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카테고리 :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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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후에 촌장선거가 끝났다.
“세월이 둔갑하고있나? 나원 더러워서, 퉤퉤! 이제 호박골이 망해빠지는 꼴을 어찌 보나. 일찌감치 북망산에 가서 눈을 감아버리는것이 상책이지.”
“모두들 제정신이 있소? 그 바보같이 엉뚱한 눔을, 아무것도 모르는 도깨비를 촌장시키다니? 나원 기가 딱 막혀서!”
“아니 금년엔 서기와 촌장을 겸임시킨다더니 왜 비당원을 시킨다오? 그래 우리 금불촌 당원들이 다 죽었는가!”
“암, 알구두 모를 일이야. 그 봉철이 아새끼는 왜 종덕이를 올려놓지 못해 그렇게 악을 쓴다우?”
“그러게 말이우 성님, 난 봉철이 그 아새끼보다 종수란 눔이 더 괘씸하더라이. 그눔이 돈깨나 쓰며 뒤에서 종덕이를 올리받쳤다네!”
…
동구밖의 비술나무아래에서 몇몇 동네령감들이 모여앉아 선거끝의 불만을 토해내고있다. 모두들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렝이 나가는지 모르고 침방울을 튕기고있을 때 맨끝에 앉아 담배만 폴싹폴싹 피우던 최학빈령감이 담배꽁초를 부벼끄고 일어나면서 “에헴!” 하고 마른 기침을 깇어댔다.
“관들 두시우! 하늘이 무너지겠수. 똑똑하다구 잰내비처럼 들볶아치던 눔들이 할 때보담 무뚝뚝한 눔들이 걸썽걸썽 할 때가 더 잘되더라니 이제 두고 보시우, 에헴!”
최학빈령감은 해수로 꼬부장한 등을 연신 촐싹이며 마을로 내려갔다. 모두들 그 령감이 내려가는 뒤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어느때든가 마을내에서는 최학빈령감이 신을 업었다는 뒤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박종덕이가 촌장이 되였다. 호박골도 웃겼을뿐만아니라 린근 촌부락도 웃겼다. 촌장이 된 종덕이 몸에서는 여전히 어리무던한 촌티가 흘렀다. 두가지만은 변했다. 하나는 김봉철서기의 조언에 따라 고기잡이를 그만두고 신문잡지에 눈길을 돌린것이고 다른 하나는 리종수 원촌장의 요구대로 아래우 깜장 양복에 까만 구두를 신고 다니게 된것이다.
첫 한두달은 촌내 두개파의 “전쟁”으로 “포연”속에서 보냈다. 봉철이네 “보수파”와 종수네 “개혁파”지간의 “전쟁”이였는데 승자도 없었고 패자도 없었다. 량자간에 “피”만 흘리고 손실만 보았던것이다. 촌민위원회는 7명으로 새롭게 조직구성을 짰는데 종덕이를 제외하고 봉철이네 인마가 3명, 종수네 인마가 3명, 소위 “무소속” 지명인사가 1명이 들어가게 되였다.
진정부나 상급에서 촌장회의를 부르게 되면 종덕이는 회의내용과 상황에 따라 봉철이를 보내지 않으면 종수를 보내군 했다. 촌민들이 무슨 일이 있어 찾아오면 역시 일에 따라 봉철이를 내세워 처리하게 하지 않으면 자연 봉철이와 종수가 촌에서나 촌 밖에서나 촌장행세를 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종덕이는 개의치 않았다. 일이 잘되든 못되든 헤벌쭉거리며 잘했다고 춰주기만 했다. 헌데 어떤 때는 봉철이가 처리한 일을 종수가 꼬집고 나설 때가 있었고 종수가 처리한 일을 봉철이가 꼬리잡고 나설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 둘지간에 개니 쇠니 하며 말다툼 할 때가 있었고 때린다 친다 하며 손찌검질 할 때도 있었으며 지어 죽인다 살린다 하며 낫이나 삽자루를 들고 서로 허둥거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종덕이가 중간에 끼여들어 이쪽에 대고 헤벌쭉 저쪽에 대고 헤벌쭉거리며 말리느라 땀동이를 쏟군 하였다. 괜히 중간에 들어섰다가 애매한 매를 맞을 때도 있었다. 지어 코피가 터져 상판이 피칠갑이 되여가지고서도 계속 헤벌쭉거리며 말린다. 어찌보면 고양이와 쥐싸움에 뜯기우고 할퀴우고 밟히는 병아리새끼라고 할가. 종덕이는 자기의 여린 마음으로 어찌나 그들 지간의 모순을 화해시키려고 애를 썼다. 허지만 그들 지간의 “내전”은 점점 거칠어져만 갔다. 한두마디에도 서로 눈에 쌍불을 켜고 입으로 불을 토했다. 종덕이에게는 그것이 제일 큰 골치거리였다. 그들의 “내전”으로 촌민위원회에서는 아무 일도 할수 없었고 동네가 부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럭저럭 그해 년말이 닥쳐왔다. 년말 총결을 지어야겠는데 촌에는 술 살 돈도 없었다. 왕년에는 그래도 돼지를 엎지 않으면 송아지를 엎어놓고 동네사람들뿐만아니라 린근촌의 촌간부들을 청해오고 진정부의 간부들도 청해오군 하였다. 누군가 한족집 왕가네 둘째를 찾아가 사정해보라고 귀띔했지만 종덕이는 찾아가질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알뜰하게 기른 돼지 두마리를 잡아엎게 했다. 민옥이가 안된다고 락루하면서 막아나섰지만…
이듬해 모내기 뒤끝에 현에서는 리종수문제를 락착 짓겠다고 두번째로 조사조를 내려보내기로 했다. 그 소식을 접한 종덕이는 급기야 직방 지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현장, 아니 형님, 내가 촌장질 할 때까지는 조사조를 내려보내지 말기를 바라오.”
