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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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식탁
2011년 09월 29일 14시 14분  조회:2486  추천:0  작성자: 한오수

몸이 약한 할머니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홀로 남겨둔 체 눈을 감자 할머니는 아들네 집에서 함께 살기 위해 찾아갔다. 아들과 함께 살게 된 할머니는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늙어갔다.

  하루가 다르게 눈이 침침해졌고 귀도 어두워졌다. 식탁에서 식사할 때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는 손을 더듬어서 겨우 음식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실수투성이였다. 숟가락에서 완두콩을 떨어뜨리고 스프를 흘리곤 하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할머니가 자꾸 음식을 식탁에 흘리고 그릇을 엎자 분통이 터졌다.

  어느 날 할머니가 또 우유를 엎질러서 식탁과 옷을 버리게 되었다. 그러자 아들부부는 여러 가지로 의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들은 청소함 옆의 구석에 작은 식탁을 만들어 세웠다. 그리고 할머니 혼자 그 식탁에서 식사를 하게 했다. 홀로 앉은 할머니는 눈물이 가득 핀 눈으로 묵묵부답 건너편 식탁에 모여 앉은 다른 식구들을 바라보며 서러움에 잠겨 식사를 해야만 했다. 식사 중에 다른 식구들이 가끔 말을 거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가 밥그릇이나 포크를 떨어뜨리는 할머니를 비웃고 탓하는 소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저녁식사를 하기 바로 전 손녀가 마루에서 바쁘게 볼록쌓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린 딸이 뭔가에 몰두해 있는 것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아들은 무엇을 만드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딸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난 지금 엄마 아빠를 위해 작은 식탁을 만들고 있어요. 내가 어른이 되면 언젠가는 엄마 아빠도 구석에서 혼자 식사를 해야 하니까요” 어린 딸은 울며 말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잠시 딸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함께 끌어안고 죄책감에 울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식사시간에 아들과 며느리는 어머니를 다시 큰 식탁의 어머니 자리로 모셔왓다. 그때부터 식구들은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했고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식으로 인해 다시금 효도를 깨달았지만 영원히 청춘일 수 없는 우리의 인생. 나이들고 몸도 쇠약해진 부모님의 모습이 몇십년 후 우리의 모습이다. 내입에 안 들어가도 자식이 배부르면 기뻐하시던 부모님. 그 마음이 곧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신 마음이다. 얼마남지 않은 노년의 생. 비록 물질적으론 잘해드리지 못해도 마음 편히 사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지금 내모습은 자식이 그대로 보고 배울 수 있는 사교육이고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부모님을 모신다면 언젠가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그 효는 반드시 되돌아 올 것이다. 더운 여름날 부모님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건강은 어떠신지 안부인사를 전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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