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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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절반 먹고 절반 던져라
2013년 06월 24일 08시 38분  조회:1378  추천:0  작성자: 홍천룡
김치는 절반 먹고 절반 던져라

홍천룡

  어릴 때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어머니가 내준 바가지짝을 들고 뜨락으로 쫑드르르 달려나갔다. 눈에 파묻겨 봉긋이 솟은 김치움은 흰 만두같다. 벼짚단으로 눈을 쓸어버리고 움아구리를 막았던 거적을 들면 서리가 하얗게 낀 움안으로부터 썽-한 기운이 확 끼쳐온다. 몸을 흠칫 떨고는 들어가 살얼음이 설걱거리는 배추김치 한포기를 바가지짝에 담고들어와 서걱서걱 쏠아놓고 걸쭉하게 쑨 옥수수죽에 조겨주면 하늘에 하느님이 불러도 늬 아들이 개방구를 뀌는가 한다. 그것도 누더기담요를 뒤잔등에 걸치고 따뜻한 아래 구들목에 옹크리고 앉아서 말이다.

 김치는 이렇게 어릴 때부터 우리의 입맛을 굳혀준 소식(素食)감이였다. 어느 땐가 야외들놀이를 갔다가 한 총각이 부르는 “김치가 없이는 못살아”하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확실히 김치는 우리의 식탁에서 떼여버릴래야 버릴수 없는 밑반찬거리가 되였다. 더구나 “싸스”가 돌개바람처럼 구석마다 휙 휩쓸고 지난 뒤에는 조선족김치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각광받게 되였단다. 좀 믿기가 어렵다. 너무나 자주 먹어서 보기만 해도 시쿨어지는 김치쪼박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번쩍거린다니 당신인들 곧이 듣겠는가! 아무튼 무엇이 좋다면 세계의 입이 쫙 벌려지는 시대가 도래되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만 “쏸차이”도 국수오리에다 들들 볶아내면 별맛이다.

  금년여름에 결장염수술을 받은다음 한시기 술을 딱 끊었다. 좋은 점이 많았다. 우선 연회석에 앉으면 각가지 료리마다 맛이 다 알린다. 이전엔 “깐베이”역풍에 수절을 들기전에 술잔부터 들고 “위하여!”를 위하여 련속 서너잔씩 털고나면 료리맛이 잘 알리지 않았었다. “북경오리”도 돼지고기 같고 “훙먼러우”도 닭고기 같았었다. 허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니 쫀득쫀득한 살코기맛과 니글니글한 비게덩이맛이 알렸고 비릿한 오징어맛과 푸석푸석한 명태맛이 알렸다. 기름기 지르르한 육식을 하고나면 배안이 느끼해서 불편해진다. 그걸 삭이고 중화시키는데는 김치이상이 없다. 그래서 목을 빼들고 휘두룩거리며 복무원을 찾는다. 요즘은 어디가나 조선족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득불 안되는 중어를 내갈기는 수밖에 없다.

“쑈우제, 초우샌주라빠이채, 이팔!(조선족김치 한접시)”

“즈-또우라!(알았어요)”

  매일 먹는 김치지만 그때만치나 맛있을 때가 없다. 믿기지 않으면 한번쯤은 연회석상에서 술을 마시지 말고 시험해 보시라.
이렇게 좋은 김치에도 미흡한 점이 두루 버물려져있다. 동네돌이로 살 때에는 김장철이 돌아오면 아줌마들이 제일 바쁘고 성수날 때였다. 초절이 끝난 배추속을 헤집고 노루무레한 속잎을 뚝 따서 벼라별게 다 들어간 빨간 양념에 훌훌 버무려서는 서로 제집 김치를 맛보라고 내두른다. 뻘건 혀를 내둘러 그걸 감아서 입안으로 빨아들이고는 와삭와삭 씹어본다. 그리고는 별맛이라고 서로서로 춰올린다. 맛있기는 뭘 맛있다고? 생마늘냄새에 생배추맛밖에 안난다. 금방 한 김치는 맛이 없다. 보관되는 온도에 따라 닷새나 아흐레쯤 되여야 제맛이 날가 한다.