“종덕아, 이건 당의 기률에 따르고 나라의 법에 따라 처리되는 일이니 그 누구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 그러니…”
“그래도 안되오. 형님. 조사조가 내려오면 난 쫓아버리겠소.”
“어허, 촌장사업까지 한다는 네가 이렇게 무지막지할줄은 몰랐구나. 내 지금 너한테 정중하게 경고한다. 절대 이 일에서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전화가 탁 끊어났다. 다시 련속 서너번 했는데 그쪽에서 받아주질 않았다.
이튿날 오전 9시경에 까만 승용차가 촌사무실앞에 와서 멈춰섰다. 차에서 네명의 사업일군이 내렸다. 실팍하게 생긴 중년남자가 조사조 장명조장이라며 잘 협조해줄것을 부탁하였다. 종덕이는 촌의 상황을 회보하고나서 조사를 미루어주길 요구했다. 그러나 조사조에서는 현당위 지시니 할수 없다고 했다. 한창 쟁론끝에 싱갱이질이 생겼고 나중에 결이 난 장조장이 이곳저곳 해당부문에다 전화를 치는것이였다. 미구에 진파출소의 경찰차가 앵― 앵― 경보기를 울리며 들이닥쳤다. 사태는 엄중해졌다. 온 마을사람들이 까맣게 모여들었다. 뒤이어 경찰들과도 싱갱이질이 벌어졌다. 종덕이는 겅찰들앞에서도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떳떳하게 팔을 내저으며 시비를 캐고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종덕이를 다시 보게 되였다. 대견스럽게 보였고 영웅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과 경찰지간에 밀고닥치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서로 한데 엉켜서 돌아갔다. 나중에 경찰측에서는 과단한 조치를 대여 종덕이와 종수를 진파출소로 호송해갔다.
이튿날 종덕이는 풀려나왔고 종수는 현으로 호송되여갔다. 파출소울안에서 나온 종덕이는 현으로 올라가는 뻐스를 탈가말가 주저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금불촌으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 털썩털썩 거리며 바위굽이를 도는데 앞에서부터 봉철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고있었다.
“종덕아, 벌써 여기까지 왔냐? 난 네가 풀려나온다는 소식을 얻어듣고 지금 막 마중하러 오는중이다.”
“김서기 고맙습꾸마. 무슨 이렇게 여기까지…”
둘은 서로 껴안았다. 하루사이라도 경난을 겪고난 뒤의 만남이란 또 다른 감정이 있는것이다.
“자, 우리 여기 앉아서 담배나 한대 꼬슬리구 숨이나 돌렸다가 다시 돌아가자.”
둘은 길가의 백양나무밑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종덕아, 어 아직 어리구나. 어제는 왜 그렇게 머절싸하게 헤덤볐니? 봐라, 영향이 얼마나 나쁜가! 너 금방 입당지원서를 쓰구 그게 뭐냐? 종수, 그새끼 조사를 받아야 하구 엄중하면 콩밥까지 먹어야지. 차라리 이럴 때에 그새끼를 아예…”
“김서기,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함둥? 지금 저의 곁에는 김서기도 있어야 하고 그 종수삼촌도 있어야 되는데 그럼둥?”
봉철이는 종덕의 얼굴표정을 슬쩍 곁눈길해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아직 어리구 경험이 부족하니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허지만 종수 같은 사람은 없어야 한다. 있으면 너의 전도에 불리하고 우리 촌의 발전에 불리하다. 봐라, 그새끼가 쩍하면 걸구드는 바람에 할 일도 못하구 동네가 부산해지구. 그새끼가 지금 널 내세우고 생각해주는척 하지만 기실은 제앞의 불을 끄기 위해서란다. 지금 현에서 그눔의 재료를 다 장악했다. 잘못하면 곁사람도 물려들어간다. 조심해라!”
종덕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잠자코 듣기만 했다. 봉철이는 그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구 당원이 되자면 관점이 명확해야 하구 립장이 견정해야 하네라. 지금 종수의 문제가 그저 일반 착오가 아니야. 일단 법적추긍을 받게 되면 그건 성질이 달라지는거야. 이럴 때 조직에서는 너의 태도를 본다. 너를 고험하는거지. 감싸주어도 안되고 그저 보기만 해도 안되고 맞서서 투쟁해야 해. 알겠냐?”
종덕이가 고개를 더 숙였다. 봉철이는 그의 기색변화를 주의깊게 살피며 품속에서 허연 서류묶음을 꺼내쥐였다.
“종덕아, 너 그눔의 가면에 얼리워 넘어가지 말라. 이전에는 그눔이 너를 어디 사람으로 보았냐? 지금은 제가 바쁘게 되니 너를 통해 지현장의 관계를 리용해먹자는 심보밖에 없어. 내 솔직히 알려주마. 그눔이 인제 볼장을 다 봤어. 이것봐라, 내가 장악한 재료만으로도 얼마든지 콩밥을 먹게 되였느니라.”
봉철이가 서류묶음을 종덕의 앞으로 내밀었다. 천천히 고개를 쳐들며 그걸 받아보던 종덕이가 불시에 벌떡 일어섰다.
“김서기, 이게 무슨 짓임둥? 전번에 익명으로 김서기가 보낸것입지비. 에익―씨!”
