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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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강아지”들
2009년 06월 02일 00시 49분  조회:1035  추천:34  작성자: 홍천룡

연변농촌의 조선족동네를 두루 돌아다니며 보면 참 유정스럽다. 신작로에서 멀찍이 들어앉은 벌방마을이나 오불꼬불 달구지길을 따라 들어앉은 산간벽촌이나 다 아담해보이고 오붓한 감을 준다. 뻐스에서 내려 아무 동네에로나 터벅터벅 발길을 옮겨 마을어귀에 들어서면 마치도 외가집으로 찾아들어가는듯한 기분에 잠기게 된다.

낯선 인간이 나타났다고 집집의 “수호천사”인 강아지들이 마루턱에 올라서서 목을 빼들고 “왕!왕!” 짖어대는것이 또한 그 동네의 점경이라 하겠다.

“네 감히 우리네 초가삼간대청을 엿보려나? 어림도 없지! 왕! 왕!”

주인들이 일밭으로 나간 대낮에는 강아지들의 사명이 자못 신성해지고 위대해진다. 초가삼간과 터전이란 “강산”을 지켜내고있지 않는가! 그 보수로 아침저녁 뜨물죽을 홀짝홀짝 마실수 있다. 그 멀건 뜨물죽만 먹고도 어디서 그런 기운이 솟구치는지 달리기시합을 벌린다면 아마도 가축들가운데서는 챔피언으로 손을 꼽아야 할것 같다. 말의 특종인 다리 짧은 몽고말과는 그 속도를 비기지 못하나 일반 말보다는 속도도 더 빠르고 폭발력도 더 세다고 한다. 동네 뉘집에 암캐가 새끼를 낳았다고 가보면 정말 귀여워서 못봐줄 지경이다. 부얼부얼한것들이 오골보골 서로 품을 파고들며 오구작작거리는 모습은 요람속의 평화인양 눈을 즐겁게 해주고 뜬김속의 호함진 닭곰인양 구미까지 돋궈준다. 안고 보듬어주고 싶고 안고 뽀뽀해주고 싶다. 까만 녀석들은 까마반드르르해서 귀엽고 노란 녀석들은 노르므레해서 귀엽고 알록진 녀석들은 알락달락해서 귀엽다. 고것들이 좀 더 커서 서로 재롱을 부릴 때면 더 귀여워난다. 농가의 강아지들과 친해서 데리고 놀며 두루 살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는것 같다.

우선, 녀석들은 천성적으로 충성스럽다. 개만큼 주인에게 충성하는 가축은 이 세상 더 있는상 싶지 않다.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개, 개로 하여 목숨을 건지게 된 주인, 이러루한 감동적인 실례는 많고도 많다. 혹시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자기가 겪은 사실이거나 누구한테서 들은 이야기도 좋으니 개가 주인에게 충성한 실례를 한두가지씩만 련상해보시라. 그러면 한족속담 “작은 은혜도 크게 보답하라 (滴水之恩,涌泉相报)”는 함의를 더 깊이 체득할수 있을것이다.

둘째는 녀석들에게 존귀비천이 없다. 매일 쏘세지를 먹는 강아지나 매일 뜨물죽을 먹는 강아지나 뜨물죽도 없어서 밖에 나가 똥무지를 뚜지고 뼈다귀를 핥는 강아지나 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라든가 울안을 지켜주는  책임심은 똑같은것이다. 매일 쏘세지를 준다고 해서 크게 더 충성하는것도 아니고 매일 뜨물죽만 준다고 해서 슬쩍 충성하는체 가상만 보이는것도 아니다. 강아지의 충성심과 책임심에는 거짓이 없다.

세번째는 녀석들이 용감한것이다.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금방 걸음마를 타기 시작한 아이앞에 흉측스러운 몰골을 해가지고 주먹을 내흔들어보이면 아이는 금시 무섭다고 울음보를 터뜨린다. 역시 금방 걸음마를 타기 시작한 강아지앞에 흉측스러운 몰골을 해가지고 주먹을 내흔들어보이면 녀석은 금시 앞발을 살구며 아르릉— 입을 짝 벌린다. 그 주먹을 물겠다고! 주인의 호령에 따라 곰과 싸우는 개들을 보았는가! 정말 처절하고 비장한 장면이다. 녀석들은 용맹스럽기도 하고 지혜롭다.