   정상적인 온도에서 보름쯤 지나면 시굴어지기 시작한다. 시굴어지기전에 새콤새콤 할 때가 제일 맛있다. 헌데 시굴어질대로 시굴어진 “시구럭”김치를 더 좋아하는 괴짜도 있다. 봄에 나가 허옇게 버섯이 뜬 김치를 건져서 두부장에 썰어 넣으면 그 두부장이 또 별맛이 된다. 그런데 음식을 맛으로 따지는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있다. 음식으로 얻는 병이 너무나도 많아지고있기 때문에! 그러니 음식의 영양가치를 따지게 되고 칼로리를 따지게 되고 신선도를 따지게 되고 콜레스테롤따위를 따지게 된다. 김치는 발효과정에 유산균이 적중하게 산생될 때가 영양분이 제일 많이 생성될 때이다. 그 시기가 지나면 아질산함량이 초과되기 시작한다. 초과되였다고 해도 한두 끼니쯤, 혹은 며칠에 한 끼니쯤 맛으로 먹어보는것쯤은 별문제가 아니다. 헌데 그런 김치를 장기적으로, 혹은 수시로 자꾸 맛있다고 먹으면 먼 후날에 가서 문제가 생긴다. 문제가 생길 때에 가서는 그것이 결코 일반 문제가 아닌것으로 된다.

  일반적으로 김치는 해서 절반쯤 먹었을 때까지 제일 영양이 좋을 때이다. 절반쯤 먹은다음에는 던지는 것이 좋다. 지금은 김치를 해서 먹는 집도 있고 해놓은걸 사다가 먹는 집도 있다. 해서 먹든 사서 먹든 김치는 김치다. 파티가 있어서 여럿이 한꺼번에 먹어치우면 아무 탈도 없다. 헌데 일반 가정의 식생활에서는 그걸 보관해두고 끼니마다 꺼내먹는다. 그래서 절반쯤 먹고 절반쯤 던지라고 권장하는것이다. 좀 머리가 돌아진 놈이 줴치는 괴설이라고 여길것이다. 물론 지금은 옛날처럼 김치움안에다 자연적으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랭장고나 김치랭장고에 보관한다. 신선도도 오래 유지할수 있고 발효과정도 늦츨수 있어 유효기를 연장시킬수는 있다. 허지만 공기를 완전 격리하지 못하는 이상 절대적인 안전보관법은 없다. 그러니 절반 이상쯤은 먹고 절반 이하쯤은 던지는 것이 좋다. 그러면 랑비가 아닌가?

  랑비가 아니고 절약이다. 전번날 회의석상에서 한 간부가 절약에 대해 언급하자 밑에서 쉬쉬거렸다. 뜻인즉 향방부지라고 어느 때 할 소리를 지금에 하는가 하는것이다. 지난 세기 륙칠십년대에는 우리가 “절약하며 혁명하자”는 구호를 입에 달고 다녔었다. 밥 한알을 떨궈도 다시 주어먹는 것을 선행으로 여겼고 옷을 누덕누덕 기워입고 다니는 것을 간고소박함의 표징으로 삼았었다. 헌데 지금은 석탄이나 석유제품 같은 에너지자원을 빼놓고 다른 것은 절약할 필요가 없게 된 세월로 흘러왔다. 마음대로 사먹고 마음대로 사서 쓰시라고 돈이 모자라면 은행에서 대부금을 대주겠다고까지 한다. 원륭평이라는 노인이 있는데 벼육종가로서 명망이 높으신 분이다.

   그 분이 요즘 고급자가용차를 7대나 갖췄다. 그렇다고 그를 사치하다고 랑비한다고 질책하는 사람은 없다. 연길시내에 고급아파트를 서너채 이상씩 사놓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뒤를 누가 캐고드는가! 오히려 부동산회사에서는 돈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자꾸만 더 사라고 녀자들을 벗겨내세워 “가달춤”을 추게까지 한다.

  우리의 생활이 곤난했던 시기에는 절약정신이 우리로 하여금 곤난을 극복하고 전승하게끔 하였다. 락후한 농경사회에서는 확실히 큰 작용을 발휘하였었다. 헌데 발전하는 시장경제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생산력발전의 저애작용을 논다. 치솔을 사서 한두달씩 쓰고 던졌으면 좋겠는데 그걸 이삼년, 혹은 몇년씩 써서 다슬어 “민민도리”가 된다음에야 아쉽게 던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물며 중국에는 치솔질이라는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아직도 수두룩하니까 치솔공장이 대형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소문을 여지껏 못들어봤지. 요즘 정부에서는 낡은 자동차를 갖다 바치고 새차를 사면 잘했다고 몇천원씩 보조금을 준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낡은것을 아까워 말고 콱콱 던지라는 선동이다. 옛날 내가 공작대로 내려갔던 생산대에는 낡아빠져 우사칸마당가에서 녹이 쓸던 수레가 있었는데 한 령감이 그걸 손질해서 몰고 다녔다. 그랬다고 년말총결에 “모범사원”으로 뽑혀 붉은 꽃을 달고 빨간 일기책을 타게 되였다. 이듬해 이른 봄에 거름을 낼 때 보니까 찌그덕거리는 그 수레의 속도가 제일 늦었다. 허지만 그 령감이 받는 보수는 생산대에서 제일 높은 공수였다. “절약모범”였으니깐. 얼마나 선명한 대비인가!

