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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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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성 큰 기쁨
2016년 08월 04일 09시 52분  조회:1171  추천:3  작성자: 김태호
공자가 외유할 때 어디선가 슬피우는 소리가 들려서 찾아가보니 고어(皋鱼)라는 젊은이였다. 공자가 그 사연을 물어 고어가 대답하기를 “저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해 천하를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보니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나무가 조용히 서있고싶어도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싶어도 부모님은 기다려주시지 않습니다 (树欲静而风不止 子欲养而亲不待). 흘러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것은 세월이고 돌아가시매 따라갈수 없는것은 부모님입니다. 이제 저는 이 세상을 하직하여 부모님을 섬기지 못한 죄를 조금이라도 씻어볼가 합니다.” 고어는 말을 마치고 한참 통곡하더니  죽고말았다.
 

고어의 죽음으로 인해 공자의 문하생중에서 집으로 돌아가 부모를 봉양하는 제자가 열세명이나 되였다.
 

만물의 령장이라는 인간은 자신이 부모가 돼봐야 부모님의 은혜에 어섯눈을 뜨기 시작하며 부모님의 은혜를 깨우치는데는 수십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인생의 절반 남짓 지나야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늦게 나마 깨우치고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저 할 때면 부모님은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아니한다. 그래서 가슴 미여지는 일이요 평생의 여한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짐승의 세계에서도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것이나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성은 인간에게만 있다. 세상의 많은 인종중에서 우리 민족은 부모에 대한 효성이 류달리 극진했다. 세계 그 어느 민족에 비해서도 으뜸이였다.
 

세계적인 문명사학자인 토인비는 한국에 와서 효강의를 듣고 흐느끼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족제도는 한국에 있다”고 감탄했으며 “만약 지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꼭 하나 가지고 가야 할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한국의 효문화이다.”라고 극찬했다.
 

우리 연변은 유교의 시조 공자를 배출한 중국내에서도 가장 먼저 로인절을 제정한 지역이다. 해마다 로인절이 되면 우리는 농후한 명절의 분위기속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형제자매 온 가족이 모여 즐긴다.
 

나라에서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阳节)을 곁들여 ‘로인절’로 정한것은 한참 뒤의 일이며 그 효과도 역시 미미하다. 그래서 상해시는 부모와 따로 사는 자식이 정기적으로 부모를 방문하도록 의무로 하는 조례를 제정해 2016년 5월부터 시행했다. 조례에 따르면 자식이 찾아오지 않아 외롭다고 느끼는 부모는 자식을 제소할수 있다. 판사는 사정을 파악해 자식에게 부모방문을 명령할수 있다. 법원의 명령을 받고도 부모를 찾지 않는 자식은 금융거래상 신용에 문제가 없어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된다.
 

일이 바쁘다는 핑게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것을 리유로 우리는 부모에 대해 소홀하다. 부모에게서 받아가질 때에는 당연한것으로 여기며 고마운 마음 별로 없이 넙적넙적 받다가도 부모에게 드릴 때에는 묘한 계산이 앞선다. 얼마간 해드리고는 생색내기에 바쁘다. 인간이란 이렇게 간사하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은 짝사랑이라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사랑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자식들이 자숙자계해야 할 일이다.
 

의문이망(倚门而望)이라는 말이 있다. 문에 기대여 서서 자식이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바라본다는 뜻이니 이렇듯 간절한 심정을 지니신 분들이 바로 우리 부모님이다. 어머니와 멀리 떨어져사는 어느 한 아들은 어머니에게 깜짝 기쁨을 드리려고 미리 기별을 하지 않고 집에 들어섰다. 어머니는 크게 놀라셨는데 그후부터 어머니는 마당에 인기척만 나면 아들인줄 알고 뛰여나가군 했다. 이런 우리의 어머님들이 그 많은 그리움을 다 나누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다.
 

학문과 출세를 위하여 부모를 잃었던 고어의 통곡이 어쩌면 나중에 하게 될 자신의 통곡일지도 모른다. 세월은 흐르는 물같아 순간도 그 흐름을 멈추지 않고 흘러만 가니 부모를 섬기는 시간도 결코 길지는 않다. 부모님의 건강은 잠간이다. 평생 갈것 같던 부모님의 건강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기도 한다. 때문에 부모에 대한 효도를 한시 바삐 서둘러야 한다. 부모를 여의고나면 ‘불효자는 웁니다’를 아무리 불러봐야 무슨 소용있으며 땅을 치고 하늘을 부르짖어도 어찌 다시 부모의 얼굴을 볼수 있으랴!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것이 어르신(로인)들이다. 자식들의 작은 정성에도 큰 기쁨을 느끼시는것이 부모님들이다. 미효(微孝)라는 말이 있다. 부모님에게 소박한 옷 한벌 사드리는것도 효도요, 부모님이 신변에 계신다면 자주 찾아뵙고 얘기를 나누는것도 효도이며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있다면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는것도 효도요, 부모님의 이야기를 그냥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떡이는것만으로도 효도이다. 이런 미효들이 모여 대효(大孝)를 이룬다. 굳이 일시불로 거금을 드리는것만이 대효인것은 아니다.
 

부모님께서 로쇠하여 자식에게 의뢰하려 할 때, 늙으신 부모님이 부담스레 여겨질 때 그동안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과 무조건적인 희생을 떠올리면 일순간 생각이 바뀔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는 법. 부모님의 은혜를 보은하려 노력할것이다.
 

8월 15일은 효의 본고장 연변의 ‘로인절’이다. 이날 하루만의 반짝효도에 그치지 말고 평소 부모님에게 작지만 정성 담긴 효도를 꾸준히 해드리자. 작은 정성이라도 부모님에게는 크나큰 기쁨이 되고 여생의 락이 될것이다.

연변일보 20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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