종덕이는 그 서류를 쫙쫙 찢어서 길가의 도랑물에다 활 뿌렸다. 허연 종지쪼박들이 사처로 흩날렸다. 뜻밖에 일어난 정경에 봉철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도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
“그게 어떤 자료라고?! 이자식!”
그의 오른팔이 허공으로 반쯤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종덕의 왼쪽뺨에가 철썩 하고 들어붙었다. 불깃한 얼굴에 퍼런 빛이 번개처럼 스쳤다. 종덕이는 몸을 휘청거리다가 다시 반듯이 섰다. 왼쪽코구멍으로 빨간 액체가 가는 선을 긋더니 입술 언저리에까지 와서 멈췄다. 그런대로 종덕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윽토록 서있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봉철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등뒤에 달고…
이튿날 종덕이는 진당위 방서기를 찾아가서 촌민들의 의견을 여실히 반영하였고 자기의 의향을 내놓았다. 그런데 방서기는 현위의 구체지시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회의를 핑게대고 몸을 빼는것이였다. 종덕이는 현에 올라가 직접 지현장을 찾았다. 헌데 회의참석중이라고 만나볼수가 없었다. 전번 일이 노여워서인지 아니면 정말 회의가 중해서인지… 종덕이는 먼 친척벌 되는 집에 주숙을 정하고 점심에는 광천수에 빵을 사서 에때우며 련 사흘이나 현위사무청사를 드나들었다. 경비일군들의 눈에 들어 몇번 쫓겨나기도 했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에 현위 울안에서 지현장이 승용차에 올라 차문을 닫으려는 순간에 종덕이가 차문을 잡았던것이다.
“형님!”
저으기 놀란 지현장이 아니꼬운 눈길로 종덕이를 쏘아보는것이였다.
“어허, 너 개고기보다 더 질긴 눔이구나. 나 지금 바쁘니 오후 2시에 다시 보자!”
오후 2시부터 비서실에서 기다린것이 4시에야 지현장과 마주앉을수 있었다. 지현장의 태도는 간단하고 명백했다. 리종수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사람은 이미 내놓기로 결정했다는것이다. 그 말에 종덕이는 헤벌쭉 웃었다. 갈라질 때 지현장이 종덕이의 이마를 툭 튕겼다.
“자식, 이제 다시한번 이 일에 헤덤볐다가는 혼쌀 먹을줄 알아!”
종덕이는 다시 지현장을 향해 헤벌쭉 웃었다.
림시수용소에서 풀려나온 리종수를 보니 열흘도 되나마나한 동안에 열살이나 더 먹은듯 훨씬 겉늙어보였고 몸이 몹시 수척해졌다. 그는 대문가에서 자기를 기다리고있는 종덕이를 와락 껴안고 엉, 엉! 황소울음을 터뜨렸다. 이번 일에 그는 진정 종덕이를 알게 되였다. 원래는 자기 몸을 빼기 위해 허수아비로 내세우자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였다. 자신이 궁지에 빠지게 되니 평상시 먹어라 써라 하며 그렇게 믿음직하게 놀던 친구들도 자기의 옷섶에 불티가 튕길가봐 이런저런 구실을 대고 비실비실 피해감을 이번에 그는 똑똑히 보아냈다. 헌데 종덕이는 그런 인간이 아니였다. 자기와는 애잡짤한 관계도 아닌데 완전히 몸을 내번지며 나섰다. 백살도 못사는 사람일생에서 진정 믿을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것이 얼마나 복스러운 일인가! 자기가 왜 이 녀석을 좀 더 일찍 보아내지 못했을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종수는 풀려나온 이튿날부터 앓아누웠다. 그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허약해진탓이라고 마누라가 영양보충을 한답시고 공대를 잘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현병원에 가서 검사해보고 주급 병원에까지 가서 검사해보았다. 암은 암인데 양성반응을 보였다가 음성반응으로 넘어가 확실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하여 북경으로 해서 상해까지 가려고 했다. 미국에 있는 딸이 딸라를 부쳐왔고 국내에서 안되면 국외로 나오라는 기별도 왔단다. 북경으로 떠나가는 날 종덕이를 비롯한 촌간부 몇몇이 연길공항까지 가서 바래였다. 친척들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길이 아니되였는가 해서!
종수가 없게 되자 금불촌은 봉철의 세상으로 되여버렸다. 아마도 손바닥만한 호박골에 범 두마리까지는 용납하기 곤란한 모양인가부다.
봉철이는 요즘 기분나게 돌아쳤다. 어쩜 세월을 거슬러 가는가! 대여섯살쯤은 더 젊어진건만 같았다. 무슨 새 마을건설계획전망도를 내온다, 무슨 치부정보를 수집해서 기업을 앉혀 항목을 연구한다, 무슨 집집마다 만원수입을 올릴 부업거리를 쥐라고 호소한다 하며 마을안팎을 들볶아놓는다. 완전히 금불촌의 제1선줄군이요, 제1대변인이요, 제1개혁자의 자태로 나서고있었다.