  그리고 그 절약정신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갉아먹고 신체건강을 얼마나 “랑비”시켰는지는 이루 다 통계해낼수가 없다. 사오십을 넘긴 사람들과 두루 얘기를 나눠보면 위가 좋다는 사람이 별반 없다. 물론 그많은 사람들의 위가 잘못된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겠지만 50%쯤은 우리들의 식생활가운데서의 “절약정신”이 조성시켜준것이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한두끼니쯤 묵은 밥과 묵은 채를 먹는 것은 이미 례사로운 일로 되여있다. 랑비를 막기 위해서이다. 지금은 식당마다 먹고 남은 음식을 가져가라고 비닐주머니를 다 갖춰놓고있다.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고 “따보우(싸다)”해서 가져다가 다시 먹는 것을 일종 미덕으로 보고있다. 허지만 우리가 위생학적으로 따져볼 때 많은 불량한 점들이 있다는 것을 보아낼수 있다. 우리 중국식연회는 일반적으로 뷔페식이 아니라 군체식회식이다. 원체 둥글게 생긴 사람들이여서인지 둥근 술상에 둥근 접시가 울긋불긋 둥굴게 얹혀지고 동글동글 깎은 저가락을 들고 둥굴게 앉아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둥굴둥굴한 얘기를 나누며 둥굴둥굴 돌아가며 집어먹는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채들이 절반도 달아안나고 남게 된다. 가령 그 둥굴게 앉은 가운데 전염병바이러스나 세균을 보유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음식을 가져다가 다시 먹으면 어떻게 될가? 면역력이 낮은 아이들에게라도 먹이면…
 
  그리고 한번 익힌 음식은 공기중에서 빨리 산화되고 빨리 부식된다. 그 과정은 일분일초를 따지며 가속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걸 가져다가 다시 끓여먹으면 문제없다고 인정한다. 물론 백도이상 끓이면 대부분 바이러스나 세균이 죽어번진다. 허나 부식과정에 산생된 아질산염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은 그냥 남아있게 된다. 오히려 한번 더 끓임으로 하여 더 증가될수도 있다. 그러니 “따보우”행위는 절약이 아니라 더 큰 랑비가 된다는 말이다.

  전번에 한 의학전문가가 비만인이 많아지는 시대에 식사할 때마다 밥 한공기를 떠서 3분의 2쯤 먹고 3분의 1쯤은 던지라는 명언을 발설했다. 그러면 그 3분의 1쯤은 랑비되는것일가? 매인당 매년 량식소비량을 백근가량으로 칠 때 그 백근을 다 랑비한다고 해도 2백원쯤 된다. 십년이면 2천원가량 될게 아닌가! 십년동안 랑비하지 않고 먹고싶은대로 다 먹고 당뇨병과 같은 “문명병”에 걸리면 그 치료비가 얼마 들겠는가? 필자가 전번에 닷새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근 4천원 치료비를 냈다. 어느 것이 더 큰 랑비이고 어느 것이 더 큰 절약인가?

  절약과 랑비의 변증관계에 대한 모호한 인식은 전반 사회적으로도 많은 면에서 존재하고있다. 심각할 정도로! 어떤 사람들은 일정한 직위나 권력을 가지고 있다하여 그걸 보존하기 위해 마시기 싫은 술도 하루건네씩 마시고 받기 싫은 스트레스도 찾아가며 받는다. 훌 뿌리치면 아주 편안해질것을. 우리 문단에도 손바닥만한 안면과 자존심을 위해 시시껄렁한 일을 가지고 입에 거품을 물고 다니면서 밤마다 “사이버전쟁”을 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정신적압력과 신경자극이 얼마나 큰데. 한번 히쭉 웃고 지나치면 그뿐인걸 가지구!

  물론 김치를 해서 절반 먹고 절반 던지라고 웨쳐봤댔자 던질 사람이 몇이나 될가? 생활의 고질화된 습성과 인식의 보수적인 고집성은 순간적으로 타개되는 법이 없다. 그래도 안위를 느낄만한 것은 건강에만 해롭다면 아무리 귀중한것이래도 훌훌 던지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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