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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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건강을 지켜준다
2013년 08월 29일 15시 58분  조회:1803  추천:0  작성자: 홍천룡
아픔이 건강을 지켜준다

홍천룡

이 세상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가? 없다. 아픔도 모르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픔이란 감각상에서 괴로운 느낌이고 정상적인 안위가 파렬되는 고통이고 불행이다. 아픔에는 대개 두가지 부류가 있는데 살과 뼈를 자극하는 육체적아픔이 있고 뇌신경을 자극하는 정신적아픔, 즉 마음속 아픔이 있다. 무릇 육체적아픔이든 마음속아픔이든 다 사람을 고통에 빠지게 하고 다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픔이 찾아오면 근심에 빠지거나 공포감에 휩싸여든다.

펀펀하던 사람이 어느날 배안의 밸이 뒤탈리듯 아파나면 괜히 위암이 아닌가고 공포감에 떤다. 오른쪽 옆구리가 아파나면 괜히 간암이 아닌가고 의심한다. 배가 아프면 음식을 잘못 먹었거나 급성리질일수도 있다. 헌데 사람들은 아픔이 크면 큰병인가고 여기는 페단이 많다. 왜? 오랜 세월에 걸친 관습적인 사유가 고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집을 쓰겠으면 쓰라지 무슨 대순가! 헌데 문제는 이런 고집때문에 자기의 건강을 망가뜨리기 쉽다는데 있다. 아픔이 크면 큰병에 걸렸다고 크게 치료하자고 이래저래 돈뭉치까지 준비해 가지고 갔더니 병원에서는 소화불량이라고 소화제 몇알만 달랑 떼주는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후부터는 웬간한 아픔은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그 큰 아픔도 “소아과손님”에 불과한 소화불량이였거늘 요만한 아픔이야 뭐 “뒤잔등가려움”에 불과한거지… “짖지 않는 개가 사람을 문다”는 말이 있다. 요란한 아픔보다 잔잔한 아픔이 큰병을 불러오게 되여있다. 다시 말해서 암과 같은 큰병은 사람을 콱 “물기”전에는 “짖지” 않는게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무시하게 되면 큰화를 입게 된다.

우리 연변에서는 여름 장마철이 되면 골물이 터질 때가 많다. 골물은 일반적으로 굽이굽이 산굽이를 에돌며 흐르지 않는다. 곧게 기세 사납게 “직통배기”로 흐르나 길게 멀리 흘러가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초원이나 들판의 잔잔한 하천은 구불구불 꼬불딱거리며 흐르나 길게 멀리로 흘러간다. 우리 집 가친께서는 금년에 90고령에 이르시였다. 남자들 년령이 90세이면 일반적으로 장수한 편으로 인정한다. 친척들이 모여서 가친께서 장수하신 원인을 따져보니 뜻밖에도 앓음이였다. 내가 세상물정에 어섯눈이 트일 때부터 가친께서는 늘 앓음자랑에 약탕관을 달고 계셨다. 앓음이란 늘 아픔을 동반한다. 가친께서 매번 앓을 때마다 그 아픔이 주는 괴로움 때문에 늘 신음소리를 내시군 하셨는데 그 소리에 습관된 어머니는 “또, 또 엄살을 부린다”고 핀잔을 주시군 하였다. 지금도 그 신음소리가 가끔씩 방불히 들리는것만 같다. 그 “엄살”에 앓을 때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약을 지어오시군 하셨는데 지금 와서 따져보면 그 앓음, 그 아픔이 암과 같은 큰병을 막아준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지금까지 가친께서는 수술칼을 몸에 대보시지 못했다. 전신 그 어느 곳에서도 금속기구의 타박으로 생긴 흉터를 찾아볼수가 없다.

민간에서는 늘 “황소같던 사람이 불시에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앓음이란 모르고 아픔이란 모르고 늘 건강하게 날파람을 일구며 살아왔던 사람이 하루밤새에 그 머나먼 하늘천당으로 날아갔다면 모두들 믿기지 않아서 귀신이 데려갔다고 한다. 아픔이란 문지기가 그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한 탓이였다. 아픔이란 원래 괴로운 감각으로 고통에 빠지는 불행이지만 오늘날 가만히 따져보면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점도 있는것이였다. 아파야 병원에 찾아가게 되고 검진도 하고 그 비싼 약도 사먹게 된다. 아프지 않으면 누가 괜히 돈을 팔며 병원에 가겠는가! 또한 약간 아파서는 병원에 찾아가지 않는다. 이삼일 참고 지나면 언제 아팠더냐 싶게 인츰 나아지니까. 그런데 어떤 병은 아픔을 주지 않고 살금살금 암탉을 노리는 삵괭이처럼 찾아오고 또 어떤 병은 조금씩 아픔을 주며 개구리를 노리는 구렝이처럼 스르륵스르륵 찾아온다. 약간한 아픔이 잦아져서 병원으로 찾아가면 때를 놓칠 때가 있게 된다. 때문에 아프지 않을 때에도 가기 싫은 병원도 가보는것이 좋겠지만 공돈을 팔 때가 있으니까 가지 않아도 되는데 약간씩 아플 때에는 꼭 병원에 가볼 필요가 있다. 작은 아픔이지만 아픔이란 필경 고통스러운 것이다.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또한 그 아픔이 가셔질 때면 더없이 개운해지고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껴볼수 있는것이다. “아픔이 건강을 지켜준다”는 이 명언이 아닌 명언을 기억해 두시고 늘 건강을 지켜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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