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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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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노래
2016년 03월 25일 04시 05분  조회:2660  추천:0  작성자: 림금산
조시
 
달노래
                   
                        림금산 
 
달 1
 
달아,
너를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의 저 끝간데 없이 가없는 바다는
다시 아득한 파도를 몰아왔다
룡같이 구불거리며 거세차게 룡의 꼬리로
저 억천만년 굳어진 바위를 갈겼다.
 
달아,
너를 보는 순간
대지는 더욱 넓어지고
하늘은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태양은 유사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찬란히
황홀히 빛을 발사했다. 나의 눈에 찔려오는
저 불덩이 태양빛에 나의 눈은 멀었다
 
달아,
너를 보는 순간
이 세상 제일 급수가 높은 지진이
내 심혼에서 터져일어났고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눈사태가 일제히
나를 덮어버렸다. 숨막혀서 견딜수가 없었다
 
달아,
너때문에 나의 삶은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고 나의 마음은 드디여 마지막 우주전철을
탈수 있었다 나는 지금 우주속의 아득한
하나의 새 우주로 반공중 한복판을 가른다
 
달아,
너의 웃음에 한창 우수(忧愁)에 잠겨있던
이 세상의 꽃과 나무와 산은 다시
싱싱히 살아 찬연히 빛을 발하고
이 세상의 신과 온갖 인간들은
간장이 다 녹아 물렁물렁 물처럼 도도히 흘러간다
 
달아,
너의 언약에 지구촌은 멈춰서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억만창생(亿万苍生)들은
비로서 자기의 질서를 찾아가고
풍운(风云)의 세례속에서 옷깃을 여미고 다시금
노을비낀 호수같이 고요를 찾았다
가벼이 가벼이 산들바람에 마음을 다리미질 한다…
 
달 2
 
어느날 달들이 잔치를 벌인다
잔치 한복판에는 달이 곱다란히 서있다
달의 머리에도 달의 가슴에도
달의 팔다리에도 모두가 달이 매달려 있다
달은 달을 쥐여뿌리기도 하고
달은 달을 삼키기도 하고
달은 숱한 달을 막 뜯어다 입속에 넣는다
달이 가슴에 흘러들어 가슴가득 달이 피여있다
넘쳐나는 달은 고운 입으로 다시 뿜겨져 나온다
토해진 달은 가슴으로 가서 가슴이 되고
팔다리로 가서 잎이 되고
머리칼에 가서 머리칼속의 하얀 서기로 된다
달이 오리오리 머리칼을 센다
오리오리 머리칼이 달을 휘감는다
지금 저어기서 달이 긴- 행렬을 지어 걸어온다
달의 행렬속엔 내가 서있다
나의 팔과 다리엔, 머리와 눈섶과 귀와 입엔
온통 달이 피여난다
나는 달속에서 달의 꿈을 꾼다 달들한테 키스를 날린다
수천억번 키스를 날려도 달의 키스는 순결하기만 하다
나중엔 그 많은 키스가 하나로 되여
나의 가슴을 쭉—가른다…
 
 
달 3
 
오늘도 나는 달을 찾아간다
어느집앞에 가서 똑-똑 노크한다
달빛이 노크소리에 사방으로 튕긴다
환한 달이 반기는 얼굴속으로
문을 밀고 들어서니 한구들 가득 달들이 앉았다
나는 달들을 뚫어져라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민망할 정도로, 뻔뻔스러울정도로 들여다보니
나의 눈동자가 알알해 난다
아린 눈동자속에 달들이 가득 매달린다
큰 달속에 작은 달이 봉긋이 솟아오른다
달들은 자기들이 들어갈 달구멍도 다 안고 있다
그 구멍속으로 나도 비집고 들어간다
달이 하나 낑겨서 튕겨나온다
다른 달이 고 사이로 쭉- 들어간다
다시 나온 달은 하얀 달이 되여 뱅그르 돌아간다
그 재미로 숱한 달들이 그 구멍속에 비집고 들어간다
달집이 달땜에 터진다
터진 달집은 또다시 새로운 달집으로 엉킨다
터졌다 모였다 모였다 터지는 달집
내내 하얀 달들로 도도히 흐르는 저 집
달의 내물, 달의 강, 달의 바다
그속에 숱한 언어들이 넘실거리고
나는 달의 언어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달4
 
동그란 달집의 문을 밀고 들어서니
달이 매대앞에서 달을 판다
달을 사갖고 다시 달집을 나서니
휘영청 달이 밝다
달을 안고 달빛밟아 돌아오는 길에
달이 바래여 준다
환한 달의 빛발속에
나무도 지붕도 모두가 달이 되여
나를 환호해준다
비록 달의 사랑속에 염글어가는 나지만
달의 약속은 늘 내 가슴에 새로운 달로 되여 싱싱타
저 달이 가득 열린 나무가 달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집에 돌아와 달집이 아닌 내집문을 밀고 들어가니
어느새 내집도 달집이 되였다 덩실한 달이
구들 한복판에 앉아 달을 만진다
하루해 달에 지쳐 달을 안고 누우니
안은것도 달이요 벤것도 달이요 누운것도 달이라
온통 달의 세계에 포로되여 나는
달에 코를 박고 달꿈에 실려 서서히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달 5
 
