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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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찬송가
2018년 06월 30일 10시 51분  조회:2409  추천:0  작성자: 김인섭
1.봄을 막는 겨울이 있더냐!
동장군(冬将军)의 횡포에 못이겨 오리털패딩을 꺼내 입으며 춘래불사춘(春来不似春)이라 투덜대다 막말도 튕겨나갔다.기온은 령상인데 체감온도는 한겨울을 방불케하는 것이다.겨울 추위도 볼일을 다 봤으면 북국에 유턴(回转)해야 마땅한데 어버리크게도 진을 치고 덮치는 훈풍과 힘을 겨룬다.
 
그러나 소나무는 청푸름색으로 탈을 바꾸고 꽃망울도 터치우는 절정으로 그냥 치닫고 있다.한풍이 풍세대작(风势大作)해도 피어나는 백화만발을 막을 길 없고 봄바람은 그냥 생욕이상(生欲异常)에 걸린 삼라만상에 소생의 힘을 넣는다.생물권 왕좌에 군림한 인간들은 자연의 순환을 넘겨보며 착지자세(着地姿势)를 부동자세로부터 비행자세로 바꾸고 시각을 요밀하게 조정하며 봄맞이를 하고 있다.
 
동면하던 생명과 숙침하던 꽃들은 늑장을 치는가 했는데 피기 시작하니 기세가 세차다.이 봄이 봄이냐 겨울이지!라 투정을 부리던 인간들도 돋아나는 생명의 합창에 태도가 의연해 졌고 추위에 찌프렸던 철학자의 얼굴도 쭉 펴이였다.
 
 '뭇꽃이야 피고지고 봄철은 불고요, 구름이야 오고가고 뫼산은 무탄이라-花开花落春不顾,云去云来山无惮'.날씨가 춥던말든 자연의 봄철은 생령들의 오한을 치유하고 풍성한 봄나물 반찬을 세상에 선사하고 있다.
 
위대한 대지에 봄의 짜릿한 전율이  흐를 때 창생의 생명을 부활시킨 선단(仙丹)은 엄동의 눈꽃이 빚어낸 봄날 유즙 이외에 따로 없는 것이다.
 
2.봄을 가꾸는 농부들
으쓱한 바람이 분탕질 해도 온갖 생명은 깨어나 소생을 윽벼르고 있다.그러나 농사 준비에 분주한 농부의 꿈이야말로 봄꿈 중의 대몽이고 기몽(绮梦)일 것이다.이 어진 사람들의 농심을 확인하고 자연의 숭고한 섭리를 헤아리려 보니 이름 모를  만감이 교차되며 사색에 잠기게 된다.
 
불철주야로 땀을 쏟는 이들이 바로 인간 생명을 떠멘 장본인들이다.그러나 그들의 바람이란 지극히 간단하다.세월에 풍년이 들어 태평한 나날이 되고 밭작물이 세나게 팔리고 비싸게 팔리는 이것이다.간혹 신은(神恩)이 안 따르고 속세가 어수선하면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한해 농사 나무아미타불이란 운명도 감내해야 한다.
 
올봄에는 우순풍조 길보와 음양화합의 호소식이 줄을 지으니 순직한 농군들은 올해는 알곡 뒤주가 꽉 차고 반찬 단지를 터질거라며 술렁거리다.혹시 무례한 불청객이 뛰어들어 야기를 부려도 륭숭한 봄나물 반찬으로 대접하면 끝이란다.
 
이 봄의 운세가 농부들께 돌에 꽃이 피는 재수을 하사한다 하니 속세가 선계(仙界)로 되는 천지조화가 아닌가 의심한다.
 
3.고향의 봄눈
입하를 지척에 두고 내 고향에 함박꽃눈이 내렸다.내려도 듬뿍 내리며 마력을 내뿜는 송이눈은 혁명연극의 서막을 맞이하는 서설(瑞雪)마냥  고향 산천에서 백설 세계를 연출하였다.백설의 참뜻을 밝혀보고자 위챗에 눈덩이를 담아 놓고 지켜보는 인간 모습이 더 가상했다.
 
거기다 봄비마저 보조연출을 펼치어 기후변천사에 기묘한 한 페지를 남긴다며 쑥덕거리는 사람도 있었다.흰 구름사이로 태양이 햇살을 쏟아놓으니 그 형체가 삽시로 녹아내렸다고  ‘봄눈 녹듯 녹다’는 관용어가 생겼다는 력사 전설도 있다.  
 
봄눈이란,조물주가 갑자기 설점(雪点)을 만들어 수증기를 눈으로 변화시키는 것인데 그 용의는 공기 속 유해물을 정화시켜 생물계를 가호한다는 성념(圣念)이고 삽시에 녹여버리는 용단은 화초수목의 동해를 말려주는 용심처사라는 어설픈 설화도 있다니 정말인가 알아보기로 했다.
 
똑 같은 조물주의 창조물인 인간 세상에서도 란마같은 갈등이 술술 풀리고 적층(积层)같이 쌓인 앙금도 춘설같이 사라져야 한다.
 
4.수런거리는 봄
우수가 지났는데 수은주가 툭하면 빙점으로 떨어지다가 봄빛이 내려오면 령상으로 턱걸이 하듯 돌아온다.올해 초봄에는 재수불공(财数佛供)도 없었는데 다양한 복음이 인간의 갈망과 어우러지고 덕담노래들이 들여온다.인정이 오롯이 담긴 말자루가 열리더니 고개를 일시에 주억거리는 사람무리 모습도 가관이다.
 
