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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答路
2009년 12월 11일 19시 45분  조회:10225  추천:41  작성자: 방홍국

答路

 

 

오늘은

일본인에 흑인까지

여섯명이나 나한테 길을 물어 왔다.

 

길에 나서면

자주 부딪히는 일이지만

묻는 이들을 실망시키기가 일쑤다.

 

서울 생활 천여일에

꽤 알만한 곳은 달랑

서울역 주변과 광화문 거리뿐인 탓이다.

 

아직도 서울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묻는 길을 알려 줄수 있을 것인가?

 

아직도 세상을 얼마 더 살아야

아들에게 인생길을 알려 줄수 있을 것인가?

 

이러다 어느날 과연

아침밥상에서 아들이 느닷없이

아빠,부자로 가는 길 가르쳐 주세요.

아빠,높은 령도로 가는 길 가르쳐 주세요.

아빠,스타로 되는 길 가르쳐 주세요.

물어 오면 어찌 답해야 하나?

 

“…글쎄다.

 

그러면 아들은 속으로

아빠 되어 가지구서

대체 아빠는 수십년을 어디서 헤매인거야?!

할게다

 

어디서?!...

그래 나는 긴 세월 어디를 헤매느라

사람들이 그토록

중히 여기고 귀하게 여기여

그리하여 더러는 진짜 신나게 걸어 가는

그 길들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힝하니 아들은 밖에 나가고

열려진 문사이로

씨잉-날려 드는 말몽둥이

 

아빠,오늘은

집 나갈 때 생각을 좀 하쇼!

어느 길을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

 

행여 아들 녀석이

이 길도 물어 봐 주었으면 좋겠다.

 

아빠,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딥니까?

 

그러면 가슴 쑥 내밀고

이리 답할수 있겠다.

 

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사랑해서 결혼하고

결혼해서 더욱 사랑하고

더욱 사랑해서 너 같은 아들을 낳고

너 같은 아들을 낳아서 한없이 사랑하는 길

이 길이라고

 

이에 더하여

남을 돕는 길까지 걷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라고

 

단 한갈래 아는 길을 온전히

아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라도

이 길을 더욱 충실히 걸어 가야 겠다.

 

 

20091211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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