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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아남을것인가
2015년 01월 24일 19시 34분  조회:1668  추천:2  작성자: 김태호
일본에서 여러해동안 생활하면서 나는 본의 아니게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잊고 살았다.일본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겠다는 강한 집념으로 정신없이 일본어에만 매달려있었던것이다.

그러는 사이 내몸에는 저도 모르게 일본문화가 흠뻑 배게 되였고 나는 그렇게 “일본인”으로 살아갔다.

언어와 문자의 위력은 과연 대단한것이여서 멀쩡한 조선족사나이를 어느 사이에 반쪽 “일본인”으로 확 바꿔버린것이다.

어느날 문득, 나는 너무나 변해버린 자기를 발견하고 한없이 서글퍼지면서 스스로를 자책했다.

언어에는 그 민족의 숨결이 깃들어있고 문자에는 그 민족의 령혼이 박혀있다.그래서 언어를 잃고 문자를 잃으면 그 민족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것이 아니요,결국에 가서는  망하게 돼있다.

중국의 5천년 력사를 들여다보면 금방 알수 있다.그 옛날 질풍노도와 같이 대륙을 달리며 북방대평원을 호령하던 민족들도 자기의 언어와 문자를 버렸기에 나중에는 씩씩한 기상을 잃은채 그림자처럼 배회하다가  어느 순간인가 사라져버렸다.

한 나라,한 민족을 완전히 정복하는데는 총칼보다도 노화교육이 최고수단이다.노화교육의 골자가 바로 언어와 문자의 말살이다.때문에 정복국은 피정복국민족의 언어 문자부터 강탈하고 말살한다.과거 제정로씨야가 뽈쓰까에 대해 그랬고 프로시아가 프랑스에 대해 그랬으며 일본이 조선에 대해 그랬다.일제는 창씨개명까지 서슴치 않고 우리 민족을 말살시키기에 광분했던것이다.

민족의 언어와 문자,둘 다 지켜낸다면 그 민족은 살아남는다.그런데 언어만 있고 문자가 없다면 그 민족은 매우 위험하다.어떠 의미에서는 문자가 언어보다도 중요하다.어렸을 때 배운 언어는 쓰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그런데 배운 문자는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으며 문자와 같이 배운 언어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위대하다.훈민정음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동화된지 퍼그나 오래 됐을것이다. 리순신장군은 무(武)로써 나라를 구하신 분이요, 세종대왕은 문(文)으로써 민족을 구하신 분이다. 한국 서울의 광화문 앞거리에는 원래 리순신장군의 동상만이 외롭게 서있었으나 얼마전에 세종대왕의 석상도 모셔놓았는데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자기의 언어와 문자를 튼튼히 지켜나가는데는 한인(汉人)들이 으뜸이 아닌가 한다.중국내의 한족은  더 말할것도 없고 세계 각지에 널려사는 화인(华人),화교(华侨)들도 자기의 언어와 문자를 고수(固守)하는데는 그 열성이 대단하다.

화인,화교들은 주재국의 언어를 구사하는것이 그 나라 사람들과 전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능란하면서도 자기네들끼리만 같이 있다하면 무조건 한어로 대화한다. 주재국의 언어를 일체 쓰지 않는다.그래서 모국어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내가 한국에서 사업할  때 그곳 화교들은 내가 중국조선족임을 번연히 알면서도 나를 중국인으로 간주하면서 항상 나에게 중국어(한어)로 말을 걸어왔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내 친구가 한번은 화교친구네 집에 초대받아갔더랬는데 소학교에 다니는 그집 아이가 무심결에 영어로 제 엄마와  대화했던 모양이다.아이의 엄마는 냉큼 아들애의 귀뺨을 치면서 화어( 한어)로 말하라고 호통치더란다.

그랬다.그들은 주체의식이 뚜렸했고 자기의 철학을 갖고 살았다.기나긴 중국의 력사에서 소수민족이 완전 통치했거나 거의 통치한 시간대는 1/3을 차지한다. 그랬어도 한인들은 동화되기는커녕 역(逆)으로 이민족(异民族)을 동화시켰다.

이렇게 큰 대국임에도 현재 55개의 소수민족밖에 남지 않았다. 베트남같은 작은 나라에도 6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있는데도 말이다.

한인들은 그 어떤 역경속에서도 자기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애쓸뿐만 아니라 발양하기에도 진력한다.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공자학원”을 보면 알수 있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민족의식이 그다지 투철하지 못하다.저출산으로 조선족어린이가 감소되는데다가 하나뿐인 아이마저도 한족학교에 보낸다.정부,은행,서비스 업계의 조선족임직원들은 고객이 조선족임을 번연히 알면서도 한어로 말한다.게다가 관념의 “갱신”으로 타민족과의 통혼도 쉽사리 이뤄지고있으니 우리의 혈통,우리의 문화를 전승(传承)해나가는데는 참으로 힘겹고 숨차다.

중국내 조선족도 문제거니와 해외에서 살고있는 우리 부모들 또한 책임이 크다.자식들이 이민족으로 변해가는데도 전혀 걱정이 없고 가슴 아프지 않다.오히려 자랑에 가깝다. “우리 아이는 조선말을 안해.한족아이 다 됐어.” “우리 아이는 조선말을 몰라.영어(일어) 하나만은 잘해.”

오호라, “대범”한 우리 부모들이여,부끄러워해라!

장국을 먹고 김치를 먹으면 조선족인가? 민족의 넋이 살아숨쉬고 민족의 얼이 간직돼야 조선족이다! 우리 말과 우리  글을 모르면 그는 이미 조선족이 아니다. 우리 언어와 우리 문자를 모르면 조선족간부로서의 자격이 없다.

명견(名犬)도 혈통이 있고 족보를 이어가는 시대인데 유구한 력사와 찬란한 문화를 이룬 총명하고 지혜롭고 똑똑하고 야무진 우리 민족이 소실된다는것이 말이 되는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보니 고향은 여러가지로 변화가 많다.그러나 그중에는 절대로 변해서는 안될것도 변해있었다. 백두의 기상을 안고 호연지기를 키우던  민족의 숨결이 미약해졌다.

우리는 살아남을것인가? 언제까지 살아남을것인가?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며 살아남을수밖에 없다.
우리는 원래 우수한 민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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