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60주년경축잔치를 치르면서 연길의 밤하늘이 날따라 현란해지고 밤거리가 찬란해지고 하늘땅공간이 조화로워지고 있다.
잔치는, 그것도 큰잔치는 군소리가 있든 말든 우선 가불간 잘 차려놓고 봐야 한다. 오는 손님도 그렇고 그 손님들을 맞아주는 주인도 그렇고 우선 보이는것이 눈에 즐겁게 안겨와야 성의가 깃든 례법에 맞는다.
밤이면 부르하통하 연길강량안에 저 밤하늘의 은하수별무리들이 내려앉는다.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건물에 걸린 총총의 별꽃이 수면에 다시 꺼꾸러 비껴 절묘한 야경을 이루는데 금상첨화로 강중심에 가설해놓은 음악분수가 또한 아롱다롱 재롱을 부려 뭇사람들의 눈길을 끌고있다. 장쾌하게, 통쾌하게, 요란하게, 시원하게, 즐겁게, 멋들어지게, 또 어딘가 좀 망망하고 은근스럽게도 말이다.
명쾌하고 환락적인 우리 조선족민요가락의 고저장단에 따라 부동한 형태로 부동한 색조로 부동한 자태로 오만가지 요술을 피우면서 뿜어올리는 분수에 의해 피여나는 물보라가 그처럼 매혹적인 예술감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은 한부의 교향곡이였고 한편의 서정서사시였다…
느릿하고 장중한 전주곡에 따라 수십갈래 물줄기가 반공중으로 올리 치솟다가 부채살처럼 푹 퍼지면서 물바래를 이루며 흐물거린다. 장백림해의 파도 저쪽, 하늘반쪽이 희붐히 밝아오던 건국초기에 상처자국이 다닥다닥하던 변강의 오지에 에루화 둥둥 장고소리 울리며 자치주를 세우던 그 시기가 60년전의 전주곡이였다. 그 시기, 모든것이 부족했고 모든것이 귀중했던 그 시기, 말보다 손발이 앞서야 했다.
그래서 선률은 잔잔한 클래식음악으로 흐르고 줄기줄기 련봉을 이루며 넘실대는 물보라는 층층의 계단을 이르며 자주색으로 변한다…
지난 세기 50년대 부르하통하강가의 버들숲, 잔잔한 잔파도를 밀며 들려오는 빨래방치소리 토닥토닥, 강건너 강뚝넘어 공장굴뚝에서 피여오르는 연기가 뭉게뭉게 저녁해를 가리우는데 자갈밭에 이어진 모래톱 저 먼발치에서 발가숭이들의 물장구장난이 심하다…
점차 미파가 출렁이듯 선률이 저음베이스로부터 유연하게 올라가면서 밤하늘에 메아리친다. 선률의 변화에 따라 이번에는 수십갈래의 물줄기가 쌍쌍으로 서로서로 교차되며 타래치더니 연분홍물보라를 펼친다. 긴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너울너울 춤추듯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다가도 스리살짝 풀리면서 긴 머리태를 폭포처럼 풀어쏟는다. “장고춤”에 “물동이춤”, 거기에 무대를 휘감고 도는 상모돌리기, 아무튼 자치주의 조선족무용은 우아하고 날씬한 매력으로 늘 전국무대에서 날개를 돋치군 했었지…
음악이 흐르고 분수가 물줄기를 뿜어올리고 그 물줄기에 의해 피여나는 물보라가 꽃보라인양 천차만별 변화무쌍으로 모양을 이루고 자태를 바꾸고 색조를 갈면서 운치를 돋구는 예술의 조화에 이른다. 그것은 장백산 줄기줄기 뻗은 련봉을 따라 촘촘히 주름잡힌 골골마다에서 흘러내리는 골물이 해란강을 이루고 구수하를 이루고 가야하를 이루고 흘러내리며 대지를 수놓아 가던 자연적인 조화를 재조명시키는것이다.
