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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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주가 되고싶냐?”
2013년 07월 25일 12시 43분  조회:1386  추천:0  작성자: 홍천룡
, 지주가 되고싶냐?”

홍천룡


전번날, 손자녀석의 첫돌생일날, 술상에서 오고간 말이다.
“지금 젊은 아새끼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아니 글쎄, 아들놈이 집 살돈을 내놓으라구 야단쳤다니까. 그게 어떻게 번돈이라구…”
가문에서 년장자이신 아즈바이가 억하심정으로 배갈 한잔을 입안에 다 털어넣었다. 한국에 가서 몇년간 드세게 벌고 금방 귀국한 분이다.

“똑똑한 녀석이던데. 무얼 좀 창업이라도 하자고 그래겠지.”

곁에 친척들이 그집 아들을 두둔했다.

“창업이라도 하겠다면야 내가 있던 집도 팔아서 들이밀겠소. 이거라구야 지금 마을에 돌아가서 팡가네를 준 땅도 되찾구 다른 집 경작지도 양도받아 농장을 꾸리겠다는게요. 나 원, 기가 차서!”

그 한탄에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입이 터졌다.
”어허, 그 녀석이 궁리가 엉뚱하구만!”

“요즘 중앙어른들이 농촌, 농촌하더니만 아마 그 녀석도 얻어들은게 있어서 그래겠지비.”
“갸가 지주되고싶어하는 모양이구만!”

“아즈바이, 갸가 이제 꼬깔모자를 쓰구 타도당할 때까지 소작료나 받아 호의호식하면서 오래오래 앉으십소.”
으하하!
술상이 떠나갈듯 웃음보가 터졌다…

나는 엉뚱한 궁리를 가지고있는 그 친척집동생(아즈바이의 아들)이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농촌개혁은 시종 우리 나라 국책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관건적인 고리였다. 이번 당의 17기3차전원회의의 기본요점도 따져보면 기실은 세가지 실제문제이다. 첫째는 토지류전문제이고 둘째는 도농관계에서의2원화사회구조를 시급히 개혁하여 농촌로동력을 해결하는 문제이고 셋째는 농촌금융시장을 개척하는 문제이다. 이 세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농촌개혁이 더 심화될수가 없다. 특히 토지문제가 제일 심각하게 제기된다. 토지는 농민들의 명줄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역시 그렇다. 태고연한 그 옛적에 신농씨가 괭이로 화전을 일구기 시작해서부터 땅을 가꾸는 일은 “천하지대본”으로 되였다. 농민은 그 땅에다 꿈을 심어왔고 그 땅에다 자기의 모든것을 바쳐왔었다. 세세대대로…

진승, 오광이 농민봉기의 홰불을 지펴올린 때로부터 태평천국이 세워질 때까지 수많은 농민봉기자들이 “경자유기전(耕者有其田)”의 구호를 불러서 얼마나 많은 농민들의 가슴을 불태워놓았던가!

우리의 선조들도 쪽박차고 사품치는 두만강을 건너올 때에는 갈대에 뒤덮혀 잠자던 만주의 그 시커먼 땅을 노리고 왔던것이다. 그들은 땅많은 청인지주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허벅지까지 쑥쑥 빠져드는 습개늪이래도 소작만 맡으면 손톱발톱이 다 다슬어빠지도록 그걸 벼파도 넘실거리는 옥답으로 걸구어냈었다. 봄에 곰팡이 낀 수수쌀이나 보리쌀을 꿔다가는 가을에 가서는 백옥같은 입쌀을 가져다 바치면서도 원망의 소리 한마디 못했다. 그 어느 땐가에 가서는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자기의 땅이 있기를 소망해왔던 그들이였기때문에! 그런 소망의 꿈을 가슴 깊이에 묻어두고 온 그들이였기때문에 땅을 독차지하고있는 지주들을 그토록 부러워했고 또한 그처럼 미워했었다. 오죽했으면 토개 때 농민들의 손에서 생매를 맞아죽은 지주들이 있었겠는가!

세월은 언제나 공평스럽지 못했던 협곡으로부터 출렁거리며 흐르다가도 공평스럽게 잔잔한 물곬을 따라 흐르게 된다. 그러다가도 락차가 심한 골짜기를 만나게 되면 또 그 평형을 잃게 된다. 호조조로부터 인민공사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농민들은 파란곡절을 껶어왔었다. 개혁개방이 된후 근 30년동안 농촌에서는 호도거리책임제을 실시해왔었다. 비록 명의상 제땅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덕에 농민들은 자기의 소망을 이루어볼수 있었고 먹을 문제를 해결했고 일부는 부유해지기도 했다. 허지만 지금 땅이 적고 인구가 빨리 늘어나는 중국의 실정에서는 그 정책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에 이르게 되였다. 농촌달구지길로 소수레를 몰고 오르락내리락해서는 큰 문제가 없겠는데 승용차를 몰고 다니자면 기름은 기름대로 더 태우고 속도는 낼수가 없게 된다. 이와 같은 도리로 가가호호에서 저마다 밭뙈기 몇이랑씩, 기껏해야 한두헥타르씩 끌어안고 있는다면 농업기계화를 어떻게 실현할수 있겠는가? 농업의 규모화, 기계화, 과학화를 실현하자면 우선 토지가 소수 감농군들에게 집중되여야 한다. 즉 다시말해 일정한 경영능력, 일정한 과학영농지식, 일정한 자본을 가지고있는 현대지주—농장주들이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농장주들이 새농촌이라는 무대로 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층층의 계단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계단은 많은 농민들로 하여금 토지를 류전시키고 농업에서 해탈되게 하는것이다. 그러자면 그들의 직업이 해결되여야 하고 사회보험, 년로보장, 도시입주 등 구체문제들이 여유있게 장기적인 시책으로 해결되여야 한다. 이것은 국가와 해당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보다도 그 해결과정에서 저애력으로 나타날수 있는 농민들의 낡은 관념, 세습습관, 향토감정이 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될수 있다. 이 문제를 우리 지성인들이 지금부터 앞장에 나서 해결하기에 노력해야 할것 같다.

생일파티가 끝나 술자리에서 일어나시게 된 아즈바이가 상체를 살짝 비틀거리시였다. 약주가 좀 과하신 모양이였다. 내가 급히 다가서서 부축했다. 문밖으로 나오며 나는 동생의 뜻이 장하다며 새농촌건설에 대한 의의와 앞날에 대한 전망을 구구히 해석해드렸다. 그래도 아즈바이는 팔을 휘휘 내저으시였다.

“아무때건 땅을 독차지하고 너덜거리던 눔들이 잘되는 법이 없더라. ”

확실히 나보다 소금도 더 축냈고 다리도 더 두드려보며 건너온 선배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 수천년 내려온 농촌력사에서 땅을 독차지 하고 남을 부려먹던 지주들 가운데서 잘된 놈이 별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지주는 그 성질이 좀 다르다. 자기의 토지를 가지고 남을 부려먹는것이 아니라 남의 토지를 가지고 사회의 힘, 기계의 힘, 과학의 힘에 의거해서 남을 먹여살리면서 자아발전을 시도해야 하는것이다. 지금 앞을 내다보는 농촌젊은이들이 너무나도 적다. 현시대”지주”들의 등장을 위해 여론조성도 바람직한 일이다.
“야, 지주가 되고싶으면 한번 크게 해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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