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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명이 뒤지고 물질이 곤핍한 연대에는 줄을 제대로 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지나간 세월은 오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오도 낮지만 물질 또한 너무 부족한 것이 많아 각오만으로 줄을 제대로 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다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를테면 먹고 사는 것의 필수품인 식량,기름, 천과 고기,술,사탕, 과자. 등 생필품을 살 때 그밖에 유일한 문화생활인 영화관람을 할 때 또 나들이 할 때 필수인 기차표나 버스표를 살 때 만일 줄을 섰다해도 차례가 오는것이 없다고 할 때? 그래서 줄서기가 난장판이 되곤 했는데 그럴 때일수록 질서를 지키려는 정직한 사람, 체면있는 사람이 늘 손해를 보곤 했었다
현재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도 많이 줄어들었거니와 새치기를 하는 현상도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많이 뒤떨어져있는 것 같다.
지난해 청명 때였다. 폭설이 내리면서 달리던 열차가 한 역에서 열시간이나 멈춘 적이 있다. 열차 안에서 소동이 일어났는데 필수품인 물과 식품이 다 떨어지면서 할 수 없이 역전 가까운 곳의 소매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사람은 많고 물건은 적어 그만 난장판이 됐다.
자질높은 국민이라면 물건이 부족할 때일수록 오히려 질서를 더 잘 지키면서 서로 양보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폭설에 길이 잠시 막힌 것을 두고도 이렇게 밀고 당기며 싸움판을 벌이는데 만일 우리에게 이보다 더 큰 재앙이 닥쳤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해보니 약간 두려움이 앞섰다.
그 누구의 말처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재앙보다 인간 스스로의 양보없는 충돌로 하여 빚어지는 재난이 더 크지 않을까?
아름답고 감동적인 줄서기는 인류의 문명을 잘 보여준다. 예상을 초월하는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는 불행한 나라 사람들을 돕기 위해 너도 나도 길게 늘어서서 성금을 넣는 줄서기이다.여기서 모금액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엄마가 무얼 사먹으라고 준 용돈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성금함에 넣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는 줄서기 , 세상에 이것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줄서기가 또 어디있을까.
요 몇 해 사이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대재난이 자주 덮치면서 세계 각국에서 국적과 민족 종족을 가리지 않고, 그리고 과거의 원한이나 분규도 고려하지 않고 피해를 입은 나라, 다른 민족을 돕는 오로지 사랑 나누기 모금 줄서기가 점점 자주 또 길게 늘어서고 있다.
재난이 닥쳐도 침착하게 대응하여 서로가 남을 배려하기 위해 양보하는 줄서기와 그리고 그가 누구든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늘어선 줄서기 , 이는 인류의 문명과 도덕이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평화와 사랑의 질서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줄서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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