새롭게 모습을 보이는 강뚝유보도에 불빛이 찬란해지자 음악선률은 고음으로 고조되면서 밤하늘의 고요함을 화려하게 들볶아 놓는다. 관악기든 현악기든 타악기든 다 동원되여 오케스트라협주곡의 웅장함을 과시한다. 동시에 수십개의 분수입구에서 수십개의 물줄기를 동시에 똑같은 속도로 연신 토해낸다. 마치도 까츄샤포부대가 적진을 향해 불을 토하는 장면처럼 박력있고 기세스럽다. 순간, 저 멀리 아득한 동방최전선에서 쿵쿵거리는 아군의 포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것만 같아 가슴이 다 찌르르 해나기도 한다.
물줄기의 공중소사 뒤끝에는 자욱했던 초연이 가셔지고 하얀 운무가 얇스레 펴진다. 그 하얀 망울이 터지여 축 처질가 할 때 또한 색조가 연분홍으로 변하며 다시한번 꽃보라를 뿌리니 운무가 진달래를 수놓은 기폭으로 변하며 쫙 펴진다. 그것이 또 자주색으로 변하며 장중함을 보여준다.
이때 음악선률이 최고음으로 강강하게 치달아 오르며 천지지간을 흔들어놓는다. 우뢰가 울고 광풍이 몰아치는 풍랑속에서 배전에 부딪치는 파도가 물바래로 퍼지며 하얗게 쏟아진다. 그 가운데로 중심물줄기 한갈래가 굵게굵게 공중으로 치솟아오른다. 아칠한 츠렁바위를 이고 선 범바위너머로 둥근달이 휘영청 걸려서 빙그레 웃는다. 그 한갈래의 물줄기는 달속에 비낀 토끼를 찔러 잡으려는듯 치솟고 치달아 오르다가 앗차! 잠깐 숨이 차서 주춤거리더니 다시 치솟고 치달아 오른다. 그렇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 산이 있을소냐! 저 반세기전 이 부르하통하량안은 버들숲뿐이였다. 그때 자치주가 저기 저 뒤산 소나무숲속에다 대학교도 세우고 저기 남쪽 모아산기슭을 따라 만무과원도 앉히고 저기 서쪽 수렁늪에다 고수확원전화 벼밭도 일구고 저기 동쪽 갈대숲에다는 용광로도 세우고 했다. 혁명과 건설을 위해 모든것을 바쳐야 할 그 옛날 그 세월에 정상에 오르겠다고 몸부림 치며 달리고 달리던 그때의 그 사람들, 저 장중한 선률가락을 타고 뽀얀 물보라속으로 우렷이 떠오르는것만 같다. 캡을 쓴 인자한 그 얼굴에 벙글써 미소를 담고 다니신 “황소서기”, 농민대학을 세워 “꼴호즈”의 꿈을 꾸며 새벽이슬을 차던 농민모범, 부뜨막아궁이에서 장작개비가 탁!탁! 튀기며 타오르는 불빛을 빌어 장장 수백만자에 달하는 보서통권을 좔좔 내리 외우던 “시골의 수재엄마”, 늘 축구장의 왼선코스를 돌파해나가 꼴문을 열던 “제비11번”의 곱슬곱슬했던 그 “앙골라머리”, 황소를 타고 벙글거리던 그 힘장사 대학생, 빵! 빵! 자동차, 자동차가 귀했던 그 세월에 자동차를 몰고 지구를 몇바퀴 돌면서도 사고 한번 치지 않은 운전사… 그리고 그외 또 면목이 있던 다정다감한 모습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저기 저 물보라속에서 반짝이는 별무리처럼!
음악은 부르하통하강물과 같이 계속 흐르고 분수에서 뿜겨져 나오는 물줄기는 계속 물보라를 일군다. 때론 고요한 새벽안개속 같기도 하고 때론 합수목에서 용용히 소쿠라지는 벽파 같기도 하고 때론 숭엄한 장백산천지 같기도 하고 때론 봄봄이 봄단장에 낙낙하게 교태머금은 아리랑아가씨 같기도 하고 때론…
달빛, 별빛, 불빛이 어룽어룽 어린 수면과 어울리는 음악분수는 화려한 색조로 무지개를 이루고 그 무지개로 연길의 밤하늘은 알록달록한 꿈자리를 펴놓으며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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