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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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철학
2013년 08월 01일 15시 02분  조회:1714  추천:0  작성자: 홍천룡
《귀신》철학

요즘 누가 옛말을 들어봤는지? 지금은 아이들도 옛말을 듣기 싫어한다. 또 들을사이도 없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옛말을 제일 듣기 좋아했었다. 특히 귀신옛말이라면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오돌오돌 떨며 들었다. 필자가 살던 공신 《웅덩개마을》엔 《성7건(省七建)》에 다니는 미장공아저씨가 계셨는데 허씨였던지 서씨였던지...귀신옛말을 귀신같이 잘했었다. 여름밤, 그집 마당가엔 쑥태를 태우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올랐고 그 주위에는 늘 마을에 조무래기들이 눈이 초롱초롱해서 빙 둘러앉는다. 코를 훌쩍거리는 놈, 쑥태연기에 콜록거리는 놈, 별놈들이 다 있다. 허지만 귀신옛말이 아슬아슬한 정절에 이를 때면 그놈들 코물이 한뼘이나 허옇게 내리드리워도 훌쩍거리지 않았고 쑥태연기가 자오록해도 콜록거리지 않는다. 옛말이 끝나면 집이 코앞인데도 무서워서 못가는 겁쟁이들도 있었다. 그러면 미장공아저씨가 한놈 한놈씩 집까지 안아다주군 했었다. 그처럼 무서운 귀신옛말을 왜서 바들바들 떨면서도 그처럼 듣기 좋아했을가? 귀신옛말에는 유물론적인것도 있고 유심론적인것도 있으며 변증법적인것도 있고 형이상학적인것도 있다. 그 철학적원리를 신선같이 터득하고 귀신같이 활용한것이다. 아마 그래서 청자들의 마음을 꽉 옭아맬수 있었지 않나싶다.

지금 세계적으로 과학환상소설이나 영화, 텔레비드라마들이 인기가 높다고한다. 책으로 찍으면 몇백만, 몇천만씩 나가고 영화로 찍으면 너도나도 앞다투어 본단다. 두루 어떤 장면들을 스쳐보면 그제날 귀신옛말과 흡사한데가 많았다. 그 순식간에 변하고 날아다니는 대형거물들이 대개 귀신옛말에서 나오는 귀신형상들과 엇비슷한 감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엉뚱하게도 귀신같이 귀신같은 생각을 가져보기도 한다. 한번 좀 귀신이 되여 귀신같은 글을 써볼수 없을가!

헌데 귀신이 되겠다면 귀신이 될수 있는건가? 지난 세기 60년대말에 적잖은 글쓰는 사람들이 《귀신》으로 몰리웠었다. 《귀신》이 되고싶어 된것이 아니라 남들이 씌워주는 《귀신》모자를 억울하게 쓰고 인간대접을 받지 못했던것이다. 지금 그 량반들더러 다시한번 더 《귀신》이 되여보라고 하면 아마 두주먹을 불끈 쥐고 치를 떨것이다. 이런걸 알고있는 내가 왜서 귀신이 되여보고싶은 미친 생각이 떠올랐을가? 내 미친 생각에는 귀신이 되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이 있을것 같다.

우선 신비스러워질것이다. 그 사람 귀신이 되였나?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다 알고싶어 할것이다. 어떻게 생겼는데? 먼곳에 있는 사람들은 사진이나 찍어 빨리 인테넷에 올리라고 야단일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개적으로 공포된 귀신사진이 없었다. 아마 공포되는 날이면 세계유명 보도매체들에서 앞다투어 달려오느라 란리가 날것이다. 초상권양도비는 얼마씩 불러야 할지 지금부터 골머리가 욱씬거린다. 헌데 그 사진에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 귀신이 되여보겠다는 나로서도 신비스럽다. 그 옛날 귀신옛말을 듣고 조무래기들끼리 주고받던 말이 떠오른다.

