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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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도시화시대 민족공동체의 재편성을 위하여 (장춘식2)
2007년 03월 11일 07시 57분  조회:1623  추천:111  작성자: 장춘식

도시화시대 민족공동체의 재편성을 위하여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우리 민족공동체의 기반을 이루고있던 농촌사회가 공동화(空洞化)되여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처녀들은 외국으로, 도시로 시집을 가고 돈 벌러 가서 시골에는 로총각들이 수두룩하다고 하고 젊은이들이 아이를 데리고 도시에 진출하다보니 학생이 없어 학교들이 페쇄되거나 통합하여 아해들의 천진란만한 웃음소리, 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도시화시대에 진입하고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록 우리 시골이 공동화되여가고있는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민족 구성원의 절대적 인구가 우려할 정도로 줄어든것은 아닌것 같다. 외국에 돈벌러 간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올것이고 국제결혼을 한 경우에도 위장결혼이 많아서 때가 되면 돌아올 사람이 적지 않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골을 떠난 우리 민족 구성원들은 어데로 갔는가? 도시에 갔다. 현재 북경을 비롯하여 천진, 청도, 상해 등지에는 조선족의 인구가 눈에 뜨이게 늘어났다고 한다. 주로 한국 투자기업이 많은 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히 증가하고있는 추세인데, 거기에 신생이민이라 할수 있는 한국인들까지 포함하면 이런 대도시의 우리 겨레 인구수가 상당한 규모에 이르렀다고 할수 있다.(북경과 청도의 조선족 인구가 각각 10만을 넘는다고 보는 견해들이 신빙성을 얻고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각 대학교들에 한국어과가 신설되면서 엘리트계층도 상당한 규모를 이루고있다.

  우리 민족의 지도층에서는 시골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모로 노력하고있다고 들었다. 그 한 사례로 중-대형도시 주변에 조선족 집성촌을 조성하는 작업을 들수 있다. 일반적인 농경이 아닌, 반(半)도시적 패턴의 사회를 지향한 작업이라 하겠다. 도시의 제조업에 기대여 로동집약형의 공장을 설립하거나 도시에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입을 늘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민족인구의 집성을 노린것이다. 시골총각들도 수입이 늘어나 잘살게 되면 도시에 갔던 처녀들이 시집을 올수 있을것이라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전혀 무의미한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중국사회의 형태가 농경사회에서 도시화사회에로 바뀌여가는 상황에서 이런 발상은 여전히 농경사회적인것에서 별로 전진하지 못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러니까 도시화시대에는 도시화시대에 걸맞는 발상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민족구성원이 대도시에 진출한후 문제가 되는것은 민족동화현상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한족학교에 다니니 자기 민족어나 문화를 잃어가게 되고 도시에 흩어져 살다보니 민족신문이나 잡지, 도서를 접하기가 어려워지고 텔레비죤, 예술공연 등 문화생활도 민족적인것과는 멀어져갈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민족공동체의 연대성이 약화된 관계로 타민족과의 통혼비률이 증가되는것 또한 커다란 우려거리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조선어학교의 운영이 대표적인 례가 되겠다. 처음에는 주말학교 형태로 운영하다가 요즘에는 한족학교에 조선어문 과목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형태를 취하고있다고 한다. 기숙사까지 있어 상당히 많은 조선족 아이들에게 조선어문을 가르치고있는것으로 안다. 민족문화 교육의 한 대안으로 적극 권장할만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조선족운동회나 조선족예술단의 초청공연 등도 전에부터 있어온것이지만 여전히 유익한것이라 할수 있다. 또한 각 조선문 신문사의 지국 창설이나 광고용 무가지들의 발행 또한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있다. 아쉬운 점은 아직 조선문 신문, 잡지, 도서의 발행을 위한 정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하여 민족정체성 보존을 위한 문화보급활동이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모임이나 협회를 설립 활성화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키는 일 등 할만한 일들은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이미 하고있거나 할만한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도시에서 조선족으로서의 공동체가 형성되였다는것을 느끼지 못하고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여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민족정체성 보존을 위한 상기의 노력들은 모두가 매우 중요한 작업이지만 결국 빛나는 하나하나의 구슬에 불과하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이것을 한줄에 꿰여야 민족공동체라고 하는 보배가 만들어질터인데 그것을 꿰는 네트워크, 즉 조직체가 미비하다는 말이다. 이는 결국 정부의 몫이다. 민간행위로서는 도무지 권위성을 가진 네트워크를 형성할수 없기때문이다. 각 지역의 조선족자치정부에서는 이제 눈길을 대도시에서의 민족공동체 재편성쪽으로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혹자는 민족동화가 두려울게 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즉 오늘과 같은 세계화의 시대에 민족정체성이 왜 중요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민족정체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더 전개해보겠거니와 민족소속감을 상실하였을 때 우리는 줄 끊어진 연의 신세처럼 정처없이 떠다니다가 결국 추락하고말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도시화시대다. 우리 민족의 지도층에서는 이 점을 절실히 느끼고 대도시에서의 민족공동체사회의 형성에 올인해야 할것이다. 이는 조선족이 중화민족이라는 대가정속에서 영구히 존속할수 있느냐의 여부를 가리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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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경송
날자:2007-03-19 00:03:31
반벽거사님의 말씀대로 도시화시대에서는 민족공동체의 재편성과 네트워크 조직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기에서 선배님을 뵙는군요. 추후 좋은 글들을 많이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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