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기적 같은 우승과 박태하 잔류선언 그리고 '눈물'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0월25일 07시06분    조회:337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풋볼리스트=연길(중국)] 류청 기자= ‘THANK YOU 연변인민의 영웅 박태하’

24일 중국 연길시 연길 인민경기장, 경기 시작 직전에 본부석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서포터들이 큰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연변창바이산과 후난과의 ‘2015 중국 갑급리그(2부리그)’ 29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현장이었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연변은 지난 라운드 이미 슈퍼리그 승격을 결정 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었기에 경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경기 전부터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연변팬들은 경기장 근처를 가득 메웠고, 2만 8천 석의 관중석도 거의 다 채웠다. 이들은 귀에 익은 응원가에 “연변”을 넣어 불렀다.

한족 응원단이 부르는 아리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앞서 언급한 큰 플래카드를 들어올린 이들이 조선족 응원단이 아니라 한족 응원단이었다는 사실이다. 연변에는 3개의 서포터 조직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한족이다. 이들은 규모면에서 가장 크고, 가장 좋은 자리인 본부석 맞은 편에 앉아서 응원한다. 박 감독도 “응원은 한족이 더 잘한다”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선수들을 격려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한족 서포터는 경기시작부터 열을 올렸다. 전반이 반쯤 흘렀을 때, 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관중들이 크게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선족 응원단이 부른 게 아니었다. 한족 응원단이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고, 이내 다른 관중들도 따라 불렀다. 연변이 이 지역에 얼마나 깊게 뿌리 내렸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 연변의 전 경기를 취재한 김룡 길림신문 기자는 “아리랑은 배우기 쉬운 노래 아니냐”며 “한족 팬들도 연변 팀을 이해하고 좋아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조선족 서포터에도 조선족과 한족이 섞여 있다. 한 조직의 회장인 김미화 씨는 “한족들도 응원은 모두 우리말로 한다”라고 했다.

조선족 서포터도 특별한 걸개를 준비했다. 김 씨가 이끄는 서포터들은 걸개에 ‘박태하, 슈퍼리그도 우리 함께 하자!’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이들은 경기 전부터 “박 감독님은 못 떠난다. 가신다 해도 못 가게 막을 것이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팬들은 꼴찌 연변을 한 시즌 만에 승격으로 이끈 박 감독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시작은 박태하, 마무리는 하태균
연변은 전반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 상대의 적극적인 수비에 경기를 완전히 주도하지 못했다. 후난은 공격을 이끄는 하태균과 스티브 그리고 찰튼을 거칠게 막아 섰다. 하태균은 상대의 거친 수비에 고전했다. 의욕적인 슈팅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골대를 크게 빗나갔다. 다른 선수들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달랐다. 연변은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렸고, 팬들은 전반보다 더 자주 일어났다. 그 중심에는 하태균이 있었다. 하태균은 후반 초반 상대수비의 조그만 실책을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태균은 골을 넣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벤치로 달려갔다.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얼싸안았다. 팬들은 환호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폴짝폴짝 뛰었다.

이후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렀다. 연변의 기세에 후난은 꼬리를 내렸다. 하태균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넣었고, 찰튼이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관중석에는 붉은 파도가 일었다. “됐다”, “아자”와 같은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태균이 해트트릭을 완성하자 경기장은 날아 올랐다.

다리를 살짝 저는 할머니는 며느리의 만류에도 서서 박수를 쳤다. 앉을 의지가 없는 이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서 응원했다. 체감기온이 영하를 밑도는 추위는 응원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에서도 나름의 축제가 벌어졌다. 한 할아버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과하지 않았다. 꼴찌가 1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직접 본 이들이 어떻게 차분할 수 있을까. 연변은 1965년 전중국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50년 만에 우승을 경험했다. 사물놀이패가 경기장을 빙글빙글 돌고, 선수들은 걸개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다. 하태균은 태극기를 몸에 감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 축하행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박태하의 잔류선언. 3번의 박수 그리고 눈물
다들 웃는데 박 감독은 웃지 않았다. 경기 후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도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지 기자와 팬들의 관심이 자신의 거취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 감독은 우승의 영광을 구단과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저도 경악할 정도로 선수들이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제 거취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터뷰가 거의 끝날 때쯤에 박 감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사실 시즌 중에 많은 팀에서 제의가 있었습니다. 고민도 했습니다. 결정은 했는데 시즌이 끝나지 않아 말씀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연변을 떠날 수 없습니다.”