네번째는 녀석들이 인정스럽다는것이다. 돼지에게 돼지죽을 줄 때에는 꿀꿀거리며 좋다고 텁썩텁썩 먹어댄다. 허지만 먹거리를 주지 않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하면 녀석도 시무룩해지면서 눈만 꺼부적꺼부적거리다가 제멋에 들어누워 쿨쿨 자버린다. 헌데 강아지는 다르다. 먹거리를 주나 안주나 주인만 보면 꼬리를 내저으며 별 아양을 다 떤다. 나들이 행차로 객지에서 묵을만큼 묵고 돌아와서 삽작문을 열면 우선 강아지부터 먼저 반겨준다. 그 반겨주는 꼴이 또한 천태만상이다. 좀 함양이 있는 녀석은 수집다고 한쪽으로 몸을 꼬며 머리를 아래로 탈며 꼬리질 친다. 좀 왈패스러운 녀석은 아예 앞발로 주인의 아래배를 짚고 목을 잔뜩 빼들고 뽀뽀나 하려는듯 주둥이를 내흔들어친다. 개란 정말 사람 못지 않은 령물이다. 주인집에서 무슨 기쁜 일이 생겨 웃고 떠들면 녀석도 같이 덩달아 좋다고 쉴새없이 꼬리를 내젓는다. 주인집에서 무슨 상심한 일이 생겨 입을 다물고있으면 녀석도 한쪽구석에 엎드려 묵묵히 침묵만 지킨다. 혹간 동네우사칸마당에서 돼지추렴이라도 있는 날이면 온동네 강아지들도 명절을 쇠듯 올리뛰고 내리뛰고 하면서 분위기를 돋군다. 고기 한점 먹어보지도 못하면서…

다섯번째는 녀석들이 락천적인것이다. 눈이 오는 날에도 강아지들은 좋다고 눈속에서 뒹굴며 논다. 한여름, 장마철에 비가 구질구질 내려도 강아지들은 진창길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놀아댄다. 그래서 뒤고방 령감들은 담배대통을 툭툭 치며 “궂은 날은 아이들과 강아지들 세상”이라고 했다. 녀석들은 태평세월에도 그랬고 란세속에서도 그랬다. 깡깡 마른 뼈다귀 하나만 던져주어도 서로 물고 빼앗고 쫓고 으르렁거리며 일대희극을 벌리며 논다.

이밖에도 강아지들의 특점을 례로 들자면 수두룩하다.

지난 세기 80년대초반이라고 기억된다. 문학편집부의 명의로 문학학도들을 불러 문학강습을 조직한 적이 있었다. 연변의 저명한 작가와 시인들을 모시고 강단에 오를 때였다. 누군가 이런 말을 던졌다.

“말짱 햇개지들이구만!”

그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어딘가 좀 초학자들을 얕잡아 풍자할가 하는 야유감이 푹 풍기는 말이였지만 아주 형상적인 비유였고 또한 다른 면으로는 어딘가 참, 대견스럽다, 귀엽다, 보듬어주어야겠구나 하는 관심에 젖은 허물없는 롱조인것 같기도 했다.

나도 한시기는 문단강아지가 되여 덜렁수캐처럼 뛰여다녔었다. 강아지가 되면 무서운게 없다. 벌써 대여섯만 모여들어도 오골보골 끓는다. 18전짜리 생맥주 열사발쯤씩 마셔야 저마다 시인이 되고 저마다 소설가가 되고 저마다 문단대가가 되는 판이였다. 명작구상이 맥주 쏟아내듯 흘러나오고 명태짝을 찢듯이 문단혹평이 가해지는 가운데 혹간 주제파악이 제대로 되지 못해 삐뚤게 나갈 때도 있었다…

“쟈, 요즘엔 그 장항항이라는 한족기집애가 써낸 작품은 편편마다 명작이더라. 틈을 타서 모두 뚜져봐!”

“어느? 그 북대황집체호에 있었다는 새애기말이냐?”

“응, 그래. 나기도 참, 잘 났대.”

“야야, 그 장항항이 약혼했다니?”