종수를 보내고 난 종덕이는 기분이 잡쳐져 무슨 일이나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그런 정신없는 겨를에 봉철이가 이런걸 한다 저런걸 한다 하며 날뛰는 꼴이 아니꼽게 보였지만 촌민들을 위해 하는 일이라서 건성으로라도 지지해주는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종덕이가 아래마을 한족집 둘째와 함께 내봉하기슭을 오르내리며 지형을 살폈다. 내봉하 저쪽켠에 인가는 없지만 경치가 좋고 산나물이 많고 땅이 비옥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한기가 되면 허리치는 강물을 건너가 나물도 캐오고 화전식으로 경제작물도 심어 걷어오군 했다. 사람만 다닐수 있는 공중다리라도 놓으면 건너편에다 대면적의 황무지도 개발할수 있고 소방목지도 얻을수 있는것이였다. 몇년전에 촌에서 해당수속까지 다 밟아놓았지만 자금난으로 손을 대지 못했던것이다. 내봉하에서 매일 고기잡이를 할 때부터 종덕이는 어느때엔가 꼭 자기의 힘으로 다리를 놓겠다는 자그마한 소망을 꿈꾸어왔던것이다. 지금도 걸림돌은 자금난이였다. 그래서 왕가네 둘째를 찾았다. 왕가네 둘째는 그만한 돈은 낼수 있는데 다리가 락성된 다음에는 건너가고 건너오는 사람들에게서 길세를 받아야겠다는것이였다. 원, 기가 막혀! 돈이 돈을 번다고 돈버는데 이골이 튼 녀석들과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바락 화를 냈었다. 한 골안에서 한갈래 강물을 마시며 서로 의지해서 살아온 고향사람들지간에 무슨 길세냐고. 정 그렇게 옴니암니 따지겠으면 림시호구로 이 골안에 와서 땅을 부치고있는 너의 친척들을 다 쫓아버리고 경작지를 되찾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왕가네 둘째가 누그러들었다.
“박촌장, 나두 그런 인간이 아니우. 내 뭐 그 다리를 놓아 돈을 벌겠소? 내 돈이 들어갔으니 그저 알아봐달라는거지.”
그렇게 타협을 본 둘이 지형을 돌아보았고 저녁에는 왕가네 집에서 푸짐히 한끼니 얻어먹었다.
온 하루 끌려다녀 다리가 시큼시큼해났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촌사무실에 들려 혼자 흥얼흥얼거리는데 봉철이가 두툼한 자료를 안고 벌떡 뛰여들었다.
“야, 종덕아, 끝내 찾았구나, 찾았어!”
봉철이는 어찌나 흥분되였는지 얼굴이 붉스그레 상기되여있었다.
“뭘 찾았다는 말습입둥?”
“자, 이거 한입으로 어떻게 다 말할가! 우리 전촌 촌민들이 다 벼락부자가 되고 우리 촌의 락후한 면모를 일신시킬수 있는 치부항목을 찾았단 말이다. 알겠느냐?”
그 말에 종덕의 귀도 번쩍 트이였다.
봉철이가 말하는 치부항목이란 녹두알만한 인공진주구슬을 낚시줄 같은 실에 꿰여서 각종 공예품이나 일용품을 짜내는것이였다. 채색사진으로 소개된 샘플들은 그야말로 정교하면서도 깜찍스러웠다. 자료의 소개에 따르면 학비를 내고 반달간 그 기술을 배워내고 한두달 견습한 다음 기본 원자재를 사가지고 정식작업에 들어갈수 있는데 한사람이 하루에 작은것은 2~3건 짜낼수 있고 큰것은 절반이나 되는 반성품이나 완성품 하나쯤은 짜낼수 있다는것이였다. 작은것은 가공비가 백원가량이고 큰것은 몇백원, 지어 천원짜리도 있었다. 말하자면 하루 일을 제일 작게 쳐도 2~3백원은 넘는다는것이다. 이런 호떡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가! 항목경영에서 첫 걸림돌로 되고있는 직장건물, 기계설비, 동력전기, 물공급 등 경영조건은 하나도 필요없다는것이다. 남녀로소가 다할수 있는데 특히 손부리 여문 녀자들이 하면 효률이 높다는것이다. 이제 호박골사람들은 불시에 돈낟가리에 올라앉아 돈을 어떻게 쓸지 몰라 허둥대지 않을가!
허나,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심중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촌민대회를 열고 이 일을 대토론에 붙였다. 반팔 노란 샤쯔에 나비넥타이를 받쳐 맨 봉철이가 나서 이 가공항목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설명을 가했다.
돈이란 귀신 같은 마력을 가지고있다. 돈을 하루에 몇백원, 한달에 만원, 일년에 몇십만원씩 벌수 있다고 하니 전촌 촌민들이 격동을 금치 못했다. 수시로 우야! 라고 환성이 터졌다. 사기 오른 봉철이 두팔을 저력있게 흔들었고 그사이에서 나비넥타이가 보기 좋게 나풀거렸다. 겨울에도 녀자들은 따스한 가마목에 모여앉아 우스개를 피우면서 돈을 벌수 있다니 부녀들도 야― 하고 환성을 올렸다. 몇년만에 처음 들어보는 녀자들의 환성이다.
봉철이가 령솔자로 부녀주임과 손부리가 여문 처녀를 데리고 떠나기로 했다. 북경에 가서도 여기로 오기만큼이나 더 가야 한다는 절강성 온주로 가자니 세 사람의 차비, 주숙비도 웬간한 돈이 수요되였고 거기에 학비까지 하니 2만여원이 수요되였다. 원자재구입비는 매호에서 먼저 백원어치씩 사오기로 했다. 그 돈이 4만여원이 되였다. 만약의 경우 사기를 당했거나 잘못된다 해도 백원쯤 떼우는것은 개개의 집집의 정황을 놓고 말하면 큰 손실이 아니라는것이였다. 먼저 적게 가져다가 시험해보고 확실하면 두번째부터 많이 구입해보자는 시골사람들의 총명이였다.
