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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생각의 차이
2020년 11월 06일 10시 31분  조회:497  추천:0  작성자: 로년세계
운명을 바꾸는 생각의 차이 

박일


3개월전, 고향친구 A군이 림파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였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후 여러번 만난 적 있고 가끔 통화하며 지내던 가까운 친구라 마음이 더 알알해났다. 지체할세라 위문전화를 하고 약간의 위로금을 보내고 나서 조만간 한번 찾아가겠노라고 단단히 약속을 해두었다. 그런데 거퍼 한달도 안되여 A군이 돌아갔다는 비보를 접하게 되였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A군이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자마자 맥이 풀려 식음까지 전페하다싶이 했다는 후문이였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간 A군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난다. 
살다 보면, 더구나 나이가 들면 종종 이런저런 질병이 찾아와 심신이 고달파지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가끔씩 찾아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행복이나 기쁨이 귀빈같이 반가운 존재라면 불쑥 찾아와 우리의 심신을 고단하게 하는 질병은 불청객처럼 전혀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무탈하게 지내다가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몸에 고장이 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그만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이나 혈기가 왕성한 청장년과 달리 몸의 기능이 서서히 퇴화되고 있는 로인들에게 있어 만성 질병에 시달리거나 몸의 여기저기에 ‘좀’이 먹는 건 자연적인 현상으로서 예방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로년에 접어들면 관절염,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치매, 골다공증 같은 질병에 쉽게 걸리게 되는데 대체로 조기발견이 어려운 데다 근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보니 만성으로 넘어가기가 십상이다. 지어 동시에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있어 ‘종합병원 환자’나 다름없는 처지로 살아가고 있는 로인들도 수두룩한 상황이다. 아무 질병이 없이 건강한 몸으로 만년을 즐길 수 있다면 자식들한테도 짐이 되지 않아 좋으련만 현실은 늘 생각처럼 록록치 않다. 그만큼 로년에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질병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찌는 듯한 폭염 아래서 사막을 걸어가는 두 청년이 있었다. 몸에 지닌 식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고 물병을 들여다보니 똑같이 반병씩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 물병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태도는 판판 달랐다. 한사람은 “아직 반병이나 있네.”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대신 다른 한사람은 “물이 반병밖에 없구나.” 하며 한숨을 풀풀 내쉬였다. 생각의 차이에 따라 두 사람이 삶을 대하는 자세와 기분도 완전히 갈라지게 된 것이다. 전자는 신심과 용기로 몸에서 힘이 솟구치는 반면에 후자는 불만과 실망에 젖어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세상만사가 마음가짐에 달려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실례이다. 갑작스레 찾아든 질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대개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몸에 큰 탈이 생겼다고 두려움을 앞세우고 쩔쩔매면서 뒤걸음질만 친다면 질병은 당신을 얕잡아보고 더욱 감사납게 당신의 몸을 갉아먹으면서 간단없이 괴로움과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진 병을 앓더라도 마음을 다잡고 ‘괜찮아. 꾸준히 치료받다 보면 나아질 거야. 치료만 잘 받는다면 언젠가는 꼭 나을 거야. 요즘은 의학이 발달한 데다 부모형제가 든든히 곁을 지켜주고 있는데 문제없을 거야.’라는 밝은 자세로 나온다면 위험한 고비도 훌쩍 넘길 수 있다. 우리의 주변을 보더라도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병마와 꿋꿋하게 싸우는 로인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질병을 우리의 심신을 갉아먹는 악마라고 무작정 몰아붙이면서 등을 돌릴 필요는 없다. 병이란 ‘병’자에 마귀라는 ‘마’자를 붙여 ‘병마’라고 저주할 것이 아니라 ‘병’자 뒤에 친구라는 ‘우’자를 붙여 ‘병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용기와 아량을 가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우에서 언급했다싶이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등은 대부분이 만성 질병인 데다 완치가 쉽지 않은 질병이다. 우리가 아무리 미워하고 싫어한들 고분고분 물러갈 병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현실을 직시하고 질병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이겨내는 건 어떠냐 하는 이야기이다. 질병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의 마음도 훨씬 편해지게 된다. 머리가 아프면 이마를 짚고 심장이 아프면 가슴을 누르면서 “너 그 쯤에서 좀 살살 하면 안되겠냐?”, “고맙다, 오늘은 네가 나를 별로 귀찮게 굴지 않아줘서.”라며 질병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질병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지레 뒤걸음질 치는 일은 사라지고 따라서 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불끈 솟구칠 것이다. 몸이 편해진다면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절로 생기게 될 터이니 삶의 질도 따라서 좋아지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가.
이 쯤에서 또 고향친구 A군이 떠오른다. 만약 암 말기란 진단을 받고 지레 맥을 놓지 않았더라면, 더 나아가 무척 힘들더라도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질병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더라면 혹여 지금 쯤 그리운 그 얼굴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가 하는 진한 아쉬움이 갈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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