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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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취우(외 1수)
2018년 02월 07일 10시 39분  조회:1537  추천:0  작성자: 박문희

폭풍취우

 

모기 고래의 분수구멍에 주둥이 박고

내장 몽땅 빨아먹은 사건이 터졌다.

오늘은 빈대가

토성에서 구워낸 황금 천오백 톤과

신도시를 꿀꺽 삼킨 일 드러나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납작한 빈대 대번에 명물이 됐다.

빈대가죽 비싼 값에 거래되면서

모기주둥이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빈대가죽 모기주둥이 연구소가

하룻밤 새 삼만 오천 개나 태어났다.

  

주식시장에 비바람 몰아친다.

도회지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고

뫼 가람 타고 둥둥 떠내려 간다.

켜켜이 쌓인 주름살 무늬 위로

하얀 물보라 별빛으로 부서진다. 

 

거룩한 식객

 

어제 이빨 좋으신

손님 한 분 찾아와

에덴동네를 잡수셨다.

은빛 번뜩이는 귀중한 이빨로

앞동산 큰키나무밭과

뒷동산 작은키나무밭을

차례로 다 잡수시고

고소한 흑토 짭짤한 백사장은

복판으로 흐르는 강물에 말아

맛나게 잡수셨다.

  

이마의 땀 훔치시며

소발굽산을 잡수실 때

곰바위가 이빨에 끼었다.

미인송 뿌리째 훌렁 뽑아 쑤시니

뻥! 이빨에 구멍 뚫렸다.

 

에덴동네 돌고래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네 가족이 마른

개암나무에 목을 맸다.

  

개암나무가지가 

황사바람에 곡을 하자

파랑새 부부가 멀리

알섬으로 날아갔다.

다람쥐 형제도 시월산으로

이사를 했다. 

 

(《도라지》잡지 2017년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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