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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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정지용 시
2009년 10월 25일 06시 02분  조회:6077  추천:68  작성자: 박문희

                                    향 수

 
 

             정지용 시

             박인수, 이동원 노래  

  【이어폰 착용하면 노래감상 가능합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선 자라난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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