하듯 된장과 김치를 먹고사는 우리 민족은 느긋하면서도 령리하며 변화에 따른 대응력도 뛰여나단다.

‘오덕’이란 다른 음식 속에 섞여도 자기의 맛을 잃지 않는 단심, 다른 음식과 잘 조화되면서 자기 맛을 내는 화심,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심, 기름기와 비린내를 밀어내는 불심, 오래 두어도 변질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기능으로 승화하는 항심을 뜻한다.

“이 오덕은 우리 조선족의 특성과 너무 많이 닮았다고 무릎을 탁 칠 때가 많다. 된장 속에는 수백년의 세월과 더불어 생성된 우리 민족의 생존 지혜와 성격 특징이 고스란히 슴배여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화이부동 고수본성의 단심문화, 구동존이(求同存异) 관대포용의 화심문화, 동화열성 화목공존의 선심문화, 거성제유 렴결봉공의 불심문화, 항구불변 송백절개의 항심문화’가 살아있다.”

리동춘 대표리사는 그 리유를 5가지로 추려냈다.

첫째, 우리 민족은 중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 자기의 원칙과 존엄을 지키면서 타민족과 잘 어울려 지낸다. 둘째,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이 있다. 셋째, 우리는 타민족과 잘 어울리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정신이 있다. 넷째, 우리에게는 타인의 불의와 비리를 보고 지적할 수 있는 담대함이 있고 청렴함을 지키려는 성품이 있다. 다섯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강의함이 있고 불요불굴의 정신이 있다. 이 다섯가지 령성문화는 곧 인간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륜리도덕이므로 우리 선인들은 이를 ‘장인합일의 오덕문화’라 일컬어왔다.



올해 신축할 예정인 된장술공장 (조감도)

리의 조상들이 ‘된’자를 붙여서 ‘된장’이라 이름을 명명하게 된 데는 우리 민족의 삶의 철학이 깃들어있다고 본다. 전통된장은 적어도 6개월이라는 기나긴 풍상고초를 겪어야만 풍부한 영양물질과 미생물의 기능 그리고 다섯가지 령성문화까지 겸비한 물질로 완성된다. 그 때에 가서야 주인은 비로소 완벽함을 이르는 우리만의 고유문자인 ‘된’자를 붙여서 ‘된장’이라 이름을 달아준다고 한다. 즉 육신을 튼튼하게 만들고 보호해주는 물질적인 영양의 가치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미생물의 기능에 마음과 정신까지 건강하게 해주는 다섯가지 덕목을 갖춘 오덕 령성문화가 형성되여야 완벽한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나와 된장과의 인연은 참으로 특이하다. 된장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고 된장 때문에 연변에 오게 되였고 된장마을을 지키려고 법정에 서게 되였고 된장 때문에 무딘 필력을 날리기도 하였다. 또한 된장술을 빚고 전통된장의 령성문화를 발굴해내고 축제를 통해 전승해가려고 고투하기까지 수많은 가시밭길을 헤쳐왔고 ‘돈을 벌어서 축제에 쏟아붓는 멍청이’라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된사람’이 되는 길이고 ‘된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문화가 없는 기업은 령혼이 없는 기업과 같다”고 말한다. 좋은 문화축제는 많은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심신을 정화시켜주는 동시에 한개 지역과 기업 그리고 제품을 널리 알리고 브랜드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된장아리랑을 엮어가는 길목에서 새봄을 열어가고 있다.

 
《로년세계》2021년 2호/조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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