이튿날 그들은 온 마을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고 진정부에 들려 소개신까지 떼가지고 갔다. 한달후에 돌아온 그들은 각가지 견본도 가지고 왔고 매호에 나눠줄수 있는 원자재도 가지고 왔다. 밤마다 우사마당에 200볼트짜리 전구알 대여섯개씩 걸어놓고 세 사람이 세 분조로 나뉘여 구슬꿰는 기술을 촌민들에게 전수했다. 그런 다음 통일적으로 정식작업에 들어갔다. 봉철이와 부녀주임이 품질검사원이 되여 집집이 돌아다니며 질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어찌나 돌아다니며 닥쳐댔는지 둘은 입술이 다 부르텄다. 백원어치의 원자재를 어떤 집에서는 사나흘 동안에 해냈고 어떤 집에서는 다시 반복해서 하다보니 이레씩 걸렸다. 그걸 회사측 요구대로 포장한 다음 현 기차역까지 싣고 가서 부쳤고 봉철이와 부녀주임이 따라갔다. 며칠후에 그들 둘은 비행기를 잡아타고 돌아와서 집집이 인건비를 나눠주었다. 백원어치를 가공했고 그것도 촌민위원회에 20프로의 관리비를 떼고도 집집이 3백원내지 4백원씩 돌아갔다. 마을에선 경사가 났다. 우사마당에서는 밤중까지 술상이 벌어졌고 집집마다 별다른 음식을 갖춰놓고 축하했다. 돈이란 정말 보배중의 보배다. 사람들은 래일의 희망을 내다보게 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집마다 통이 크게 접어들 예산이였다. 호박골이 물이 고이지 않는 고장이라고 평소에는 돈잎이 그리워 전기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집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두번째 원자재구입에는 제일 곤난한 빈곤호에서도 3천원 이상씩 냈다. 2만원, 3만원씩 낸 집들이 푸술했다. 어떤 집에서는 친척집 돈을 꿔왔고 어떤 집에서는 자식들의 대사에 쓰자고 저축해두었던 돈을 꺼냈고 어떤 집에서는 미국으로 가자고 준비했던 돈도 꺼냈다. 적지 않은 집들에서는 소와 돼를 내다 팔았다. 며칠사이 몇백만원 거금이 모아졌다. 그걸 진거리 신용사를 통해 회사측 은행구좌에 송금한 다음 즉시 봉철이와 부녀주임이 연길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탔다.
마을에서는 집집이 청소도 하고 벽도 회칠하고 창고도 정리하면서 만단의 준비를 갖췄다. 그리고는 가셔지지 않은 흥분의 여운속에서 물건과 그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비행기를 탔으니 당날로 도착했을거고 그날 저녁은 회사측 책임자들과 술잔이나 나눴을거고 이튿날엔 부친 돈 액수에 따라 포장정리했을거고 사흗날엔 역전에 나가 부쳤을거고 아니, 몇백만원어치의 엄청난 물건을 하루사이에 역전까지 다 날라갈수 있단 말인가? 이틀은 걸려야 할걸. 물건이 온주로부터 여기까지 오자면 며칠이나 걸릴가? 사흘, 나흘… 그런데… 그런데 한주일이 지나가고 열흘이 지나가고 보름이 지나갔는데도 전화 한통도 없다. 사람마다 속이 타서 가슴에 재가 들어앉는것만 같다. 어떤 사람은 입술이 초들초들 말라들었고 어떤 사람은 밤잠도 자지 못해 눈이 벌겋게 충혈되기도 했다. 온 마을에서 웃음소리라도 들을수 없었고 밤이면 괴괴한 마을이 귀신나라 같았다. 종덕이도 눈이 벌겋게 충혈되였다. 회사측에다 하루에도 몇번씩 잔화를 했는데 번마다 뚜― 뚜― 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서 열이레 되는 날 아침에 촌사무실에 전화가 따르릉― 하고 울렸다. 종덕이가 번개처럼 와락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종… 종덕아…”
봉철의 목소리였다.
“김서기! 김서기!”
종덕이가 미친듯이 부르짖었다.
저쪽에서는 이윽토록 울먹거리며 말을 못하고있었다.
“종덕아, 난 인젠 끝장이다.”
순간, 종덕이는 집안이 빙그르르 돌아가는것만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래서 눈을 꼭 감았다. 미구에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에는 대방에서 전화를 끊은 뒤였다. 종덕이는 앞이 캄캄해났다. 일이 틀려진것만 확실해졌다. 이 뒤수습을 어떻게 할가? 머리속에 하얀 안개가 끼는것처럼 생각이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점심에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먹고싶지 않았던것이다. 저녁에도 억지로 민옥이와 밥상에 마주앉았다. 처음으로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어머니에게 근심을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억지로 밥술을 드는둥마는둥 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회계가 뛰여들었다.
“박촌장, 날래 가보우. 김서기네 집에서 지금 란리가 터졌소. 무슨 재국이 날것 같소.”
종덕이는 밥술을 던지고 내복바람에 맨발로 뛰여나갔다. 아마도 김봉철이와 부녀주임이 밤중에 마을로 돌아온것 같았다.
김봉철네 울안에선 손전지불이 어지럽게 흔들거렸고 숱한 사람들이 까맣게 모여들고있었다. 종덕이가 방안에 들어서니 벌써 성질이 불 같은 몇몇 장년들이 봉철이를 붙잡고 얼크러져 돌아갔고 봉철의 마누라는 사람을 죽인다고 악, 악 비명을 지르고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수시로 유리가 깨여지는 소리가 짤라당, 짤라당! 울렸고 이쪽저쪽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남자건 녀자건 모두 제정신이 아니였다. 눈에 달이 올라서 퍼렇게 번뜩이고있었다. 돈을 벌 때에는 더 큰돈을 벌겠다고 내놓았는데 정작 떼우게 되니 그게 아니였다. 그게 어떤 돈인가? 피땀으로 바꿔온 돈이고 한잎 두잎 귀중한데 쓰려고 모아둔 돈이고 사정사정 손이야 발이야 빌어서 꿔온 돈들이다. 무고한 마을사람들과 무슨 원쑤진 일이 있다고 우리 돈을 홀려서 남방에다 처넣었는가? 죽일 놈, 죽일 놈이다! 죽여라! 사태는 험악하게 돌아갈것만 같았다. 종덕이가 부엌으로 씽하고 달려가더니 넙죽한 한족식칼을 집어들었다. 그걸 비껴들고 그는 방안에 들어가 높직한 걸상우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악! 악! 소리를 지르며 천장우의 장식등을 련속 세개나 쳤다. 팍, 팍! 퍼런 불이 연신 번쩍이더니 방안이 절반 어두워졌다.