《나 어제밤꿈에 귀신을 봤어.》
《 어떻게 생겼더니?》
《도깨비처럼 생겼더라.》
《도깨비는 어떻게 생겼는데?》
《귀신처럼 생긴거지.》

《피-, 가짓부리.》
지금은 정말이지 거짓부리가 아닌 귀신이 되여보고싶은 마음이다.
그다음 귀신이 되면 자유스러워질것이다. 귀신의 자유는 일반 자유가 아니다. 인간사회를 초월할수 있는 자유이고 우주의 시공간을 초월할수 있는 자유이다. 달나라화장실에 들어가 뒤를 볼수도 있고 햇님네 꾸린 찜질방에 들어가 한껏 몸을 풀수도 있다.
세번째 좋은 점이라면 더없이 만족스러워지는 감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컬컬하면 천도복숭아도 따먹을수 있고 술생각이 나면 룡왕생회를 초장에 쳐서 안주할수도 있다. 상아아씨가 고우면 딸라묶음을 안겨줄수도 있고 어느 놈이 괘씸하게 놀면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한바탕 혼빵나게 해줄수도 있다.

이밖에도 좋은 점이 많고도 많다. 한입으로 한꺼번에 어찌 다 말할수 있으랴! 글쓰는 놈이 귀신이 되여보겠다니 귀신이 된다음에는 그래도 제일 하고싶은 노릇이 귀신같은 글을 써보자는 일일것이다. 글을 귀신같이 쓰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이 있겠다고 느껴진다.(옛말에서는 귀신의 나쁜 점을 너무 많이 말했었다. 그 엎음갚음으로 오늘은 귀신의 좋은 점을 더 말하고 싶다.)
첫째로는 상상력을 마음대로 펼수 있을것이다. 귀신은 사람들이 하는 노릇도 하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것도 상상해낸다. 귀신이 되면 벼라별 상상을 다 해볼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로는 작품의 깊이를 깊게 파낼수 있을것이다. 지금 작품을 감상하고나면 좀 아쉬운 감이 들 때가 많다.
《야, 요거 한삽만 더 팠더라면...》
그 한삽때문에 독자들에게 실망을 줄 때가 많고 그 한삽때문에 자신도 고민할 때가 많다. 그 한삽을 파자면 힘도 힘이겠지만 머리로써 꾀를 써야 한다. 꾀란 철리성의 활용이다. 우리의 적지 않은 작품들은 철리성이 부족하기에 가벼워보인다. 대개 몸이 가벼운 사람이 빨리 뛴다고 한다. 허지만 승용차는 자체중량이 무거울수록 속도가 빠르고 평온하다. 때문에 일반 승용차는 한둘이서 밀수 있지만 고급승용차는 한둘이서 밀기 빠쁘다. 귀신들에게는 꾀가 많다. 꾀를 쓰기 위해서는 인간이 되였다가 바다밑 물고기로 변하기도 하고 하늘로 날아다니는 새로 둔갑하기도 한다. 세상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 우주공간의 자연법칙과 인간사회의 생존법칙은 떠나지 않는다. 웅덩이가 점점 좁아져서 마지막 한삽을 파낼래야 파낼수 없을 때 귀신으로 변하면 꼭 파낼수 있는 꾀가 생길것이다. 귀신같은 꾀가 생길수 있다면 그 어떤 작품의 깊이도 다 파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로는 대담하게 글을 써낼수 있을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것이 무엇이냐? 인간으로서는 죽음의 공포일것이다. 헌데 귀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개 귀신들은 한번씩은 죽었다났으니깐. 한번 죽으면 어떻고 두번 죽으면 어떠랴 하는 귀신들의 심리였을것이다. 우리의 작품들도 대개 몇개의 사선을 넘게 된다. 우선 귀천길 행차 자결행위이다. 애면글면 써낸 글이 자기마음에도 들지 않아 목을 매서 자살한다. 그다음 편집출판기관의 내부판결이다. 공개지면에 나갈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을 때가 있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의 공개판결도 있다. 발표되여 나간다음 대부분 독자들이 《글같지 않은 글》이라고 인정하게 되면 그 작품은 끝장을 보게 되는것이다. 또 지역, 민족, 제도, 종교적인 판결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 발표될수 있는 작품이 다른 나라에 가서는 발표될수 없는것이 있다. 세월이 흐르노라면 력사의 판결도 있게 된다. 어떤 작품은 력사의 국한성이나 사회의 모종 환경의 제한으로 하여 그당시 발표되고 그당시 인정받지만 세월이 얼마쯤 흘러간뒤, 그 세월의 흐름이 짧을수도 있고 길수도 있는데 문뜩 사회에 해를 끼치는 독초라고 인정되면 곧 사형받게 되는것이다.

