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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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민족문화적 접근의 필요성
2009년 02월 19일 15시 53분  조회:3869  추천:35  작성자: 곽승지
[6-2-3-2]
. 민족문화적 접근의 필요성

한민족이 지니고 있는 민족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한민족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민족문화적 접근을 통해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과의 관계맺기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집거지를 중심으로 살아가면서 민족문화를 오롯이 유지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동포들을 끌어안는데 유용할 것이다.

한민족공동체 형성은 민족문화의 정신적 원형을 복원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세계150여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700만 재외동포들은 민족문화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문화란 우리 민족의 사유(思惟), 생활방식에서 대대로 이어온 것을 총칭한다. 민족문화의 원형이란 문화현상으로 나타난 것에서 공통된 유무형의 형질을 추출한 보편성의 원리로서, 세계관과 생활양식상의 원형성(arch-pattern)을 반영한 개념이다.

노귀남박사는 한민족문화의 원형을 시골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돌담’에서 찾는다. 그리고 돌담이 지니고 있는 정신적 근원을 불이사상으로 파악한다. 그러면서 돌담을 자연과 집의 경계일 뿐 아니라 민족문화의 시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노귀남, 2006) 크고 작은 각각의 돌을 모아 다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 돌담에서 부분과 전체, 개성과 집단의 관계를 사고하는 하나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돌을 사용하여 하나의 인공물로서 돌담을 만들어낸 행위주체의 마음이다. 개체의 특성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고, 큰 것, 작은 것, 모난 것, 둥근 것을 우열을 가리지 않고 이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서 돌담을 만든 그 정신이다. 돌담은 자연과 집의 경계이지만 허물어지면 돌로 돌아가 그냥 자연이 되고 다시 쌓으면 사람의 울이 된다. 돌담은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집단과 화합하는 이치를, 유일한 것이 아닌 하나, 즉 불이사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융화의 이론으로서 ‘샐러드접시이론(salad boll theory)’의 적실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별적 문화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조화시켜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족문화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족동포들을 끌어안는데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에 의해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정체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문화적 정체성은 다민족국가인 중국에서 한민족임을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증거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와 관계맺기를 하는 주된 무기이다.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또한 조선족동포들이 스스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민족문화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조선족동포를 끌어안는데 활용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조선족동포들과 관계맺기를 하는데 대한 중국의 견제 또는 우려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 연변과 조선족은 중국 현실정치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당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일방적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치적인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문화를 선양하는 것은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다. 민족문화를 매개로 조선족동포들과의 감정적 교감을 꾀하는 것은 중국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조선족동포와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민족문화적 접근을 통해 조선족동포에 다가가는 것은 한국의 민족문화 원형 발굴 사업과도 결합될 수 있다. 문화관광부는 2006년 11월 22일 향후 10년간 ‘민족문화 원형 발굴 및 문화정체성 정립 사업’을 추진해 이를 문화예술 창작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활 현장인 '터', 일과 놀이의 개념을 담은 '판', 한국적 공동체 '울' 등 13대 문화원소를 사업 단위로 삼아 원소마다 7-12개씩 모두 120개의 세부과제를 선정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되어있다.

연변에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는 부분적으로 중국문화를 수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문화를 기본으로 하여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족사회는 민족문화의 원형을 찾는데 있어서 중요한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문화의 복원사업은 또한 조선족동포들의 참여를 높일 뿐 아니라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양시킴으로써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21세기 소통의 시대에 감정을 교류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또한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가 문화적 측면에서의 갈등을 줄이는데 용이할 것이다. 최근 조선족사회에서는 연변말의 정체성과 관련해 진통을 겪고 있다. 대체로 한국말을 지향하려는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일부에서 연변 고유의 말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 관습과 관련해서도 조선족사회는 한국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민족문화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사회와 연변사회가 연대감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중국 조선족사회는 한국사회와 문화적으로는 동질성이 강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이완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중국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가져온 결과이다. 물론 조선족사회가 형성되어 온 역사적 배경도 중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조선족동포들과의 관계맺기를 위한 방법은 조선족동포들의 성향과 중국당국의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민족문화적 접근이 가장 유용할 것이다.

제6장 공존을 위한 미래전략 글 싣는 순서
1.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전략적 접근
0.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
0. 똘레랑스와 불이사상: 사상적 패러다임의 전환
- 조선족 포용의 논리로서 똘레랑스
- 중국 설득의 논리로서 불이사상
0. 민족문화의 원형 복원: 조선족 끌어안기
- 한민족 민족문제의 이중성
- 민족문화적 접근의 필요성
0. 미래공간 만들기: 중국과의 파트너십
- 미래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연변활용론과 중국의 기대이익
- 월경협력을 통한 공존 모색
3. 연변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 대안
0. 건강한 조선족사회 만들기
0. 부강한 연변 만들기
0. 주요 성공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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