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요, 닭은 낮과 밤이라는 우주의 기본 두 질서의 력동적인 순환을 명시해준다. 만물은 낮과 밤이라는 우주의 이 두 질서에 길들어져 있다. 夜伏晝行이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夜伏이란 밤이 되면 자고 晝行이란 낮이 되면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동물은 전형적으로 夜伏晝行한다. 물론 박쥐, 부엉이같은 이례적인 夜行性 동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夜行이란 晝行의 반대 개념으로 낮이 되면 자고 밤이 되면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夜伏晝行하는 晝行性 동물이다. 밤이 되면 눈이 감기고 낮이 되면 눈이 뜨이는 것이 우리의 생리다. 모종 의미에서 옛날 日出而作, 日落而息도 이것을 잘 말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晝行性으로부터 夜行性으로 점점 넘어가는듯하다. 적어도 에디슨이 전등불을 발명한 다음부터라 해야 되겠다. 전등불은 인간에게 너무도 많은 혜택을 주었다. 晝行에만 국한되지 않고 夜行도 할수 있게 되였다. 그래서 우리는 말할수 없이 많은 물질적부를 창조할수 있게 되였다. 인간은 물질적 궁핍함에서 벗어날수 있게 되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른바 네온사인이 번뜩이는 현란한 밤생활을 즐길수 있게 되였다. 여하튼 우리는 고상한 일을 한다그래, 즐거운 놀이를 논다그래, 전등불에 잠을 빼앗긴다.
그런데 이런 夜行에 우리의 몸은 항상 고단하다. 夜伏, 밤에 쉬고픈 것이 우리의 생리인데 우리는 이것에 역행한다. 이것이 과도하면 생리적인 신경쇠약이 오는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대인의 많은 생리적인 신경증은 夜伏가 부족한데서, 잠을 빼앗긴데서 온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신경쇠약증을 막기 위해서도 晝伏, 낮에 밤잠을 미봉하기에 안스러운 몸부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들이 출근길 차안에서 꺼벅꺼벅 조는 것은 그 한 보기가 되겠다. 이로부터 夜伏晝行의 생리적평형을 이루고자 한다. 그래서 형식상에서 晝伏비중이 夜伏에 량적으로 근접해간다.
그런데 현대 수면의학의 연구에 의하면 晝伏와 夜伏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夜伏는 인간생리의 夜伏가 우주자연의 夜伏에 맞춘 정상적인 잠으로서 숙면이 되지만 晝伏는 이와 반대의 경우로 숙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밤잠 한시간이 낮잠 몇시간과 맞먹는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래서 현대 건강관리학에서는 잠은 낮잠보다는 밤잠을 취하되 취침은 될수 있는 한 자야 즉 밤 12시를 넘기지 않는 것이 건강비범의 하나로 되여 있다.
晝伏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것이 습관화, 고질화되여 낮에는 전혀 정신없이 흐리멍텅해지고 밤에는 정신이 새록새록 맑아지는 夜行晝伏이 몸에 배여 夜伏晝行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방해를 받게 된다는데 있다. 현실적으로 정신로동을 하는 인테리들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언젠가 어떤 대학에 갔더니 박사생들을 싸잡아 夜猫子라 부르고 있었다. 그 영문을 물었더니 박사생기숙사는 온 저녁 불이 켜져 있는데, 박사생은 낮에 자고 저녁에 공부하는 夜行晝伏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夜行晝伏는 우리의 夜伏晝行의 생리적질서를 180도로 바꾸어놓는다. 이로부터 우리 몸의 생태평형이 뒤바뀌며 파괴된다. 현대인들이 입버릇처럼 외우는 피곤하고 힘든 것은 1차적으로 여기서부터 온다.
주지하다싶이 우리 현대인간은 과학문명의 결정체다. 이 과학문명이 무소불능의 ‘만행’을 감행하고 있다. 세상만물은 얽히고 설힌 가운데 더 없이 교묘하게 짜여진 생태평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만물의 령장운운하며 만물을 모두 인간을 위한 존재로 만들어 왔다. 그래서 돼지는 마치 이 세상에 인간에게 잡수어주십소하고 온듯하고 소는 제새끼보다는 사람들을 위해 젖을 짜주러 온듯하고 닭은 인간을 위해 알을 낳아주러 온듯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인간은 이른바 과학문명을 리용했다. 육식할 가축들은 일단 생장소를 많이 넣은 사료를 대량 먹여 가축의 자연적인 생장주기를 파괴해가면서 빨리 크게 한다. 이때 이런 가축은 허우대가 크고 보기 좋게 커지지만 그 육질은 부실하고 맛이 없다. 이 정도는 그래도 배부른 타령에 그치고 말 괜찮은 편인데 앞으로 이런 육질이 무슨 독소로 변할지는 모를 일이다. 안 그래도 요새 어느 잡지에서 사양장닭의 계란이 닭의 스트레스 배설물이라는 것을 보고는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이 아니다.
닭이 알을 잘 낳게 하자면 닭의 호로몬생장촉진제를 많이 먹이는 것은 물론 잠을 재우지 말아야 한다는 론리이다.그래서 이런 사양장에서는 24시간 전등조명으로 자극을 주며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닭들은 스트레스가 쌓이며 이런 스트레스배출의 방식으로 알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에게 있어서 스트레스는 잠재적인 病源에 다름 아니다. 닭이 이렇게 쌓이는 스트레스로부터 알을 낳게 될 때 그 알이 사람몸에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말이다.
억지 신부노릇을 하는 닭은 자기의지와는 관계없는 괴로운 ‘산고’를 치른다. 그러니 이런 가축들은 자기들이 죽을 각오로 우리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지도 모른다. 광우병, 조류독감은 어제, 오늘의 저 먼 곳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코 앞의 얘기다. 가공할시고!
보다싶이 전등 및 과학지식을 비롯한 현대문명은 우리에게 약도 주고 독도 주었다.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것은 약이 되거나 독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이런것들을 우리몸의 생리평형 내지는 우리 몸밖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지 않는 전제 조건하에서 활용할 때 그것이 우리한테 약이 됨을 알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여 그것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 그 자체다. 이로부터 人定勝天보다는 天人合一의 경지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요새 한국에서 삶의 질을 따지는 웰빙 삶의 추구도 결국 따져보면 이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낮잠을 우습게 보던 미국에서도 얼마전부턴가는 인간의 식곤증 그 자체를 인정하여 잠정오의 잠간잠을 제창하고 있는 것도 같은 차원의 얘기가 되겠다.
꼬끼요, 금년은 을유년 닭의 해입니다. 닭이 울었으니깐 일어납시다. 점심에는 식곤증이 오니깐 잠간 눈을 부칩시다. 저녁에는 해가 졌으니깐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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