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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갈수록 술이 무서워지고 있다. 요즈음 한국의 언론 매체를 보면,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야기되는 사건 사고 소식으로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야기되는 각 개인의 건강문제에서부터, 청소년의 음주, 가정주부의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성추행, 음주 운전 등 각종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뜻하는 '주폭(酒暴)'이라는 말까지 새로 생겨나, '주폭과의 전쟁'이 선포되기까지 하였다.
지난 1일에는 서울에서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부인과 다투다 결국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4월 50대 남성이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을 말다툼 끝에 살해하는 등 '주취(酒醉)범죄'는 비일비재하다.한국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6 범죄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 검거된 살인범죄자 995명 가운데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주취'였던 이가 390명(39.2%)으로 '정상' 상태였던 397명(39.9%)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그야말로 잘못된 술 문화가 만연된 '술 사회'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젠 정말 우리 잘못된 음주 문화를 고쳐야 할 때이다.
술은 한민족과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리 민족만큼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민족도 드물다고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술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 민족이 즐기는 술, 이런 술에 대해서는 '백약(百藥)의 어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백독(百毒)의 으뜸'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술은 적절히 마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셔 자제력과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었을 경우,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세상살이에 경쟁이 심하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불안한 마음을 술로 달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술이 오히려 액운을 만났다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술을 지배해야 되는데, 술이 사람을 지배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술만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음식이 또 있을까.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범죄가 술의 힘을 빌려 자행하고 있다 그래서 급기야 주폭(酒暴)이란 신조어까지 생기고 말았다
우리 민족의 잘못된 음주습관에 대해서 연암 박지원은 일찍 『열하일기』에서 "술을 마시면 반드시 취하고, 술에 취하면 반드시 술주정하고, 술주정하면 반드시 서로 싸움질을 하여, 술집의 항아리와 사발들을 남김없이 깨뜨려 버린다."라고 아주 심하게 비판하였다. 박지원의 이 말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고질적인 음주습관을 고스란히 설파한 것이다.
술을 마시는 처음에는 대부분 술의 긍정적 요인을 기대하고 술을 마신다.어떤 기쁜 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자신의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친분을 다지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한 잔 두 잔 거듭되다 보면, 마침내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끝내는 자신을 망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사람은 단연코 술을 끊어야 한다. 한마디로 술 마실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 민족의 문호인 송강 정철은 술을 즐기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한민족의 대표적인 권주가(勸酒歌)인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그려!'로 시작되는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지은 인물이다. 그런 송강이 46세 때 그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술이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자신의 심신건강을 날로 해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술을 자주, 많이 마셨다. 보통, 필름이 끊긴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경험이 많이도 있었다. 물론 많은 실수를 하였고 남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고 그 뒷날에는 후회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강 생각도 하게 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자 하고 또 그 뒷날을 고스란히 낭비를 하는 것 같아서 절제 하려고 노력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모든 일에 있어서 지나치면 반드시 폐해가 발생하는 법이다.이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잘못된 음주 문화에 물들어 있는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이다.우리 스스로 술 마실 때마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술주정뱅이'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술꾼'이 되어야겠다.
흑룡강신문 201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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