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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을
2017년 01월 05일 08시 45분  조회:1279  추천:2  작성자: 김태호
“이미 작성된 원고로 장편연설을 몇시간씩이나 하는 지도간부를 백성들은 꺼린다. 그대신 말은 짧지만 백성의 마음에 와 닿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말을 하는 지도간부를 백성들은 원한다. 더우기 말은 어눌해도 백성의 리익을 도모하기 위해 불철주야 두발로 열심히 뛰는 그런 지도간부를 백성들은 두손 들어 옹호한다. ”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 민주정치의 리상을 간결하지만 뜻깊게 표현해 자주 인용되는 이 명언은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의 게티즈버그에서의 연설에서 나온다.
 
게티즈버그는 미국 펜실바니아주의 남부에 있는 도시로서 남북전쟁의 대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1863년 가을, 이 력사적인 싸움터에 국립묘지가 만들어졌고 기념식이 거행되였다. 여기서 링컨은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연설’을 했다.
 
그날 당대 최고의 연설가였던 에드워드 에버렛이 먼저 연설했다. 그는 두시간 동안이나 열변을 토했다. 1500여개나 되는 구절들로 꾸며진 화려한 연설이였다. 에버렛이 연설을 마치자 천지를 진동하는 박수가 터졌다.
그다음 등장한 링컨은 272개 단어, 10개의 구절로 구성된 짧지만 의미깊은 연설을 했다. 연설이 끝나는데 2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링컨이 연설을 마쳤지만 청중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청중들은 링컨의 연설이 너무 짧아 연설이 계속될것으로 여겨 박수치지 않았던것이다.
 
에버렛의 열변은 끝나는 순간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지만 어떠한 내용이였던지 청중들은 나중에 다 잊어버렸다. 하지만 링컨이 한 짧은 연설은 불후의 명연설로 남아있다. 미국의 소학생들은 링컨의 이 게티즈버그 연설의 전문을 암송하도록 되여있다고 한다.
 
연설의 명인으로 널리 알려진 토마스 윌슨은 짧은 연설일수록 어렵고 준비도 그만큼 필요하다는것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총화했다. “한시간의 연설에는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다. 20분 정도의 연설에는 두시간 가량의 준비가 필요하다. 5분간의 연설에는 하루밤의 준비가 필요하다.” 연설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대목이다. 긴 연설은 마음속에 주제가 서면 어떻게든 이어나갈수 있지만 짧은 연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사숙고와 음미를 거듭거듭 거치지 않으면 청중에게 감명을 주지 못한다.
 
알고보면 모택동은 연설의 달인이였다. 전문적인 저술을 제외하고 그의 연설은 알아듣기 쉬웠고 구수했으며 짧았으나 강한 선동력이 있었다. 그래서 문화가 없는 홍군전사들이나 심지어 무식한 농민들도 다 알아들었고 그를 따랐다. 모택동의 연설은 쏘련류학을 거치고 맑스주의리론을 강마르게 되풀이하면서 장황하게 늘여놓는 기타 지도자들의 연설과는 풍격이 크게 달랐다. 결국 모택동은 무식하다고 세상이 깔보는 농민들을 이끌어 국민당정권을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기에 이른다.
 
1949년 9월 21일 ‘개국성전’으로 불리우는 전국정협 제1기 전체회의에서 모택동은 짧은 연설속에 “중국인민은 일떠섰다”는 한마디와 1949년 10월 1일 ‘개국대전’에서 “중앙인민정부는 성립되였다”는 천곤(乾坤)을 정하는 구절로 신중국의 탄생을 만천하에 선고했다.
어디 그뿐인가. 모택동의 제사(题词)는 기본을 언급하나 핵심을 찔러 박력이 강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자’, ‘위대하게 살고 영광스럽게 죽었다’, ‘학습을 잘하여 나날이 향상하자’, ‘제국주의와 일체 반동파는 모두 종이범이다’는 제사는 시대를 풍미하는 력사적인 제사로 남아있다.
 
말을 막힘없이 줄줄 이어가고 재치있게 빨리 하며 달달 외우는것은 연예인들의 화술에 지나지 않는다. 지도간부라면 통소리, 빈소리, 헛소리, 큰소리를 삼가하고 실속있는 말을 해야 한다. 원고도 없이 몇시간이고 연설하는것을 지도간부의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그것은 한참 잘못됐다. 말타고 꽃구경 하는 식으로 현장을 대충 둘러보면서 몇마디 나누고는 이미 작성된 원고로 장편연설을 몇시간씩이나 하는 지도간부를 백성들은 꺼린다. 그대신 말은 짧지만 백성의 마음에 와 닿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말을 하는 지도간부를 백성들은 원한다. 더우기 말은 어눌해도 백성의 리익을 도모하기 위해 불철주야 두발로 열심히 뛰는 그런 지도간부를 백성들은 두손 들어 옹호한다. 
 
요즘 지도간부들의 기바꿈이 한창이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지도간부였으면 하는것이 백성들의 간절한 소원이다. 그래서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백성들이 초유록을 늘 외우고 절절히 그리는것이다. 
 
‘말보다 행동을’, 이것은 인간의 기본 도리이기도 하지만 특히는 지도간부들의 필수 덕목이기도 하다.

연변일보 2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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