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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 이것이 문제로다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일전에 나는 우리말 우리글을 공부하는 유수의 조문과 학도들의 우리말 우리글 수준이 과거보다 너무 저하되었다는 말을 은사님한테서 들었다.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수 없다. 말과 글이 사라지면 민족은 죽는다. 물론 유태인과 같이 종교신앙 하나만으로 아직까지 살아남은 민족도 있다. 그런데 우리 민족과 같이 확고한 종교적신앙을 갖지 못하고 있는 민족으로서는 생존의 기반이 전적으로 말과 글에 의존할수밖에 없는데 우리말 우리글 교육에 이상이 생겼다니 이건 그냥 걱정 정도가 아니다. 위기라고 말하면 기우일까?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된것일까? 적어도 다음의 두가지는 반드시 지적해야 할것 같다. 첫째는 입시위주의 초중등교육체제때문에 우리의 학생들이 과외도서 읽을 시간과 여력, 그리고 관심이 별로 없다는 점. 둘째는 배금주의, 물신주의가 만연되여있는 우리 사회의식의 영향.
입시위주의 교육이라는점에 있어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한국도 마찬가지다(내가 안다는것이 중국 외에는 한국뿐이니…). 그나마 한국에서는 작품분석이나 작문(론술)이 대학입시에 상당정도 반영이 되기때문에 “문고판” 공부는 꽤 하는것으로 알고있다. 한국보다 말과 글 환경이 훨씬 렬악한 우리의 경우 조선어문교육이 “문고판” 문학도서 읽을 수준도 안되니 더구나 문제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70년대에도 우리의 조선어문교과서 문학수준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그나마 여유시간이 많았기때문에 많지 않은 과외도서나마 읽지 않고는 시간을 때울 방법이 없었다. 놀이라는것도 지금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음 물신주의의 만연과 우리 말과 글의 교육은 어쩌면 반비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돈이 최우선이라는데 돈 안되는 말과 글에 신경 써보았자 별 리익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조선어문교육은 그냥 대학입시때 점수 받을 정도로만 가르치고 배우면 그만이 된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이런 의식은 조문과 학생 절대다수가 녀학생이라는 사실에서도 알수가 있다. 조문과 나오면 큰돈 벌지는 못하더라도 중고등학교 선생이나 기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수가 있으니 녀성 직장인으로서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고있는지도 모르는것이다.
그런 의식은 우리 문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학인이 줄고 문학지가 줄고 독자가 줄고있는 상황은 그러한 우리 사회의 의식이 반영된것이다. 우리말 우리글이 사회적으로 찬밥신세가 되니 작가지망생들이 줄어들것 또한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 학생들의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의 저하로 나타난것이리라.
이 모든것은 사실상 실용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리념에 의해 야기된것이 아닌가하는게 나의 판단이다. 실용주의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자세히 론의하겠거니와 이 실용주의는 파탄의 변두리에 이르렀던 우리 경제를 오늘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중요한 리념이기는 했으나 그것으로 하여 또다른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파생한것은 아쉬움이 아닐수 없다.
어쨌든 한심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말 우리글 가지고 사명의식이요 책임감이요를 넋두리처럼 웨쳐대며 일하고 밥 벌어먹고사는 나같은 사람의 립장에서는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면 오히려 나는 행복하겠다. 보다 근본적인 비극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악화될 경우 우리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민족의 생존마저 위협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민족 정체성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며 왜 중요한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론의한바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온 사회가 그 모양인데 나라고 특별히 뾰족한 수가 있을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대안이 없는것도 아니다.
먼저 우리 조선어문의 교과과정에 대해 살펴보자.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서는 시험문제 출제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수밖에 없다. 우리말 우리글의 보존과 발전에 유익한 방향에서 출제하면 효과가 금방 나타날것이다. 문제는 교과과정을 우리가 직접 정하지 못하거나 정할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여있다는것인데, 허용되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는것 외에도 교과과정외의 참고서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수도 있을것이다. 대학입시에는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중고등학교 승학시험에는 반영할수 있지 않을까한다. 교육자의 립장이 아니니 세부적인 방안은 내놓을수 없지만 우리말 우리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식만 갖추고있다면 관련자들이 생각할수 있는것들이 상당정도 있을것이라 믿는다.
백일장같은것을 활용하는것도 한 대안이 될것이다. 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에서 주도하여 해마다 개최하는 대규모 백일장외에도 각 학교별, 향별, 현시별 등 가능한한 자주, 그리고 많이 중소규모의 백일장을 개최하면 우리말 우리글의 수준 향상에 큰 도움이 될것으로 믿는다.
백일장 얘기를 하면서 문뜩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여러해 전에 룡정에 갔다가 내가 아는 모 원로 문화인이 경영하는 서점에 들린적이 있다. 아래층에서는 일반 서점과 마찬가지로 책을 팔고 우층에는 도서열람실을 만들어 경영하고있었다. 본인의 장서를 내다가 비치해놓은것은 물론 한국에 나가서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재고도서들을 얻어다가 비치해놓기도 했었다. 그것을 중소학교 학생들에게 개방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재주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직접 작문지도도 해준다고 했다. 지도해준 학생들이 작품공모나 백일장에 많이 입선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 원로 문화인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었고 또 이것이야말로 우리같은 문화인들이 할수 있고 직접 효과를 낼수 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대안은 여기에 있는것이 아닐까? 아쉬움이나 위기를 알면서도 어쩔수 없다는 생각으로 한숨만 쉴것이 아니라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수 있는 일을 하는것이 우리의 바른 자세일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지만 뭐든 해야 지성이 들어가는것이고 지성이 들어가야 하늘을 감동시킬수 있을것이 아니냐 말이다.
200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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