달의 가는 허리로 달이 빠져나온다
달의 가는 허리로 달이 빠져들어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봄이 돋아오른다
달의 가는 허리로 청춘이 춤을 춘다
달의 가는 허리로황금 (黄金)이 걸어들어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황제(皇帝)가 휘감긴다
달의 가는 허리로 바람이 휘몰아친다
달의 가는 허리로 락엽(落叶)이 진다
달의 가는 허리로 귀밑머리 희여진다
달의 가는 허리로 엄동(严冬)이 지나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신음이 활보한다
달의 가는 허리로 귀신(鬼神)이 통곡한다
달의 가는 허리로 서시(西施)가 웃는다
 
달 6
 
달을 친한 나도
언제부턴가 달이 되였다
달의 성품과 달의 개성에
옮아들었다
함께 오래 하다보면
서로 닮아가는가
달의 유순함에서
순수의 나무를 키웠고
달의 밝음에서
순정의 샘물을 파냈다
달의 절절함에서
그리움의 싹을 얻었고
그 싹을 틔우면서
세상이 아직도 싱싱하고
희망있음을 느꼈다
자. 이제부터 우린 시작이다
 
달 7
 
어느날 나는
고향의 강가를 거닐었다
달이 강에 빠져 풀어지고 있었다
먼저 하얀 저고리가 달의 앞가슴에서
풀어져 하늘거리며 강우에 날리고 있었다
달의 피부향이 넘치는 저고리는
하얗게 바래여 지며 여울지고 춤추고 있었다
그 향이 강에서 걸어나와
나와 함께 산보하고
그 여울지는 저고리 고름이
나의 허리에 감겨
달의 은은한 속삭임을 전달했다
온 몸이 달의 배려에 부풀어 오를때
락엽 한잎이 강물우에 떨어져
말없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하얀 서리가 락엽우에 지친 생각을 얹었다
도란도란 파도는 어디론가 속삭이며
내처 흘러가고
나는 강가를 계속해 산보하고 있었다
서녘하늘이 붉게 붉게 물들기 시작할때
나의 쉰고개도 피빛 강물과 함께
그리고 지금껏 나를 친구해주는 달과 함께
강을 딪고 강복판에 걸어나가 가벼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달 8
 
얼마나 많은 그물들이
달이란 하얀 물고기를
낚으려 들었더냐?
구름이 뭉게치며 덮쳐왔고
소나기가 줄포를 놓았지
차디찬 눈덩이, 우박덩이가
부딪쳐왔지
지어는 비행물체(飞行物)들까지
분주히 나타나 달의 부드런 몸을
이리 저리 오리오리 저몄었다
하지만 달은 하얀 살결을
긁히우지도 않고 다시 조각해
그물속을 요리조리 빠져나왔다
그리곤 옷깃을 여미고 머리결 곱게 빗고
오연히 저 앞 노을이 불타는
거리로 서서히 걸어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저 달을
우러르면 가슴이 무거워진다
세월을 주름잡아 내처 걸어낸
달의 눈물겨운 행정
별들이 안다,
나무들이 안다
풀들이 안다
빌딩들이 안다
바람이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저녁에도
저 달을 올려다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
 
달 9
 
오늘저녁 저 달이 왜 저리 밝지?
가슴이 다 뭉클한다
아픔에 마음 모서리가 이지러질땐
내 가슴이 쓰렸는데 ..
그 쓰린 내가슴을 우중충 산그림자로
비껴주더니 그 기슭에 강을 만들어주고
강의 흐름속에 노래도 얹어주고 하더니
완전 진짜 오늘밤엔 저렇게 높이 떠서
환한 미소를 뿜겨주는구나
고맙다 달아, 모든 우수는 제맘에 묻어버리고
너무나 태연하게, 오연하게
성큼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나의 달아
오늘 저녁 내마음은 슬프도록 행복하다… … 
 
달 10
 
밤을 패며 달을 쓰는데
달속에서 또 달이 흘러나오고
그속에 호수가 펼쳐지고
호수주위엔 수림이 설레고
수림우에 하늘이 열리고
하늘속에 흰구름이 뜨고
구름너머에 아득히 아득히
천층만층 구만층의 하늘이 또 열리고
그래서 나는 하늘을 휘감고
구름을 휘저으며
엄마야—
누이야---웨치고
웨치다 목이 터지고 피터져
수천의 소리의 부스러기들은
하얀 눈송이로 대지를 감싸고
그 우에 피방울이 뿌려져
슬프고 이쁜 살구꽃을 그린다
가지에 달이 앉은 살구꽃
꽃잎은 피로 색을 올려 더더욱
구슬프게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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