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올라 연길시아동도서관을 지나 소년궁쪽으로 걸음을 재우치는데 소년궁과 아동도서관청사 사이의 수림속에는 어저께까지만도 안보이던 살구꽃 복사꽃이 만발하게 피여났었다.너무도 반가웁고 신비로와 취재가방에 넣어두었던 카메라를 꺼내 그 뭉클한 꽃향기 의 아릿다운 모습을 단숨에 여러장 찍었다.
소나무, 비수나무 숲속 사이사이에 언제 옮겨심었는지 살구꽃과 복사꽃이 해사한 얼굴을 하고 보란듯이 렌즈속에 들어왔다.
면적은 그리 크지않지만 사면이 높은 층집으로 꼭 막힌 그 사이에 펼쳐진 요 자그마한 공간엔 별의별 문화가 꼴똑 넘쳐나게 담겨져있다. 엄마공룡, 아기공룡이며 한시랑 새긴 정원석이며 소나무, 뽀뿌라, 살구나무, 복사나무. 그외에도 갖가지 이름모를 나무와 숲이 자못 문화적 휴식의 향기를 물씬 풍겨주고 있는게 장하다…
참 언젠가 연길시정부에서 이 땅을 남방에서 온 어느 부동산회사에 팔아 이곳에다 고층빌딩을 짓자는걸 소년보사 령도와 직원들이 일떠나서 막았고 또 그 일이 순순히 풀리지 않게 되자 자치주정협위원들까지 수십명 동원되여 련명으로 싸인해 주정부에 반영한 결과로 이땅은 지금까지 꽃과 나무와 정자와 아름다운 정원석속에 싱싱히 살아서 연길시민들과 아이들에게 좋은 휴식터와 공원으로 숨쉬고 있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수가 없다. 가뜩이나 광장문화와 호수문화가 아직도 많이 역부족한 연길시로 말하면 이같이 별로 크지는 않지만 시민과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꽃숲과 소나무숲과 새들의 지저귐소리를 마련해주는 곳이 살아있다는건 진짜 고맙기까지 한 일이다.
요즘 연변인민방송국 AM 문학살롱프로에 근 1년간 작가초대석 케스트로 명시인소개생방송을 맡아 하느라 한국 명시인 이육사의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보니 이육사시인은 꽃에 대해서 좋은 시를 남겼었다.
이른 매화 만발하고
늦은 매화 꽃잎을 여니
진달래도 보란듯 활짝활짝
고운 꽃일수록 열흘 못넘긴다
누가 말했더냐
아마도 또 하나
더 큰 꽃봄을 만드는게지
그래서 이육사의 생가로 문학탐방을 떠났던 신경림시인이 이육사의 고향 경북 안동 도산면에 갔었단다. 헌데 이육사생가주변을 지나다니는 여러 택시기사들과 물어서도 이육사에 대해 너무나 모르니 아연해 졌단다. 나중에 이육사의 꽃에 대한 시를 생각하고 여러가지 꽃이 만발한 그 언덕에서 시인의 생가를 찾아냈다는 말이 인상에 퍽 깊다.
언젠가 동양일보사의 초청으로 한국전국명사시낭송회에 참가차로 가던길에 인천공항에 빠져나가게 되였다.
한창 공항출구로 나가는데 우리 일행 7명가운데 몇이 걸렸다. 어디로 가느냐? 뭐하러 가느냐? 대답은 동일하다. 포석 조명희문학제로 명사시낭송회의 참가차 한국에 왔다고 대답올리자 포석이란 눈구인가? 조명희한테 전화를 넣으란다. 진짜 조명희가 우리들을 아는가 확인해보자는 심사다. 어처구니 없었다. 문화로 세계에 이름떨치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포석 조명희를 공항에서부터 의심을 가득 물고 물어오다니?
