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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2차 왕청천교령 신선바위-랑만과 시
2015년 05월 18일 06시 45분  조회:3464  추천:0  작성자: 랑만파 인생
초여름의 숲을 지나 산을 오르는 일은 멀지 않아도 높지 않아도 묘연하고 아리숭하고 거추장스러운 과정이다.
가는 비방울이 떨어지면 숲속의 온갖 나무들은 서로 엉키고 설킨 자태로 비릿한 내음을 뿜어내며 높고도 어둑하다.
  
2014년 초겨울이 막 시작되던 시즌에 태양산정상에서 바라보았던 신선바위는 장엄하고 가파롭고 신비한 실루엣으로
우리의 시야에 잡혀 왔었다. 누구라 할것없이 언젠가는 저 산에 꼭 올라봐야 한다는 약속이 
반년후인 오늘에야 이루어졌다. 최소인원으로 구성된 5명의 팀원들이 (우라 목장 헬스 려수 청풍)
세시간에 걸친 긴 운행끝에 강을 사이에 두고 태양산과 신선바위가 마주 보이는 왕청천교령 중두천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한폭의 수묵화와 같았던 겨울산맥의 뚜렸했던 선들은 깊어가고있는 푸르름에 가리워져 
이제 산도 숲도 계곡도 강가도 온통 록색의 생명력으로 자지러질듯 피여난다.
나목으로 서 있을 때의 겨울나무들은 저마다 개별적 존재로 우뚝우뚝하여 산을 오를 때
그 사이로 높은 언덕에 솟아있는 바위들을 어렵지 않게 관망할수 있었는데 여름 산행은 그 묘미를 느끼기 어렵다.
아우성치면서 자라나고있는 온갖 풀들과 줄기식물이 나무와 엉켜붙어 산을 오르는 내내
한치앞의  장애물들과 씨름해야 한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올라 푸르름이 물결치는 깊은 골짜기와
록색의 화판사이사이로 아름답게 솟아있는 바위들을 바라보면 저도 몰래 터쳐나오는 탄성을 금할수 없다.
신선바위에 올라 끝간데없이 아득한 푸른 산들을 바라보았을 때 이는 꿈과 현실이 포개여지는 
몽환적인 순간일수 밖에 없다.

  촉촉히 내리는 가는 비줄기를 온몸으로 맞아 주면서 소리내며 흐르는 강가에 앉아 두 눈을 시원하게
려과시켜주는 청산을 바라보며 따뜻한 찌개국물에 술한잔을 홀짝이며 나눠마시는 순간은
더 이상 멋질수 없는 랑만이고 시정으로 충만된 아름다운 삶의 최고의 시간들이다.
순수한 자연인으로 돌아가 있던 순간 신라의 도읍이였던 경주를 려행하면서 머리속에 
입력하였던 어느 스님의 글귀가  떠올랐다.

청산은 나더러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더라 티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내려놓고 미움도 내려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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