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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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우감(偶感)
2015년 01월 16일 15시 34분  조회:3768  추천:0  작성자: 김인섭
네가 가니 나도 간다며 얼낌덜낌에 서울을 오갔어도 볼 일은 본답시고 애꿎은 소주나 축내고 쫓기듯 돌아왔으니 남은 인상이란 뒤적거려도 몇 개 안 남았다.그래도 은연중 불끈거리는 생각이었다면 한국의 3D (힘들고,더럽고,위험한)업종 현장에서 희비애환이 사깔린 비화(悲話)를 연출하는 주연(主演)들과 마주하는 갈망이었다.이번 외출길에서 본 일화에 곁들이어 깜박거리던 생각의 일부를 략필(略筆)로 적어본다.

촌감1.서울의 한 친구에게 약속을 보냈더니 어언간 6、7명이 소만왕림(掃萬枉臨)하여 예고없는 친구 모임이 벌어졌다.고향에선 볼 수나 있을가 하던 친구까지 이국 땅에서 만나니 기쁨은 이를 데 없었다.이들은 모두가 계획경제의 기발 아래서 모범수상을 받아오던 지기들이다.그러나 낡은 체제의 정리에 따라 대책없이 빈곤의 골목길을 걸어야만 했던 그들, 발빈(拔貧)의 묘연한 희망을 품고 한국에로 뜬벌이를 온 것이다.만만찮은 술값을 서로 자기가 치른다고 뻐겨대며 용돈까지 호주머니에 질러주는데 보아하니 여유로운 모습이 확연했다. 이젠 돈도 얼마간 모았고 퇴직비도 어지간하고 애들도 용돈을 월부로 보내니 집에 가면 한국 부자가 부럽잖게 나날을 보내게 된단다.인젠 소일삼아 두 나라 사이를 오간다며 으스댔다.
조선족은 행운을 타고난 민족이다.삶의 으뜸인 생계 근심을 수월스레 털어버릴 수 있다면 어느 민족이 또 있을가?

촌감2. 한 친구는 조선족의 미래를 피력한다.우리는 격변기의 산전수전을 거쳐 경제상에서 중쑬쑬한 소강 단계에 들어섰다.인젠 스러지는 민족 전당(殿堂)의 재축에 힘을 경주함으로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연설하였다. 세계화의 물결과 중국의 발전은 조선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부여하였다. 게다가 한국 땅의 번영은 조선족에게 력사전환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는 항선을 선물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계단을 만들어 주고 있다.우리는 문화 이질의 갈등에서 헤매던 시기를 초월하여 상부상조하는 새 단계에로 진입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비록 민족 정체성이 요동치고 있지만 해결의 길은 더욱 헌신적으로 한국 사회에 융합하여 경제적 에너지를 확보하고 글로벌네트웍(Global Network)을 구축하면서 고향 건설에 돌입하는 것이다.
차별과 기시에 눌리어 살며 술이나 먹어대고 세상사는 뒷전인 줄로 알았는데 어물한 말재주를 부리기에 이 술고래도 진땀을 빼고 돈깨나 벌더니 사람이 되는구나!고 눈을 비비며 다시 봤다.

촌감3. 어느 명문대를 나온 30대 금실커플이다.원래 북경의 대기업에서 화이트칼라(White-collar)로 근무하다 우월한 조건을 반납하고 강남구에 간이음식점을 차리고 있었다. 종잣돈을 만들고 파트너를 찾아 중국에 본사를 두고 국제무역업에 도전하려는 꿈을 날리고 있었다.중국 사정에 정통하고 한국의 물정을 꿰뚫은 문화 밑천과 지식 경험을 무기로 인생을 빛내려는 당찬 잉꼬부부였다. 세속에서 밑바닥 산업이라 부르는 밥장사 마당에서 서비스에 전념하는 모습이 바로 새 삶을 위하여 풍상고초를 달갑게 감내하는 우리 민족의 축도(縮圖)가 아니겠는가?
식객들을 향해 깍듯한 정지경례(停止敬禮)를 붙이고 안녕、감사、다시 수인사를 련발하는 가상한 뒷모습에다 조선족의 미래상을 그려보았다..

촌감4. 한 친구의 20대 아들은 건설 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자기는 밑천을 모아 때가 되면 고향에서 사업을 개척하려 한다고 속심을 밝히었다. 일취월장하는 시대를 바라보니 빈곤에서 벗어나고 더 상승하려면 고생은 하더라도 고향이 최적지라고 단언한다.<초년고생은 금을 주고 산다>는 게란다.간고하다고 이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인생이 무의미할 것이니 기어이 본 때를 보이겠다는 결심이었다.청춘소년의 결단이 야무지어 말만 들어도 기특했다.
우리 후손들이 언젠가는 련어족(鰱魚族)이 되어 금의환향(錦衣還鄕)하여 고향을 현대화한 민족의 터전으로 재건할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였다.이것이 어두운 력사 터널을 헤가르며 지나오던 민족혼의 뿌리이겠다.

촌감5.한국인 친구들과 민족 사회를 화제로 올리었다.주제는 한국에서 조선족의 역할과 미래 발전이었다.<한중 수교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조선족은 한국 사회의 발전에 거대한 기여를 하여왔다. 따라서 조선족의 생활상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가져왔다.이 과정에 리념과 문화 특성의 차이로 하여 찬 시선을 들쓰던 암담한 시기도 있었다.허나 인젠 서로 이해하고 포용해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우리는 힘을 모아 글로벌 협력의 새 력사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한국 친구의 말이다. 서로 소원하던 장벽을 넘어 공존공영의 전성시대를 개척한다는 력설이 공념불(空念佛)이 아닌 것만 같았다.
두만강 하류 지역의 국제적 협력、조선족 경제실력의 증장、중국의 지속적 발전 이 3대 요소는 민족사회의 새로운 구도를 형성시킬 것은 틀림없다.고향의 새 청사진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여담으로.한국 땅을 전전하는 친구들의 생존투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반갑다고 우쭐하는 내심은 진심이지만 발빈(拔貧) 전쟁의 최후 승리를 취득하지 못한 실상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부평들이 류리방황(流離彷徨)의 가파른 오름길을 언제까지 걸어야 하고 고향에 돌아와 허리띠를 늦추는 수수한 꿈은 어느 왕갑년(往甲年)에 이루어 질가?

볼품없이 비어가는 고향을 서울에서 바라보니 더 참담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아마도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평초같은 떠돌이 살이를 해야는 것이 우리의 숙명인가 보다.그래도 위안이라면 조선족 특색을 가진 새 민족사회의 맹아가 분명히 우저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때고 이 가물든 땅에 해춘(解春)이 찾아오면 시들하던 애기싹들이 우후죽순마냥 숲을 이루며 넘실댈 것이다. (끝) 2014-06-04
2015-01-08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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