할수없이 포석 조명희는 여차여차한 한국의 명시인이고 우리 중국에 사는 하많은 조선족학생들도 조선어문 교과서에서 수년간 그의 소설 “락동강”을 배운다는 등등 해석을 올리는 우리 심정은 어딘가 쓸쓸하고 비참하기까지 했다.
나도 10여년전 처음으로 윤동주생가로 찾아갈때 룡정시에 가서 윤동주생가로 가는 차길을 여러 시민들에게 물었으나 역시 뭔 쌩뚱같은 물음이냐는 반문을 많이 받은바 있다. 나는 그때 하는수없이 김재권선생이 꾸리는 룡정시독서사에 찾아가 물어서야 길을 알수가 있었다. 기가 막혔지만 더 말이 나가지 않았다. 윤동주라 하면 우리 연변에서는 1호시인이자 명동의 윤동주생가는 1호문화브랜드로 꼽을만도 한 곳인데 더구나 그의 고향이고 그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룡정의 시민들이 그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건 비극이 아닐수가 없었다.
세월이 산업화시대에로 밀착해갈수록 시인이나 기타 문인들의 이름을 아는 시민과 사회성원들이 많이 줄어든 시점이라해도 일본이나 프랑스에 다녀왔던 문학친구들한테 들었지만 웬만큼 알려진 자국의 시인이나 소설가에 대해 물으면 소학생을 잡고 물어도 그 생가나 문학비, 문학관쯤에 대해서는 다 알더라는 것이였다. 참으로 확연한 대조가 아닐수 없다.
지금 중국에 살고있는 우리 민족은 역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올리막길을 힘겹게 톱아오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누구나가 자기민족문화에 대한 일을 자기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우리 민족과 우리 문화는 기필코 이 나라와 세인의 진두에서 힘차게 펄펄 휘날것이 아닐가?
나는 이 찬란한 봄날에 연길공원같은데 자주 발길을 돌리게 된다. 하나는 봄을 맞아 아침 조깅을 하는데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연길공원 그 아늑하고 조용한 동쪽언덕에 가면 우리 민족의 걸출한 아동문학인들의 동시동네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 안쪽으로부터 우리 민족 아동문학의 정초자의 한사람인 채택룡동시비가 세워져있고 다음으로 남쪽으로 오면서 김례삼동시비, 윤정석동시비, 윤동주동시비 등이 줄느런히 세워져있어 우리 고장 문화인들의 알뜰한 문화공간을 착실하게 세상에 자랑하고 있다.
채택룡동시비에는 유명동요 “병아리”가 새겨져있고 김례삼동시비에는 역시 유명동요 “고개길”이, 윤정식동시비에도 유명동요 “앵콩타령”이, 아까운 청춘을 다바쳐 일대기를 주름긋고 간 윤동주의 동시비에는 명동시 “참새”가 새가져 있다.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에서 이 몇년간 꾸준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여 이같이 눈부신 동시동네를 알뜰히 가꾸었고 거기에 이같은 이쁜 동시비들을 심어서 이젠 어지간한 규모를 이룩하여 새들의 싱싱한 봄노래를 불러오고 있는것이다.
뽀송뽀송 봄날이 한창 물오르는 요즘 연길공원의 이런 문화공간은 이쁜 향기를 우리 생활에 펼쳐주어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이는 어느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만은 아직 많이 부족한것이다.
자그만한 가두의 어느 공간이나 도심의 어느 광장이나 일반공원일지라도 우리는 애써 가꿔야 한다. 우리 함께 손잡고 거기에다 우리 문화의 숨결 한오리라도 꾸준히 심어준다면 이 봄날 이쁘게 피여나는 살구꽃, 복사꽃처럼 우리의 주위환경도 한결 높은 차원으로 발걸음을 옮길것이며 우리의 생활도 단순한 경제적인 차원을 초월한 보다 문화적인 차원으로 톺아오를것이다.
소박한 나의 생각이 살구꽃 복사꽃 숲속에서 가져보는 단순한 일개 나혼자만의 욕심이 아니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1년 봄에 씀. ("문화시대"2012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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