박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가 터졌다. 박 감독의 말을 알아 들은 기자들이 박수를 친 것이다. 통역이 박 감독의 말을 중국어로 옮기자 다시 한 번 박수가 나왔다. 옆에 앉아 있던 박성웅 단장이 박 감독과 2년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하자 또 한 번 박수가 나왔다. “하오(好)”를 외치는 한족 기자도 있었다.

한 기자는 눈물을 흘렸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 기자가 박 감독의 잔류선언에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뒤로 나가서 눈물을 닦았다. 박 감독은 1999년 강등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슈퍼리그(1부리그)에 오르지 못한 연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팬과 기자들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고 있었다. 한 기자의 눈물은 박 감독이 연변에서 보낸 1년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박 단장이 박 감독의 손을 잡아서 위로 올렸다. 다시 박수가 나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박 감독과 연변의 1년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기고 있지만, 박 감독과 연변은 또 다른 시대를 시작했다. 모두가 말렸던 박 감독의 ‘무모한 도전’은 연길 인민경기장의 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들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473
  • (베스트 일레븐) 부산 아이파크와 옌볜(延邊) 푸더(富德)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스파링 매치를 벌인다. 부산은 2016 K리그 챌린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승격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 옌벤은 현재 개막한 중국 슈퍼리그(CSL)에서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두 구단은 평가전을 갖기로 합의했다. 부산은 지난 15일 구...
  • 2016-03-18
  •     최명광 "례의, 겸손, 렴치, 극기, 백절불굴", 이는 태권도 정신이다. 우리 연변축구팀 용사들에게 이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 중국축구슈퍼리그는 전국시대(战国时代)에 들어섰다고들 한다. 돈으로...
  • 2016-03-17
  • [풋볼리스트=항저우(중국)] 한준 기자= 보조 경기장을 포함해 총 9개면의 운동장을 보유한 중국슈퍼리그 축구팀 항저우그린타운의 클럽하우스 규모는 거대하다. 1군팀부터 U-12, U-15, U-17, U-19로 구분된 연령별 팀, 그리고 중국에만 존재하는 ‘축구 학교’가 한 곳에 모여 축구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항저우...
  • 2016-03-17
  • 지난 제1라운드 상해신화팀과의 원정경기때 상해동북경제문화발전촉진회 연변사업부 박형군주임을 비롯한 핵심 골간들이 순조로운 응원에 큰 힘을 보탰다. 제2라운드 강소소녕팀과의 원정경기때도 쟝저후(江浙沪) 축구팬협회와 합세하며 순조로운 응원을 도왔다. 박형군씨는 기자와의 두번 만남에서 “연변팀이 있어 ...
  • 2016-03-16
  • 연변팀의 올시즌 목표는 크게 1,2차로 나뉜다. 1차 목표는 슈퍼리그 잔류, 2차 목표는 10강 진입이다. 연변팀의 박태하감독과 “팀의 핵심” 윤빛가람선수(한국 제주전지훈련 인터뷰시)는 “일찌감치 잔류를 확정한 뒤 순위를 올리고싶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시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여유 있게 ...
  • 2016-03-16
  •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직 알파고가 상수(上手·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바둑은 아직 인간이 (기계를 상대로) 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 2016-03-15
  • 이세돌 9단은 '인간 대표' 수식어를 달기에 충분한 승부사였다. 앞선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한 뒤였지만 스스로 그 약점을 택해 시험대에 올랐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종로구의 포시즌스 호텔 6층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알...
  • 2016-03-15
  • [중앙일보] 표정 없는 알파고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표정 없는 대리인 아자황 박사에 비해 ‘승부사’ 이세돌이 순간순간 짓는 표정은 생동감이 넘쳤다. 그의 표정때문에 대국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함께 가슴을 졸이고 함께 초조해 했고, 승리의 기쁨도 함께 나눴다. 상대에게 이다지도 자기 감정...
  • 2016-03-15
  • 1초당 10만 가지 수 계산하는 '슈퍼컴'과 싸우는 인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으로 인류 최강자를 이긴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에 전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그러나 열광과 환호는 최신 기술 앞에서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세돌 9단에게 쏟아지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2일 인공지능 알...
  • 2016-03-13
  • ◆ AI 혁명 / ④ 알파고가 던지는 교훈 ◆ 인간은 익숙지 않은 상황에 마주쳤을 때 두려움부터 앞선다. 향후 100년간 기계가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뇌를 압도한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에다 기계가 사람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염려도...
  • 2016-03-13
‹처음  이전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