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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해’ 의 기원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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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과 동물 가운데서 가장 용맹하고 위엄있는 동물인 호랑이의 또 다른 명칭은 ‘범’이다. ‘호랑이’와 ‘범’은 동의어이지만 그 어원이 다르다. ‘호랑이’의 어원은 한자어와 우리 말 접미사가 결합된 것으로서 ‘虎狼이’가 정확한 표기이다. ‘虎狼’은 범을 뜻하는 ‘虎(호)’와 이리를 뜻하는 ‘狼(랑)’이 합쳐진 명사이다. 명사형 접미사 ‘이’가 합쳐져 ‘호랑이’란 이름이 나타나게 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호랑이는 비록 무서운 동물이지만 또한 존귀한 존재여서 인간에게 있어서 신성함의 대상이였다. 하여 ‘범’이라는 순 우리 말이 금기시되면서 그 명칭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호랑이’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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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시대에 조선 경내에는 호랑이가 많았다. 하여 민가(民家)의 호환(虎患)이 매우 잦았다. 녀자들이 산에 나물 캐러 가거나 버섯 뜯으러 가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였다. 특히 생리 중인 녀자가 산에 가면 더욱 위험했다. 호랑이가 먼 곳에서 피냄새를 맡고 달려들었기때문이다.
력사자료에 의하면 17세기 초까지 조선 반도에서 매년 잡힌 호랑이와 표범이 1000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조선 경내에 호랑이가 많고 사람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호식(虎食) 사건이 하도 많이 발생해 “조선에서는 1년 중 절반은 호환 문상을 다니고 절반은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는 소문이 중국에서도 떠돌았다고 한다.
또한 호랑이에 관한 옛말이나 호랑이로 인한 사건들이 너무 많이 발생해 학자들은 조선을 ‘호담국(虎谈国)’이라고 칭했으며 구한말기 서양인들은 조선을 ‘호랑이 나라’라고 묘사했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의 대문호 로신 선생도 조선인을 만나면 “호랑이 이야기를 해달라”고 청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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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호랑이 그림은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고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避邪)의 이미지로 사용됐다. 새해 첫날 호랑이 ‘虎’자를 쓴 종이를 대문에 붙이고 호랑이를 그린 세화(岁画)로 액막이를 했다. 단오에는 쑥, 참대쪽, 헝겊 따위로 만든 호랑이 형상의 애호(艾虎)로 악귀를 막았다. 녀자들이 단오에 애호를 만들어 머리에 이면 재액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타는 가마 우에 호랑이 가죽을 덮어 부정과 잡귀를 막았으며 부녀자들은 액을 막기 위해 호랑이 발톱으로 노리개를 만들어 차고 다녔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호랑이를 공포의 대상보다도 존숭과 신앙의 대상, 은혜를 갚을줄 아는 보은의 령물로 인식했다. 호랑이가 가진 용맹함과 강인함, 지략과 의리, 덕성은 인간들로부터 매우 인정을 받았다. 하여 호랑이는 흉악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우리와 친숙해졌으며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과 무진한 기운을 상징하는 동물로 각인됐다. 연변축구팀의 마스코트로 호랑이가 선정됐으며 유니폼 로고에도 호랑이 얼굴이 새겨져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용맹한 호랑이 정신으로 무장해 그 어느 강팀도 두려워하지 않는 연변축구팀의 기개는 중국 축구팬들을 감탄시켰으며 연변축구팀의 불굴의 투지 앞에서 국내 여러 축구 강팀들은 떨고 떨었다. 하여 연변축구팀은 전국에서 ‘장백호랑이’ 불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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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이다. 호랑이 중에서도 ‘검은 호랑’이다. 동양학에 의하면 우주 만물은 오행, 즉 목·화·토·금·수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음양을 합치면 10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10간이다. 10간은 각기 특정한 색과 방향, 시간을 상징한다.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이다. 임(壬)은 색상으로는 검은 색이고 년도를 나타내는 인(寅)이 호랑이기때문에 2022년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 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계에 실제로 검은 호랑이가 존재할가? 동물학자들에 의하면 자연에서 백호는 가끔 목격되지만 진짜 흑호가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한다. 흑호라고 불리우는 호랑이가 있기는 하나 엄밀한 의미의 진짜 검은 호랑이가 아니라 무늬나 점이 크고 짙어지는 아분티즘 증상을 띤 호랑이로서 이 현상은 특이하게도 벵골호랑이에게서만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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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 관한 묘사나 사자성구가 많다. 사납고 잘 싸우며 위엄있는 장수를 ‘호랑이같은 장수’라고 일컬으며 한가지 재주만으로도 훌륭한 사람에게 그에 못지 않은 좋은 재간이 또 하나 늘었음을 이를 때 ‘호랑이에게 날개 돋친듯’이라고 비유한다. 목표물을 취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며 날카롭게 형세를 살핌을 ‘호시탐탐(虎视眈眈)’이라 하고 처지가 아주 위태로운 상황을 호미춘빙(虎尾春冰)이라고도 한다.
호랑이는 예리한 눈으로 방향을 잡고 기회를 포착한 후 민첩하게 사냥물을 포획한다. 산 중의 대왕이지만 연약한 산토끼 한마리를 낚아채는데도 추호의 소홀함이 없이 까근한 전술을 구사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과연 ‘백수의 왕’다운 장중한 풍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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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내려왔다! 임인년 ‘검은 호랑이 해’가 시작됐다. 동양학자들은 “검다는 것은 력동적이라는 의미이며2022년은 힘차고 거침없는 질풍노도의 한해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 특히 검은 호랑이는 액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오는 동물로 알려져있다. 용맹하고 신성한 호랑이가 날카로운 눈으로 호시탐탐 코로나를 노리다가 날렵하게 단번에 코로나를 콱 물어갔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인데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용맹한 호랑이를 품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좋은 결과과 있기를 기대하고 기원해본다. 2022 임인년은 호랑이의 힘으로 나쁜 기운을 누르고 코로나19라는 인류 력사상 류례없는 역병을 물리치고 인류에게 복을 가져오는 길상의 해가 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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