“야, 취했나, 미쳤나? 약혼했으면 어떻구, 약혼 안했으면 어쩔 셈이냐?  그 녀자가 너희들 같은걸 외눈깔로나 보겠느냐! 이 답답한 촌구석개지들아!” 

“자식, 사람을 우숩게 보지 말아. 그 녀자가 뭐 그리 대단해? 금방 내가 선포했잖아. 최후의 세계명작은 내손에서 나온다구. 그러면 난 세계적인 대문호가 되는거구 그 녀자는 소설가의 안해가 되고마는거지. ”

으하하하!

… …

그때는 왜 밤이 그렇게 짧았던지! 밤을 패가며 열변을 토해도 배안의 “명작”들이 다 나오지 못해 속이 늘 그들먹해서 이튿날 아침에는 해장국을 둬어사발씩 재껴야 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아도 그때 그 시절이 제일 행복한것만 같다.늘 강아지로만 뛰여다녔으면 좋았겠는데… 지금도 뭐 문학동네에서는 강아지나 다름없지만서두…

그 당시에 문학동네에는 “강아지”들이 많고도 많았었다. 그 어디로 가나 부얼부얼한것들이 오골보골 끓어번졌었다. 시내돌이를 하다가 컬컬하면 아무 상점이나 뛰여들어도 낯익은 문학도 서너명은 만날수 있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열변을 토할수 있었고 농촌에 가서도 뉘집온돌에 올방자를 틀고 앉으면 문학도 서너명쯤은 배갈병을 차고 찾아들군 했었다. 문학동네에 “강아지”들이 많으니 언제나 잔치집처럼 들썽들썽해서 좋았다. 문학동네 “강아지”들이 놀던 모습을 두루 돌이켜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특점들이 있은것 같다.

우선 겁이 없다.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줄 모르니까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인줄 안다. 그래서 장백산도 낮다고 한발에 딛고 넘어가려고 한다. 뭐, 맹동적인 기분에 불과하겠지만 “강아지”로서는 그런 웅심이 있어야 할것 같다. 생각이 커야 구상도 커지고 써낸 작품도 클것이 아니겠는가! 많은 문단 “강아지”들은 처녀작으로 명성을 날렸엇다. 아마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다음으로는 구속감이 없다. 자유자재로 논다. 체면이 깎이울가봐 념려되는 근심도 모르고 말하고 싶은걸 말하고 쓰고 싶은걸 써낸다. 그러니 자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수있는것이다.  “도깨비”같은 글이라도 어떤것은 엉뚱한데가 있게 된다. 창작에서 제일 귀중한것을 가지고있는 셈이다.

그다음으로는 열이 높다. 늘 펄펄 끓는다. 문학도들이 겨울에 털모자를 쓰고다니는걸 못봤다. 열이 심하니 추운줄 모른다. 밤잠을 자지 않고 열변을 토하고서도 이튿날이면 싱싱해서 깡충거렸고 밤잠을 자지 않고 원고지를 메우고서도 이튿날이면 눈이 또릿또릿해서 발발 기여다닌다.

이밖에도 “고기점”이라도 던져줄만한 특점들이 많다. 반면에 이러저러한 약점들도 많이 보인다. 주요하게는 채 성숙되지 못한 까닭에 면역력이 약하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사회의 류행성유혹에 잘 넘어간다. 대개 중도반단하고 필을 꺾게 된 문학도들을 진찰해보면 이런 류행병에 걸려들어 제대로 되는 치료를 받지 못한것이 그 주요원인으로 되고있다.

요즘 세월에 농촌에 가보면 덩실한 새 주택들이 줄지어 일어서고있는데 강아지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우리 “외가집”이 있던 동네가 옳은가고 의혹이 들 지경이다. 역시 문학동네에 들려봐도 “강아지”들이 엄청나게 줄어들고있다. 어설푼 감이 서늘하게 스며든다.  “부모”님들의 “계획생육”이 잘되였다는 현상일가? 아니면 “밤작업”이 원활하게 되지 못한 원인이였을가? 상전벽해라 아무튼 문학동네도 세월의 흐름속에서 변해가고있으니 별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제날 행복했던 시절을 그려보며 또 어느 땐가에는 “강아지”들이 다시 문단어귀에서 오골보골 법썩 끓어번질수 있기를 기대해 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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