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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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우리 문학은 어떤 문학이여야 하는가? (장춘식9)
2007년 03월 11일 08시 32분  조회:1535  추천:126  작성자: 장춘식

우리 문학은 어떤 문학이여야 하는가?

장 춘 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우리는 누구인가? 즉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의식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생각해보았을 질문이다.

  먼저 우리는 단군의 후예이다. 세계 한민족의 한 구성원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한반도에 살았었다.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우리 조상의 대량 이주는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여있다고 보여진다. 기근을 피해 살길을 찾아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북간도, 서간도로 이주해왔고 그것이 점차 동북땅 곳곳에 퍼지게 되였으며 오늘은 중국땅 어디에든 살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였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또 중국인이기도 하다. 56개 민족이 어울려 사는 중국땅의 한 민족이다. 중국국적을 갖고있고 중국땅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소수민족인 조선족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정체성은 이중성을 가질수밖에 없다. 혹자는 한국과 조선의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여 우리의 정체성은 삼중성을 띤다고 보고있고 또 그런 견해는 상당 정도 타당성도 있으나 그렇게 세분할 필요까지는 없을것 같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민이라는 국민적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의식속에 동시에 소유한 이중적 정체성의 문화인이라는 말이 된다.

  우리 문학이 어떤 문학이여야 하는가 라는 론의는 바로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될수밖에 없을것 같다.

  과거 우리 문단에서는 항상 중국문학의 뒤꽁무니를 따라간다는 비평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였었다. 문학의 새로운 주제, 새로운 기법이 중국문단에서 한참을 류행하고나서야 우리 문단에서도 비슷한 주제, 비슷한 기법들이 등장한다는것이다. 남의 뒤꽁무니를 따른다는것은 아무래도 그리 명예롭지는 않은 일이다. 시체말로 쪽팔리는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남의 뒤꽁무니를 따를것이면 한국문학의 뒤꽁무니를 따르는것이 나을것이라고 주장한적도 있었다. 같은 민족이기에 덜 쪽팔려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학의 사조는 아무래도 한국문학이 더 먼저 받아들인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세계 문학의 사조에 반응하는 속도가 한국이나 중국이나 거의 비슷하다. 모두 매우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말이다. 우리도 만찬가지이다. 이 말은 이제는 남의 뒤꽁무니만 따라간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리해해도 무방하다.

  이 시점에서 림원춘의 단편소설 <몽당치마>가 성공할수 있은 비결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볼수 있다. 여러가지 견해들이 존재하지만 필자는 아무래도 시대정신과 민족적인 문화의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생성된 문학적 가치가 그 성공의 비결이 아니였을가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했을 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수 있다는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은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문학의식이나 창작기법, 세계인식 등의 문제는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수 있고 각자의 기호에 따라 학습하고 수련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소재 선택이나 언어의 사용, 작가적립장은 우리의 삶, 우리의 상황, 우리의 문화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재 선택이나 언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별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으리라 여겨진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가 살아가고있는 현실에서 취재해야 할것이고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민족어를 최대한 살려야 할것이다. 그러나 작가적립장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할 여지가 있다 하겠다. 가령 인류의 보편적가치와 조선족적인 립장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하는 문제가 이에 속한다. 우리는 당연히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흔히 인류의 보편적가치로 인식되는것들이 모두가 수용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인가 하면 꼭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다. 미국문화와 아랍문화의 충돌이 이를 반증해준다. 중국에서 지금 추구하고있는 보편적가치나 다름없는 실용주의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실용주의는 지금 금전만능주의로 변질되여가고있고 그에 따라 우리 조선족사회는 리혼률의 급등, 결손자녀문제, 농촌사회의 공동화, 공인된 가치기준의 부재 등 일련의 문제들을 파생시키고있다.

  따라서 우리의 작가적립장은 우리 사회가 겪고있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아우를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작가들은 우리의 삶, 우리의 고민과 한, 우리의 리익과 소망을 어떻게 드러내고 대변할것인지를 문학의 가장 일차적인 과제로 삼아야 할것이다. 가장 민족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다시 연역하면 가장 우리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것이다 라는 명제로 재해석할수 있지 않을까 한다.

200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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