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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준- 상해 동진그룹 사장
조글로미디어(ZOGLO) 2009년3월29일 16시52분    조회:1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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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곳에 신화가 있다
상해동진(上海東進)10년,김원준사장 

상해에서 (조선족인물열전)을 준비하며 제일 먼저 떠올렸던 기업인은 당연히 동진그룹의 김원준사장이었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고, 평판도 한결같이 좋았던 김원준사장이다. 전화로 인터뷰의 취지 등을 꼼꼼히 설명하고, 서면질의서와 함께 앞서 나갔던 인터뷰기사들까지 자진하여 메일로 발송하고 나서도 인터뷰 허락을 받아낼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조마조마한 기다림 속에 인터뷰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는 회신이 왔다. 회신메일에 새로 이사한 회사의 위치를 지하철을 탈 경우, 운전을 할 경우로 나누어 자상하게 안내해주는 매너, 작은 약속 하나에까지 흐트러짐이 없는 프로기업인의 취재허락을 받아내고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틀 뒤 훙챠오린쿵경제구(虹桥临空经济园区)에 위치한 상해동진 회의실에서 김원준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정화기 약속시간 3분전이었다. 

도서관에서 주운 1억짜리 꿈 

서안교통대학시절, 겨울방학이면 맨발로 서북의 거친 황토바람의 추위를 넘어 매서운 엄동설한이 기다리는 동북 고향집을 다녀오던 지지리도 가난했던 시절, 아직도 떠올리면 발이 시려울 것 같은 생생한 기억이다. 하지만 바로 그 시절, 변변한 양말 한 컬레도 걸칠 수 없었던 가난한 청년의 가슴속에 1억을 향한 꿈이 움튼다. 당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된 지 불과 몇 년, 상아탑속에서는 개혁개방의 꽃내음을 맡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었음에도 언젠가는 가난을 딛고 성공한다는 강렬한 의자는 김원준 사장의 다부진 체구 속에 오기처럼 자리 잡았다. 그 시절 도서관에서 특별히 찾아보았던 미국중산층의 재부기준은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당시의 환율로 환산하면 인민폐 1억이었다. 1억은 그렇게 김원준사장의 하나의 인생목표가 되었다. 인생목표라는 것은 평생을 두구 추구해야 할 일관된 행동지침을 세우는 것이다. 20여 년간 김원준사장은 흔들림 없이 젊은 날 가슴에 심어온 목표를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시작한 5년간의 교사생활, 남들 보기에는 근사한 교수자리였지만, 1억의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허기졌다. 미련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에 뛰어들기에 이르렀다. 

느리게 가는 거북이, 인내를 배웠던 시절 

광동혜주팬더자동차(广东惠州熊猫汽车)를 거처, 김원준사장은 92년 한중국교정상화 이후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공식유학(MBA과정)한 유학파가 되었다. MBA과정을 마친 뒤 대우자동차(인천공장)에서 제시하는 3000불의 유혹적인 월급을 물리치고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기업인 화능그룹(华能集团)을 선택하기까지, 그 모든 것은 일관된 목표를 향한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었다. 화능에서의 7년, MBA출신 신문배달원으로부터 화능국제 상해지사부사장으로의 승진까지, 그가 얻은 것은 단순 1100위안에서 2200위안으로 인상된 월급뿐만이 아니었다. 김원준사장은 바로 그 7년이 동진그룹 운영을 위한 저력을 키운 소중한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그 중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인내'를 배운 것. 어쩔수 없이 피 속을 흐르는 성급함의 체질을 극복하고 인내를 배워가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모든 시스템의 작동이 더딘 중국에서의 기업운영을 위해서는 필수코스라고 한다. 요즘 명문대출신의 젊은이들을 보면 '머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인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김원준사장이다. 그 외에도 화능에서 배운 정부와의 소통능력, 중국인 인맥구축 등은 동진그룹의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상해동진, 신화를 만드는 기업 

