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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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곡
2015년 01월 04일 12시 44분  조회:4727  추천:6  작성자: 방홍국
사부곡
 
어린 내가
문턱을 가로 타고 앉아
“방무송을 타도하자!”를 웨쳤다지요.
꼬깔모자 쓰고 두팔은 뒤로 묶인 아버지께서
머리 숙이고 앞에서 걷고
수많은 동네 사람들이 뒤를 따르며
“방무송을 타도하자!”를 웨치던 광경이
어렴풋이 떠 오릅니다.
그 억울하고 힘든 세월 어찌 견디셨습니까
 
아버지는 끝없이 일만 하셨습니다.
밭갈이하고 논물 보고 건조불 보고 가을걷이 하고 탈곡 하고
나무 하고 마당 쓸고 쟁기 고치고
텃밭 가꾸고 투망 깁고
고기 잡고 소깔 베고
셌째 누이 상처를 밤마다 소독해 주시고
둘째 형수님께 좋다는 약재 캐서
마당에 가마를 걸어 달이시고
로과에서 화룡에 오셔 서는
시당교 직발을 서시고
종내는 직발을 서시다 돌아 가신
아버지!
 
왜 말씀을 안하셨습니까
“보고 싶다!”
“장하다!”
“기쁘다!”
“나도 쉬고 싶다.”
“나도 같이 있고 싶다.”
중학교 들어 갈때까지
저를 곁에 눕히고 자면서도
왜 한번도 내가 잠들기전에
머리를 쓰담듬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느 밤에 우리들을 줄줄이 재워 놓고
엄마와 둘이서 맷돌을 갈며
아버지께서 그러셨다면서요.
“저 자는 걸 보오,제비 같소.
하나 더 낳았을걸.”
 
아버지는 온 종일 일하시고도
저녁 드시고는 바로
고기 잡이 나가 셨지요.
아버지가 두만강 한가운데서
달빛에 투망을 던지고 계실때
어린 나는 강기슭 큰돌우에 서서 추위에 떨며
속으로 투덜거렸습니다.
“아버지는 쉴 줄도 모르시나 봐.”
 
겨울이면 아버지는 집에 안 계셨습니다.
목재하러 먼 산속에 가신다 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오실때면 개눈깔사탕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사탕 봉지를 들고 밖에 나가
또래들 보는 앞에서 자랑스레
오돌오돌 씹으며
은근히 바랬었습니다.
“아버지가 산에 또 가셨으면…”
그러다 집에 돌아와 보면
아버지는 정말로 다시 산에 가신적도 있으시지요.그래서
아버지는 집보다 산을 더 좋아 하시는줄 알았습니다.
 
한번은 나의 고중반주임선생께서 방학에 시골 우리집에 오셨었지요.
아버지는 반주임 선생과 일본어와 력사에 대해
밤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때 처음 아버지가 말씀 잘하시는줄 알았습니다.
그때 처음 아버지가 일본어를 선생님보다 잘하고
력사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는줄 알았습니다.
 
우리 자식들은 아버지에 대하여
속으로만 궁금해 하고 의아해 했고
아버지는 자식들에 대하여
엄마와 친구분들께만 말씀 하시군 했습니다.
아버지와 우리는
서로에 대하여 그렇게 많은 말들을
끝끝내 나누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맨날 엄마,엄마,엄마
엄마한테만 매달렸습니다.
“아버지도 불러 봐라.”
그랬을법도 하신데….
아버지는 멀찍이 앉으셔서 웃고만 계셨지요.
 
아버지,그립습니다.
 
 
 
2015.1.3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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