봄날에 한서(寒暑) 변덕이 많으면 인간도 주춘증(注春症)이나 춘곤증 같은 봄앓이에 말려들고 알레르기 비염으로 콜록거리는 것 쯤은  대수할 게 없다.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 몸에 둔감해지고 통증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대개 정상이다.일교차가 심하여 어디가 편찮고 여기가 말째다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인간 세계의 일상사이다.이것이 바로 계절 변화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날씨가 이러저러해도 날짐승들은 저끼리 짝을 짓고 안식처를 마련하는 장관이 벌여진다.그들은 심술궂은 먹이사슬 적수들의 침략을 대피하여 나무 끝가지의 가장귀를 찾아 둥우리를 지어낸다.위태롭게 매달린 이 둥지는 인간의 눈에는 당장 곤두박질하여 망가질 루옥일 것이나 그들에게는 애정의 결실인 후대를 낳아 키우는  성전인 것이다.속세의 황금대궐과 눈금차도 없는 구중궁궐이다.
 
그들도 인간의 버들피리에 노래재담을 보내며 인간과 한결같은 래일을 그리고 있지 않는가.
 
5.<고향의 봄>을 열창하는 아이들.
요즘 ‘고향의 봄’을 열창하는 아이들이 이상하게 많아졌다.”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며 열망을 부르짖는다.이들이 바로 새날을 풍미할 후예들이고 미래를 주재할 황제주(皇帝株)들이다.바로 그들의 희망은 래일을 가늠하는 잣대요 도덕률인 것이다.
 
아직 설익은 그들의 모습에는 봄과 상통하는 순수 향기가 있다.기성세대는 새싹들의  '무균발아'를 위하여 모든 억제물질을 제거하고 봄씨앗의 봄부침부터 알차게 해나가야 한다.하여 춘심에 들뜬 이 귀염바치들에게 풍년 추수를 안겨주기 위해 소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나의 혈육지신으로 그들에게 공방이 동시 가능한 난공불락 성채를 쌓아줘야 한다.
 
선배들은 평화산업을 일궈내고 의심병으로 고생하는 철학자의 고민을 풀어주고 보수가의 언땅같은 머리도 돌려놔야 한다.
 
평화운동으로 매일을 일관하여 그들이 봄물결을 타고 축복의 궁전에 입궁하도록 시대 길을 열어주자!
 
7.봄날에 맞춰본 부절(符节)
고대 왕실에서 사자나 장군을 파견할 때 금속이나 돌에다 서화를 그려놓고 절반을 끊어 주고 일후 신분을 확정하는 증명물로 사용하였다.이것이 부절인데 기원을 아는 사람이 아주 적다.
 
옛날 한 시골 가정에 쌍둥이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나라 충정을 키워기 위하여 언필충신 행필성실(言必忠信,行必诚实)이란 일과를 부단경(不断经)으로 송문(诵文)하며 애지중지 키워왔다.그런데 어느 해 천신의 조화로 곡식이 타버리고 역신(疫神)이 덮쳐들어 백성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처참한 재앙이 발생했다.쌍둥이 부모도 역병으로 세상과 하직하게 되었다.임종에 아버지는 두 아들을 두 집에 나누어 입양하도록하고 얇은 돌 조각을 절반으로 끊어 두 아이의 품에 넣어주면서 어느 때던 만나면 이 돌조각을 맞춰보고 형제 가부를 확인하라 유언하고 눈을 감았다.이것이 바로 부절의 유래이다.
 
그 후 수재,한재와 황충재가 멎지 않고 파벌 대립과 할거가 발생하며 고을이 조나라와 월나라로 분할되었고 입양된 두 쌍둥이도 두 나라에 갈라졌다.
 
각설하고,세월이 흘러 천성이 천재이고 충신인 쌍둥이는 각각 나라 임금으로 군림했다.그런데 어느 봄날 조왕 측에서 심기전환이 발생하여 피를 나눈 형제를 떠올리며 내 형제를 찾으라는 어명을 내리고 월나라에도 통보했다.소식을 들은 월왕은 즉시 말을 달려 찾아가  무릎을 맞대고 돌 조각을 맞춰보니 자기들은 일란성쌍생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이없어했다는 눈물겨운 상봉이다.
 
이리하여 조나라 렬녀 춘향이와 월나라 효녀 심청이도 서로 만나 비화(悲话)로 밤을 새우며 흘린 눈물이 대한불갈(大旱不渴) 강을 이루어 가물은 사라지고 때를 맞춰 역신도 자취를 감춰 두 나라는 화합이 되고 인민은 행복했단다.
 
끝말.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고,꽃이 없는 봄이 없으며;춥다고 겨울인 게 아니고, 덥다고 봄인 게 아니며; 봄은 그저 봄일 뿐이다.봄의 평화는 오다가 막히면 에돌아오고,에돌아도 막히면 넘쳐서 오고, 넘쳐도 안되면 터드리고 오는 것이 만고불변의 세상 리치이다.
끝맺이를 하려니 맘속의 춘정을 채 쏟지 못하여 석연치 않다.만약 필력이 된다면 이 봄을 앞에 놓고 세상 최고의 산문을 써내여 해해년년 두둑한 저작권료도 받고 싶다.

2018-05-18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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