10년 전인 1999년, 중국 명문대를 나온 30대의 조선족 젊은이 8명이 뜻을 모았다. 살길을 찾아 만주땅으로 이주한 중국조선족 이주민 2-3세로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농사만 지어온 부모한테 물려 받은 것은 대를 이은 가난과 만주땅에 첫 삽을 꽂던 악착같은 생존력뿐이었다. 가진 것이라고 소 팔아 자식공부시켰던 부모님 덕에 대학공부를 했던 것이 전부인 아들은 개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각자의 가슴속에 심어둔 꿈을 이룰수 없음을 공감하였다. 또한 제대로 된 상장회사 하나도 없는 중국조선족기업계의 공백을 메우고 싶었던 사명과 열정도 함께 하였다. 그들은 각자 직장생활을 하며, 또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며 모았던 자금들을 털어모았다. 그렇게 모은 1000만위안이 바로 10년 뒤 5억의 매출과 억대의 자산을 갖춘 동진그룹의 종자돈이었다. 그들은 종자돈마저도 빌려서 내야 했던 김원준을 CEO로 세웠다. 그는 한판 제대로 붙고 싶었다. 가진 것은 두뇌밖에 없었던 그는 지혜를 모으면 충분히 승산이 가능한 물류업종을 선택했다. 상해는 물류업종에 적합한 지리적 우세와 함께 그들의 비즈니스 타겟인 글로벌기업들이 운집한 곳으로 동진그룹에는 가장 적합한 도시였다. 초창기부터 기업에 대한 김원준사장의 이해는 한결 같았다. 기업은 제품을 파는 것이고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제품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은 기업의 인력과 지혜, 자본이 투입된 제품이 사회의 수요를 만족시킨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 동진은 지난 10년 동안 확신있게 사회적 수요에 따른 변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제품개발과 함께 사장확장에 주력해왔다. 현재는 SCM,IPO,VMI등 현대물류서비스로 꾸준히 브랜드를 형성해가고 있다. 

금융위기,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 

전 세계 구석구석을 휩쓰는 금융위기가 동진이라고 비껴가지는 않는다. 동진그룹의 시련도 만만치 않다. 함께 성장해왔던 직원들을 단계적으로 줄여가야 하는 냉정함도 겪어야 했다. 최대한 원가를 줄이고 위험부담을 줄여가며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요즘의 화두라고 말하는 김원준사장은 의외로 담담하다. 동진그룹 10년, 성숙된 기업으로의 춘하추동을 다 겪기에 동진은 아주 너무 젊은 기업이라고 말하는 김원준사장이지만 그 냉정함과 합리성이 돋보이는 결단력 속에는 성숙한 기업인의 카리스마와 지혜가 번뜩인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자연법칙이다. 아직 겨울을 겪어보지 못한 동진도 눈을 경험해보는 것뿐이라고 한다. 동진그룹은 이 기회에 호흡을 가다듬고 내부관리강화, 신상품연구개발, 신규고객구축 등을 장기전략으로 재정비를 하며 더 탄탄한 동진으로의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동진그룹에게 있어 성장을 위한 하나의 진통일뿐이다. 그것 또한 지나가리라. 

다음 세대가 딛고 설 초석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중국인과의 인맥이 80%이상을 차지하고 현재에도 서안교통대학 상해동문기업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중국 주류사회에 활약하고 있는 김원준사장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조선족기업가임을 거부하지 않는다. 타고난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그는 조선족 기업가임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의 자리에서는 최대한 중국 주류사회에 깊이 들어가 경쟁력을 키우라고 재차 강조하는 김원준사장이다. 이주민으로의 100여 년, 아직 전통과 뿌리가 든든하지 못한 중국 조선족이다. 할아버지세대가 중국에서의 정착을 완성했고 부모세대가 아글타글 농사를 지어 교육환경을 만들어준 것으로 사명을 다했다면 우리 세대의 소명은 다음 세대의 성장을 위한 경제적 기초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대목에서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한이 묻어난다. 세상을 놀랠만한 위업은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하며 김원준사장은 후배기업인양성을 자처하고 있다. 기회가 넘치는 중국땅에서 후배들이 당당하게 실력과 규모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기업1세대의 바램이기도 하다. 

인상, 김원준 

김원준사장을 만나고 나서 두루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카리스마와 결단력, 합리성과 공평성, 정직과 진실…그의 가치관인 셈이다. 그는 동진그룹의 가장 중요한 기업문화는 '공평공정'이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직원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그 기본은 그대로 통한다. 부탁 받은 기차표 한 장을 구해주기 위해 수십군데 연락을 해서라도 도움을 준다는 김원준회장, 그렇게 노력을 들이면 꼭 해결방법이 나온다며 그는 남을 돕는것이 혼자서는 어떤 일도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 김원준사장은 그렇게 자기에게 정직하듯이 남에게 정직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인드로 많은 협력과 도움을 이끌어냈다. 김원준사장으로부터 비롯된 그 마력이 바로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갈 동진그룹의 저력이 아닌가 싶었다.

좋은 아침 2009.3
류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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