이러루한 사선들이 봉쇄선을 치고있기에 글쓰는 사람들은 구상으로부터 집필, 수개, 탈고계단에 이르기까지 이러저러한 제한과 속박을 받게 되고 고려와 우려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습관이 되여 양성으로 발전하면 《창작성치매증》에 걸리게 될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귀신이 되여 글을 쓰게 되면 그어떤 제한과 구속도 받지 않을것이고 그어떤 고려와 우려도 가지지 않을것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통쾌하게 좔좔 내갈길수 있는것이다.

넷째로는 요술스러운 변화기법으로 글을 써낼수 있을것이다. 귀신들의 제일 큰 특점이 요술스러운 변신기교다. 헌데 우리의 일부 작품을 보면 줄거리의 전개나 인물의 형상부각이 너무나 꼿꼿한 전선대와도 같다는 감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잔잔하고 느리게 변화되는것이다. 사계절변화처럼 여름에는 여름옷을 입고 겨울에는 겨울옷을 입는식이라 하겠다. 삼복철 여름날씨에 겨울옷을 입고 한번 서시장 한복판에 나서보시라. 숱한 사람들의 눈길을 한꺼번에 끌어올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 한 작품의 작중인물이 숨막히게 물크는 여름날 정오에 털외투에 털모자를 쓰고 목수건까지 꽁꽁 둘러치고 서시장 한복판에 섰다고 가설해보자.

《저 사람, 좀 오락가락하는구만. 신수는 멀쩡한데.》
《얘, 잘 생겼다야!》
《아, 고과장이 왜 저래고 나섰지?》
... ...
숱한 사람들이 신수가 멀쩡하고 기관에서 한자리나 한다는 사람이 왜 여름날 겨울옷을 입고 나섰을가 하는 의혹을 강렬하게 느낀다.
이튿날, 고과장은 미색샤쯔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착 매고 그 미끈한 체격을 탄력있게 자랑하며 사무실로 출근했다. 습관적으로 사무상을 정리하고는 담배 한대 피워물고 창가에 서서 창밖을 응시했다. 금방 풍문을 얻어들은 국장이 음침한 기색으로 들어섰다.
《고과장, 어제 집에서 뭘 했댔소?》

창가에 그린듯이 서있는 고과장은 까땍 미동도 없다. 파르스름한 담배연기가 그의 곱슬머리를 감쳐물고 타래치며 서려오른다. 침묵이 흐른다. 빠금히 열린 문밖에는 기관의 남자녀자들이 까치발 세워가며 서로의 어깨너머로 기웃거린다. 국장의 면상이 한쪽으로 찌그러진다. 그 면상이 한번씩 찌그러지고 난뒤에는 속으로 눈물을 흘린 녀자도 있었고 뒤에서 가슴을 친 남자도 있었다.

《고과장!》
몸이 오싹해 날것같은 차디찬 목소리다. 미구에 고과장이 서서히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리고있었다.
《아니, 고과장-》

고과장의 한일자로 담겨진 입은 끝내 열려지질 않았다.
그 다음날, 더욱 놀라운 소식이 기관청사 각 과실로 쫙 퍼져나갔다.
《고과장이 죽었대.》
《왜 죽었다니?》
《어떻게 죽었어?》

술좌석에서도 고과장곁에 앉고싶어했던 녀자들, 평상시 고과장의 능력에 질투해왔던 동료들, 고과장을 제 팔다리처럼 써먹어왔던 국지도어른들, 모두가 다 한결같이 고과장의 죽음에 대해 알고싶어했다...

여름날에 겨울옷을 입은것, 겨울날에 여름옷을 입은것, 특이한 변화라 일시에 거리바닥에서 오고가는 길손들의 눈길을 끌수있는 장면이다. 우리의 작품에서 크게는 이야기줄거리, 인물의 성격과 운명, 작게는 먹고마시고 잠자고 노는 세절에 이르기까지 귀신같은 요술스러운 변화들이 많아야 독자들의 인기를 끌수있다고 느껴진다. 작품이 귀신의 요술처럼 변화무쌍하게 엮어졌다면 그것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것이고 또한 그것이 우주공간의 자연법칙과 인간사회의 생존법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예술의 진실에 부합되는것이다.

이밖에도 좋은 점이 많다. 글을 귀신같이 쓰면 이처럼 좋은 점도 많지만 또한 나쁜 점도 많다. 가장 나쁜 점이라면 모험스러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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