“조용해라! 거 김서기를 놔라! 놓지 않으면 내 이 식칼을 뿌리겠다!”
종덕이가 한족식칼을 번뜩이며 추켜들었다. 방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마을사람들은 지금 두번째로 종덕이를 다시 보게 되였다. 그저 유들유들하고 바보스럽기만 해보이던 종덕이가…
“기실 이번 일은 김서기탓이 아니꾸마. 내가 그 정보를 얻어다가 김서기한테 맡겨 연구하게 했던것입꾸마. 그러니 죽이려면 나를 죽입소. 자, 이 식칼로!”
종덕이는 네귀 번듯한 한족식칼을 구들바닥에 철렁 던졌다. 허나 누구도 그 식칼을 집어드는 사람은 없었다.
“여러분, 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깁소. 돈을 번다고 좋아서 벌자고 한노릇입지비. 우리 어마이두 저를 장가보내겠다고 모아둔 돈을 몽땅 털어내왔스꾸마. 그게 어떤 돈입둥? 내 이 한몸을 칼탕쳐서라도 한잎도 곯지 않구 갚아드리겠스꾸마.”
사내들은 고개를 푹 숙였고 아낙네들은 소리를 죽여가며 쿨쩍거렸다. 종덕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래일 우선 먼저 우리 촌간부들이 김서기와 부녀주임을 데리고 현공안국에 가서 이 사건을 보고하고 현당위와 현정부를 찾아 정황을 회보한 다음 구체적지시를 요청할 예정이꾸마. 그런 다음 마을에 돌아와 김서기와 부녀주임 전체 촌민들께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게 하겠스꾸마. 거기에 맞춰 돈을 찾아올 방도를 내오고 만약 찾아올수 없을 정황이라면 어떻게 손실을 미봉할것인가를 연구해야 되지 않겠슴둥? 기실 제가 갚는다고 했지만 제 한몸으로 갚자면 몇십년, 아니 몇백년 벌어야 그걸 다 갚겠슴둥? 김서기와 저를 죽인다고 그걸 갚을수 있겠슴둥? 여러분의 지혜와 힘을 합해야 저도 그걸 하루빨리 갚을수 있는게꾸마. 자, 김서기를 봅소. 오죽했으면 반쪽이 되여 돌아왔겠슴둥? 지금은 그에게 매를 안겨줄것이 아니라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슴둥?”
사람들은 하나 둘 방안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문밖으로 나서며 오열을 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수라장이 된 방안이 어지럽게 남았다.
“종덕아!”
눈이 퀭해진 봉철이가 종덕이를 와락 끌어안더니 엉, 엉! 하고 황소울음을 터뜨렸다.
봉철이도 원래는 종덕이를 허수아비로 내세우고 자기가 뒤에서 모든것을 좌우지 하려고 했던것이다. 그러나 이 시각 그는 종덕이를 다시 알게 되였다. 내심으로부터 종덕이에게 감복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왜 일찌감치 종덕이를 보아내지 못했을가 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다.
5
그들 일행은 봉두산 정상인 박두봉을 향해 톱아오르고있었다. 갈수록 심산이라더니 오를수록 산은 험해졌고 오를수록 절경이였다. 깎아지르는듯한 절벽밑을 지나면 우중충한 소나무숲이 우거지고 썰렁할가말가한 소나무숲속을 빠져나오면 파아란 비탈이 사선으로 뻗어져있기도 했다. 호박바위굽이를 지나오니 저 아래 깊숙한 골짜기로 은띠 같은 내봉하가 구불구불 산기슭을 에돌아 흐르고있었다.
“딩호우, 따따디 딩호우!(너무 좋아, 정말 너무 좋아!”
진작 땀투성이 되여 런닝그샤쯔까지 다 벗어버린 팡리사장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육중한 몸체인 팡리사장의 살집은 하얀 두부모 같았다. 희번뜩한 얼굴 역시 하얀 만두처럼 희한했다. 그가 검누런 고급려송연을 꺼내 물자 종수가 눈치 빠르게 라이타불을 찰칵! 켜서 붙여올렸다.
“원래는 저기 저 아래쪽 강폭이 좁은데다가 다리를 놓자구 했습지비…”
종덕이가 내봉하물이 산기슭굽이를 에돌아 마을쪽으로 빠지는 곳을 가리켰다.
