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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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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대의 애국자
2017년 05월 22일 15시 17분  조회:1301  추천:1  작성자: 최장춘
강뚝길을 따라 걷는 산책은 즐겁다. 우둠지 사이로 쏟아지는 해살을 등지고 일부러 셈평좋게 늘쩡늘쩡 걸으면 저도 몰래 흥흥 코노래가 날 때 있다. 언젠가 그날도 강뚝길에서 향기로운 화초들의 풀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하던 중 뜻밖에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웬 로인이 밀짚모자를 꾹 눌러쓰고 관목숲 틈바구니에 비집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일했다.

호기심이 동해 다가가서 살펴보니 나무꼬챙이로 숲 그루 사이에 끼인 휴지쪼각, 담배꽁초, 잡동사니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비닐주머니에 넣는 것이였다. 강뚝길을 청소하는 일군은 따로 있는데 왜 하필 저 로인이 고달프게 고생을 찾아할가? 의문스럽고 또한 궁금해서 저 만치 돌의자에 앉아 다리쉼하는 나이 지숙한 분과 물어보았다.

“저 령감말이우? 평생 위생청결부문에서 일하다 퇴직하고 나니 심심해 그러겠지우...” 대답해주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지만 뒤돌아보며 걷는 나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로인에 대한 감탄사가 그들먹히 차올랐다. 그런 와중에 또다른 광경이 나의 시선을 자극했다. 끼리끼리 둘러앉아 벌리는 야외마작판이였다.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 잦은 다툼질을 감내하지 못해 코를 힝 풀어 내동댕이친 휴지장이 지저분하게 널려있었다. 금방 목격한 이름 모를 로인의 덕성과 대조적인 살풍경을 이뤄 부풀어올랐던 심정이 김 빠진 공처럼 대번 후줄근해졌다. 백메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낮과 밤의 다른 판이한 두 얼굴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실망감이 컸다.

몇년전 정부가 시민들의 휴식터를 마련하고저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각고의 노력끝에 일궈낸 공간을 부르하통하공원으로 명칭을 달았다. 낮에는 일매진 물마루 넘실거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가 찌물큰 몸을 시원히 식혀주는 매력 넘친 강뚝길, 저녁에는 밤하늘의 별무리가 통채로 내려와 우중충 솟은 건물 외곽에 불빛의 신비한 환상을 얹혀 놓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한껏 뽐낸다.

누구나 이 산간도시를 선뜻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너무 경망스러운 것 같고 차분히 더듬으면 끈끈한 정이 온몸을 휘감아 멀리 떠난 타향의 몸일 지라도 그 감격이 사무쳐 꿈속에서조차 부르며 찾는 고장이다. 비록 가난의 흔적이 듬성듬성 남아있어 괴로운들 어이하랴. 옛날 멧새 슬피 울던 버들방천을 개척한 선조들이 땀방울이 방파제의 물갈기로 흩날리는 듯 일초일목에 하얀 넋이 깃들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뭔가를 보태주고 싶은 정열이 앞다투어 긍지가 새롭다.

도시를 가꾸는 몫이 어찌 개인이 따로 있고 정부가 따로 있겠는가. 전문 설계사가 전망계획을 그려내고 정부가 비준하고 시민들이 캠페인 식으로 하루이틀 동원되여 성과놀음을 탐내던 시절은 이미 멀리 지나갔다. 구역구역 아빠트단지의 록색공원이 전체 도시공원과 융합되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생산성 가치를 창출해야 도시의 이미지가 유명 브랜드처럼 급부상한다.

강뚝공원을 한낱 세면트구조물 사이에 끼인 침묵의 시설물로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내집 정원처럼 알뜰히 정비하여 생명의 약동소리 차넘치게 할 것인가. 여기에는 전반 시민들의 한결같은 마음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환경이 엉망진창인데 유람객이 안 온다고 아우성치는 일은 마치 구역질 나는 가게에서 음식장사하려는 어리석음과 같은 리치이다. 사람들은 흔히 오장륙부를 자신의 몸속에서 떼여놓고 생각하지 않지만 더불어 숨쉬며 사는 도시를 자신의 생활테두리밖으로 뿌리쳐버리고 자기중심의 극단을 고집한다.

제 집 문 앞 눈만 쓸고 한치의 울타리밖 눈더미는 본체만체하는 리기심이 둥지를 틀고 앉아 사회청결활동이 항상 쟁개비열정으로 뽀르르 끓다 만다. 건설의 힘도 멋지겠지만 그 거리를 보석처럼 깨끗히 닦고 또 닦는 정성이 더욱 값지고 보람차다. 애민애족의 뜻을 모아 감싸안아 세운 도시의 혈관속에 분명 우리의 심장에서 터져나온 뜨거움이 굽이친다. 청춘의 활력이 끓어번지는 도시에는 녀인의 몸 치장과 같은 화려한 친환경문화가 샘처럼 용솟음쳐 흘러야 한다.

부르하통하공원 시공을 도맡은 연변돈황환경예술유한회사 송영학사장은 시민들에게 좋은 환경을 선사하기 위해 밤낮이 따로 없이 악전고투하여 공사를 기한전에 훌륭히 완성했고 손수 키운 갖가지 중키나무, 애솔나무 도합 24만원 어치를 무상으로 강뚝에 심었다. 그의 로고와 헌신정신을 치하해주는 사람들과 나누는 송영학사장의 이야기가 항상 이렇다. “ 응당 해야 할 일인데 뭐 대단할 것 없습니다.”

낮은 자세로 겸손을 지키는 아량이 지극하다. 말보다 실천에 옮기는 주인공의식이 우리 사회를 문명으로 리드해나가는 힘의 원천이고 동력이다. 지난날 빼앗긴 강토를 찾기 위해 목숨까지 바쳐싸운 수천수만의 영웅들을 애국자라 부른다면 평화의 오늘날 한줌의 흙, 한그루의 나무, 한방울의 물을 자신의 살점처럼, 피방울처럼 귀중히 여기는 귀감들을 시대의 영웅이라, 애국자라고 자랑 높이 부르고 싶다. 금싸락은 작지만 뿜는 빛이 눈부시다. 물 한방울의 시작은 미세하지만 대하를 이뤄 바다로 흐를 때 기세가 용용하다.

길림신문 201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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