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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선인가 악인가?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지난 글에서 나는 실용주의는 파탄의 변두리에 이르렀던 우리 경제를 오늘과 같이 먹고살만큼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중요한 리념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사회적문제들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용주의는 선일까, 악일까?
철학적으로 실용주의는 관념이나 사상을 행위와의 관련에서 파악하는 립장이다. 즉 어떤 관념에서도 그것이 유용한 결과를 가져오면 곧 진리라고 보는 견해가 실용주의가 되는셈이다. 그것이 중국에서는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리론 즉,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면 다 좋은 고양이라는 사상으로 정리되여 널리 알려졌다. 다시 말하면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제를 발전시켜 백성들이 소강(小康)생활을 향유할수 있고 행복할수만 있다면 어떤 관념이라도 진리가 될수 있다는것이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리론을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교조적 사회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시장경제정책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좀더 윤택한 삶을 영위할수 있게 되였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마약, 도박, 매매춘 같은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배금주의 혹은 물신주의는 이제 간과할수 없는 정도에 이르고있다.
혹자는 그래도 좋다고 말한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것이 삶의 목적이 아니냐는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자신도 가끔 그런 말에 슬그머니 동감하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것은 나 한사람의 생각만은 아니리라. 왜? 뭔가 모자라기때문이다. 뭐가 모자라는가? 가치기준이다. 인간은 뭔가 생각하고 행동할 때 항상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는 그 옳고 그름의 기준이 너무 불분명한것이다. 하기야 선과 악은 원래 칼로 벤듯이 기준이 분명히 갈라지는것은 아니다. 심지어 때로는 선과 악이 혼재하는 현상도 가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 선악을 도무지 구분할수 없게 되였을 때 인간은 혼란에 빠지며 심지어 삶의 의미마저 상실하게 된다.
이것은 중국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들이다. 조금 다른 차원에서 실용주의는 우리 조선족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악을 낳기도 했다. 리혼률의 급등과 가정해체가 대표적인 례가 되겠다.
언젠가 이런 말을 전해들은바가 있다. 연길의 어느 한 소학교에서 아빠 엄마 중 한쪽이 없는 학생들 손 들라고 하니 반수 이상이 손을 들더란다. 물론 일부는 리혼때문에 부모가 따로 사는 경우가 되겠고 또 일부는 부모가 외지나 외국에 돈 벌러 나갔을수도 있다. 그러나 원인이야 무엇이든 결손가정의 자식들의 성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수 없다는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실례 하나 더 들어보자. 요즘 아빠가 집에서 애들 시중들고 엄마가 한국에 나가서 돈벌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장 손쉽게 한국에 나가는 길이 위장결혼이 되였기때문이다. 위장결혼도 당연히 불법이며 도덕적으로 그른 행위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용주의적”으로 눈감아준다고 해도 그에서 야기된 엄청난 폐단은 그냥 두고볼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젊은 남자가 혼자 집에서 아이 데리고 살자니 오죽하겠는가. 마누라 벌어 부쳐보낸 딸라를 빼내여 가끔 술 한잔 마시는것도 인지상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번 반복되면 그것 자체가 유혹이 되고 습관이 되여버린다. 어느날 아내가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와보니 남편이 술집 아가씨나 끼고 다니며 돈을 다 써버렸다고 하자. 그 뒤의 사연은 상상만 해도 뻔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국에 가서 사장이나 감독에게 갖은 목욕을 당하며 어려운 막로동을 하다보면 술생각이 날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나면 무슨 돈 모아 고향에 부쳐보내겠는가.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림시동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림시동거도 동거이다. 위장리혼이 가짜가 아니듯 림시동거도 꼭 림시로 끝나는것은 아닐것이다.
이래저래 우리 조선족사회의 리혼률은 매우 높은편이다. 그리고 그 내용도 매우 우려스러운것들이다. 리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것은 물론 아이들이다. 그러나 리혼 당사자들이 입는 정신적인 피해 또한 간과할수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앞에서 지적한 가치관의 혼란이다. 가짜와 진짜, 옳음과 그름, 선과 악이 너무 뒤죽박죽 혼재하여 판단의 기준을 찾기 어렵게 된것이다.
실용주의는 리혼률만 상승시킨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속속들이 침투되여있다고 보아야 옳다. 마약, 도박, 매매춘은 앞에서도 언급했거니와 그밖에도 투기와 사기, 지도층의 부정부패, 범죄률의 상승, 지방보호주의, 환경파괴와 오염…이 모든것들이 다다소소 모두 실용주의와 연관된다.
그렇다면 실용주의는 선인가 악인가? 한마디로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건 이제 그 악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의 의미가 흔들리기때문이다.
200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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