“뿌, 뿌, 나리 뿌싱. 하이쓰 짜이쩌얼 샤밴 즈제 다거쵸쭈이호우. 요칸 왠잰.(아니, 아니, 거긴 아니야. 그래도 이 아래쪽에 직접 다리를 놓는게 좋아. 원견성이 있어야지)”
팡리사장은 앞으로 풍경구의 전망을 내다보며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것이다. 풍경이 제일 좋은 곳에다 다리를 놓아야 저쪽 산과 이쪽 산의 정체적인 조합을 이를수 있다는것이다. 자기는 세계의 명승지란 명산을 두루 다 돌아보다싶이 했는데 이 봉두산경치가 금강산이나 묘향산, 한라산에 비기지는 못하지만 또 그보다 별다른 특색이 있다는것이다. 면적이 작고 거대감은 없지만 흐르는 물이나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이나 산세들이 아주 정교하게 맞물려 아늑한 선경 같은 황홀감을 이뤄준다는것이다. 거기에 이제 구름다리까지 놓으면 그림 같은 풍경구가 될수 있고 많은 투자인들의 눈길을 끌것이라고 그는 예언까지 했다. 그가 지금 내봉하에 구름다리를 놓고 주변환경개조에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그도 광풍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자란 농민이였다고 한다. 개혁개방초기에 돼지치기를 해서 목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사료업에 진출해서 떼돈을 벌고 그 돈으로 부동산업에 뛰여들어 거금을 모으고 그 거금으로 지금은 북경에다 어마어마한 회사를 꾸려놓고 관광, 금융투자업에 종사하고있단다. 그리고 예쁘장하게 생긴 막내딸 쇼팡이를 비서삼아 데리고 다니는데 쑈팡은 영어는 물론 한국말과 일본말도 아주 류창하게 했다. 팡리사장은 종수가 북경병원에 가서 입원치료를 받을 때 같은 입원환자로 친한 사람이였다. 암으로 여겼던 종수의 병이 암이 아니고 일반 종류가 생긴것이여서 수술하고 완전히 완쾌되였던것이다.
마을에 돌아온 종수는 금불촌을 위해 몇가지 실질적인 일을 해놓았다.
확실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였다. 그전에는 그 머리를 개인적 명예와 리익만 따지는 흑심에다 썼었다. 이번에 와서는 종덕이를 봐서라도 금불촌을 위해 진심으로 일해보자고 속심을 다졌던것이다. 그러다가 현에서 봉두산풍경구를 건설할 의향이 있다는 말을 듣고 팡리사장을 초청했던것이다. 현에서도 이에 고도의 중시를 돌렸다. 지현장이 직접 전 대의 사업을 지휘했다. 전번날에는 친히 팡리사장을 배동하여 장백산천지관광까지 하고왔다. 봉두산 풍경구건설은 지현장이 일찍부터 품어왔던 꿈이였다…
“그리고 앞으로 저기 저쪽 츠렁바위아래로 길게 뻗어내려간 산자락을 리용해서 스키장을 앉혔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김봉철이가 팡리사장에게 광천수병을 넘겨주며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호우주의 니먼쩌니 더 뚱지쬬창, 짼거 쏘싱 화쉐창덕화 뚱지예커이 쪼다이 화쉐미. 워꾸지 샤쉐즈허우 쩌얼 더 펑징껑 미런.(좋은 건의웨다. 여긴 겨울철이 길어서 소행스키장을 앉힌다면 겨울에도 손님을 끌수 있을거웨다. 눈이 내린 다음의 경치가 더 볼만 할거웨다)
“그러면 스키장건설계획도 환경개조건설 첫 단계 계획에 넣으시겠습니까?”
봉철이는 완전히 흥분되였다.
“쩌쓰 이챈 메이샹또더. 뿌리, 또스허우칸칸바.(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요. 허지만 그때 가서 봅시다)”
“감사합니다. 리사장님은 정말 우리 호박골의 은인이시구 또한 저의 은인이십니다. 전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을겁니다. 풍경구건설에 이 한몸을 바치는것으로 그 은혜에 보답하렵니다.”
봉철이는 늘씬한 허리를 버들가지처럼 굽히며 굽썩 경례를 올렸다. 아닌게아니라 봉철이게는 은인으로 될만한 리사장이였다.
그 구슬공예품가공항목에 사기당한 풍파가 있은 다음에 현공안국에서 적극적으로 온주공안부문과 련계를 달고 사건해명진전을 알아보았다. 얼마후에 공안부문에서 사건조작자들을 전부 나포하였다. 그들은 전국을 상대로 수천만원을 사기쳤던것이다. 지금 그들의 부정축재금과 장물을 절반쯤 몰수해들였는바 사건해명이 끝나면 일부분은 돌려받을수 있는것이였다. 불행중 다행이라 할가 봉철이는 한절반 숨을 쉬게 되였다.
헌데 빚군들의 성화에는 견뎌낼수가 없었다. 많은 가정에서 한달내지, 두달만 쓰고 갚겠다고 꿔온 돈들이였다.
마을로 외지빚군들이 매일 들이닥쳤고 봉철이네 문앞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전쟁”이 벌어지군 했었다. 봉철의 마누라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다고 번져지기도 했고 봉철이도 어느날 종덕이를 찾아와 살고싶지 않다고 눈물을 흘렸었다. 그때 종덕이가 봉철의 멱살을 거머쥐고 내봉하기슭으로 질질 끌었다. 죽겠으면 혼자 죽지 말고 같이 죽자고! 강기슭에 개울물에 옷이 흥건히 젖어들 때 봉철이가 다시는 그런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해서야 종덕이는 그의 멱살을 풀어주었던것이다.
빚군들의 성화가 더 가심해지고있을 때 종수가 초청한 팡리사장이 마을로 찾아왔던것이다. 촌간부들이 그를 배동하여 여기저기 돌아보기도 하고 촌사무실에 앉아 좌담하기도 했다. 하루는 그들이 우사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몇몇 외지빚군들이 기세 사납게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봉철이를 휘여잡고 밀치락거렸다. 종덕이는 손님앞이라 창피스럽다고 그들을 한쪽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팡리사장이 그 일에 대해 궁금증을 내비쳤다. 그래서 종덕이가 그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딸의 번역에 귀를 기울였다. 표정을 보니 별로 시답게 여기는것 같았다. 다 듣고나서 서서히 눈을 뜨더니 그는 그 돈을 자기가 선대해주겠으니 바쁜 목을 풀라는것이였다. 종덕이는 너무나도 고마와서 그의 손을 덥썩 쥐고 련신 흔들었다.
