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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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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하장에 맺힌 정
2011년 08월 24일 16시 12분  조회:2040  추천:0  작성자: 문야
서랍을 정리하다가 문득 년하장을 발견하게 되였다. 또 한해를 마감하게 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별로다. 이맘때면 학생들이 정히 만든 년하장들로 서랍이 채워진다.

나는 손이 가는대로 그중의 하나를 집어들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멋들어지’게 그려진 년하장이다. 어느해 애꾸러기 일성이가 보낸것이다. 디자인도 수수하고 글체까지 란잡해 사실 받을 땐 너무너무 서운했었지만 몇줄 안되는 글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 그래서 그 어느 년하장보다도 더 소중이 여겨진다.

몇해전의 일이다. 학생들은 나에게 남방고추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학생들끼리 비밀이야기를 나눌 때면 보통 교원의 별명 혹은 별칭을 부른다) 아마 몸집이 작고 학생들에게 너무 엄하니깐 그런 별명을 달아주었을것이다. 평소 나는 학생들에게 남다른 요구를 제기하군 했다. 왜냐하면 학생 대부분이 어문시간을 싫어하니깐. 특히 과문분석을 할 때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상황돌림을 위해 나는 시간마다 점수제를 실시했다. 시간내에 3차 이상 해답하면 기말시험성적에 1점씩 더해주고 틀리게 해답했을 경우 역시 0.5점을 더해주었기에 분위기는 항상 들끓었으며 학생들의 말하기능력, 쓰기능력을 일정하게 제고시켰다. 반면 눈길을 딴데로 돌리거나 장난을 하는 학생에겐 한치의 양보도 없으며 그런 학생은 그날 개별담화대상이 되군 하였다. 개별담화를 진행하면 최저 한달간은 효력을 발생하였다

헌데 이러한 방법도 일성이한텐 먹혀들지 않았다. 한번은 강의를 하다말고 나는 일성이를 교탁앞으로 불러냈다. 왜 친구의 학습을 방해하냐고 물으니 ‘심심해서’란다. 너무너무 기막힌 대답이다. 나는 교과서로 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너무 힘을 준탓에 책갈피가 다 망가져 보기 흉했다. 때리고 나니 허탈하고 죄스럽고 마음아프기 그지 없었다. 그후 며칠이 지나 일성학생은 나한테 년하장을 보내왔다. 년하장엔 이렇게 씌여있었다.

“고추선생, 선생님의 그 작디작은 손이 참 매워요. 여직 선생한테 매 맞아본 학생이 없는데…아마 내가 행운인가봅니다. 못난 우리에게 가끔씩 고추의 진맛을 보여주세요.”

일성이는 학교에서도 학급에서도 손꼽히는 그런 ‘후진’생이다. 그런데 그에게 이런 너그러운 마음과 총명한 아이디어가 있을줄이야. 나는 얼굴이 뜨거워났다. 교육자로서 인내력이 너무 부족함을 느꼈기때문이다. 왜 더 타이르지 못했을가? 왜 사전에 이 학생을 좀 더 포옹해주지 못했을가?...그후부터 나는 틈만 나면 그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를 썼고 그 덕분인지 그도 나날이 새롭게 변해갔다. 얼마후 나는 그를 학급체육위원으로 추천해줬다. 그후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 학급을 선진학급으로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합격되지 못한 교원은 있을수 있어도 나쁜 학생은 없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일이였다.

흰눈이 분분히 흩날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나는 인젠 멋진 사나이로 변했을 일성이, 그리고 기타 ‘개구쟁이’들을 떠올려본다. 이겨울 일성이는 비롯한 모든 제자들이 한장의 아름다운 년하장이 되여 누군가에게 행복을 심어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년하장을 차곡차곡 정리해나갔다.

200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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