“쎄쎄! 쩐 쎄쎄!(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기가 세계적인 명승지나 풍경구를 많이 돌아보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가난뱅이가 없고 모두 부자였다는것이다. 앞으로 이 호박골사람들도 다 부자가 될것이라며 부자가 된 다음 그 본전을 갚으라는것이다. 부자가 된 다음에는 같은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다 좋다는것이다. 그때 가면 리식이 본전보다 몇갑절 더 넘어날게 아닌가고 그는 종덕이에게 눈을 찔끔거려보았다.
오후에 딸 쑈팡이가 봉철이를 찾아 수요되는 돈액수와 촌의 신용사구좌번호를 물어보고 즉시 북경에 있는 본사에 팩스로 보냈다. 이튿날 송금이 되여 또 한번 온 동네가 감격으로 들끓었다. 숱한 사람들이 줄레줄레 꼬리에 꼬리를 물고와서 면목도 없던 팡리사장께 굽썩굽썩 경례를 드렸고 어떤 사람들은 엎드려 절까지 올렸다. 팡리사장은 그 장면에 어쩔줄 몰라했고 저으기 감동을 받는듯했다.
“쩌리더 런민 떠우쓰 춘푸싼량더 호우런, 호우런 까이 궈 호우르즈라.(여기 사람들은 다 순박하고 선량한 좋은 사람들이구만요. 좋은 사람들이 좋은 나날을 보내게 돼야죠)”
봉철이는 팡리사장을 끌어안고 “따거(형님)”로 모시겠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다…
팡리사장이 돌아가게 되였다. 저녁에는 마을에서는 환송만회를 열기로 했었다. 지현장과 현 해당부문의 책임자들도 참석하기로 되여있었다.
종덕이는 김봉철서기더러 팡리사장 일행을 우사마당으로 모시라고 해놓고논 종수의 옷자락을 슬며시 당겼다. 종덕이와 종수는 버드나무숲속으로 들어가 바위돌우에 나란히 앉았다.
“삼촌, 내 조카로서 후배로서 이런 말을 해야 되는건지… 며칠 고민했소. 말이 떨어지질 않소만 어쨌든 한마디 해야겠소.”
“무슨 말?”
종수는 미간을 쪼푸리며 심각해지는 종덕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삼촌, 전번에 삼촌이 북경으로 치료받으러 간 다음에 현에서 파견한 두번째 조사조가 내려와서 삼촌의 재료를 해갔소. 아마 충분히 해갔을거요. 이번엔 마지막으로 또 내려와 보충할건 보충하고 확인할건 확인한다오. 내 생각에는 그들이 내려오기전에 삼촌이 모든걸 숨김없이 깨끗하게 다 털어놓고 자백하는것이 좋을듯 하오. 이번에 삼촌이 부디 호박골을 위해서, 아니 전현을 위하여 대공을 세웠소. 이건 현위 렴서기도 공정했고 지현장도 공정했소. 그러니 립공속죄가 되겠소. 기회가 좋으니 시원히 다 털어버리고 거뿐하게 사는것이 좋을것 같소.”
그 말을 듣고난 종수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이윽토록 말이 없었다. 미구에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종덕이도 일어섰다.
“내 알았다. 네 말대로 하마!”
둘은 서로 손을 뜨겁게 잡았다.
우사마당에다는 200볼트짜리 전구를 대여섯개 내다 걸었다. 촌에서는 소를 한마리 잡아엎었다. 음식에 미립이 튼 아낙네들이 명절분위기에 휩싸여 가분가분 돌아가며 음식을 정성껏 갖췄다.
정면의 길다란 상에는 오른쪽에 손님측인 팡쟈망 일행이 앉고 왼쪽에 지현장을 비롯한 현지도일군들이 앉고 그 상 맞은켠 네모난 상에 촌간부들이 앉았다. 그뒤로는 로인들은 로인들끼리,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끼리, 부녀들은 부녀들끼리, 끼리끼리 둥근상을 에워싸고 널려앉았다.
이제 환송만회가 시작되면 촌을 대표하여 김봉철서기가 환송사를 읽게 되고 그다음 팡리사장이 호박골 풍경구건설전망과 구체공정계획에 대한 설명이 있게 되고 나중에 지현장의 중요연설이 있게 된다.
정면 중간상에 앉은 지현장과 팡리사장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시로 껄껄 웃음보를 터뜨리고있었다. 그러다가 지현장이 불현듯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종덕이를 불렀다.
“종덕아!”
“예, 형님!”
지현장이 팡리사장과 자기가 앉은 공간사이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이 중간에 앉으실분을 모셔오지 않았구나.”
“어마이를 모셔오너라!”
“아니 형님두 이런 장소에 어떻게…”
“아니다. 오늘은 8월 8일 길일이다. 꼭 어마이를 모셔온다고 하느니라.”
로인들과 부녀들이 앉은 상에서 그래야 한다고 몇몇이 일어나 팔을 내저었다.
“앗따실루, 이것 참!”
사람들에게 밀리여 민옥이 끌려나온다.
가리마가 선명하게 쪽 빗어넘긴 하얀 머리, 이마전엔 주름이 얼기설기했지만 중간에 박힌 기미만은 여전히 유표하게 도드라져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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