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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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회귀본능
2005년 03월 18일 00시 00분  조회:5868  추천:65  작성자: 관리자
자궁회귀본능

우상렬


"응아"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모두들 좋다고 손벽을 치며 축복해주지만 실은 우리 자체는 고통스러운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운다. 아이러니한 인생. 우리가 어머니 배속에 있을 때가 너무 편했기 때문이다. 가만 있어도 모든 것이 주어지는 세상, 먹고싶을 때 먹고 자고싶을 때 자면 되는 세상. 그리고 그 속은 얼마나 포근했다고.

우리는 바로 이러한 기억을 胎志로 본능적으로 갖고 나온다. 그래서 세상의 탁한 공기를 접하는 순간 우리는 나오기 싫어지며 어머니자궁속으로의 퇴행심리가 생겨난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이 세상 살아가는 판에 조금이라도 힘들고 피곤할 때면 우리는 어머니자궁으로의 향수에 젖어든다. 밉게 훨쩍 커버린 우리는 다시 그 속으로 돌아갈수 없는 안타까움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것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크기 싫어하는 퇴행성심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자궁회귀본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을 일종 歸巢본능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로부터 子不嫌母醜, 자식된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되여 먹었다. 그런데 일단 태여나서는 실제적으로 어머니자궁속으로의 회귀가 불가능한 우리는 보상심리 차원에서 그것의 대리만족체를 찾는다는 것이다.

동년, 우리는 대개 어머니, 아버지의 無微不至한 관심과 보살핌속에서 보낸다. 飯來張口, 衣來伸手. 어머니자궁과 가장 비슷한 상사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른이 되여 힘들 때 그 누가 동년 하기만 해도 그것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안겨온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일종 감회에 젖어든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나서자란 고향이 있을거다. 바로 이 나서자란 인연으로 고향은 어머니자궁과 동년과 클로즈업되면서 우리에게 있어서 더 없이 정다운 존재다. 고향은 부모형제, 정다운 사람들임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고향을 떠나면 외롭고 자기도 모르게 일종 향수에 젖어든다. 거저 향수정도가 아니고 심할 때는 향수병으로까지 ‘악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껄껄한 사나이라도 나그네길은 외로운 법.

물론 이런 동년이나 고향은 우리가 그 속에 잠겨있을 때 그것이 어머니자궁같은 행복의 시절이나 보금자린지 잘 모를수 있다. 오히려 그것은 두 번 다시 되돌이켜 보기 싫은 악몽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훨쩍 커 버리거나 고향을 떠났을 때 그것은 우리와 심미적거리를 형성하며 ‘보기 싫은 악몽같은 존재’는 어느새 퇴색해버리고 신기루마냥 아름다운 존재로 부상된다. 싫어서 떠났던 고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꾸 가보고싶은 곳으로 마음을 잡아당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보다싶이 우리가 나서 자라고 살면서 숙명적으로 맺어진 삶의 보금자리는 모두 어머니자궁같은 존재. 이로부터 가장 큰 삶의 넓은 단위인 ‘내가 나서 자란’ 조국이라는것도 마찬가지다. ‘祖國啊! 母親’은 그 전형적인 보기다.

우리 조선족 1세대들이 이 땅에 와서 코리아고국을 한없이 그린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해준다. ‘두만강 푸른 물에 내 님을 싣고 떠나는...’ 설음, 술이 한잔 되면 자기도 모르게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타령, 그리고 눈물 없이는 읽어내리가기 힘든 ‘망향의 무덤’ 전설... 수많은 화교들이 ‘落葉歸根’이라 대륙으로의 귀향, 이것도 같은 맥락.

중국에서 나서 자란 우리 조선족 3, 4세, 이중 자궁회귀본능에 부대끼며 헷갈린다. 조상들의 뼈가 묻히고 우리 부모들이 태여나기도 한 곳-코리아고국. 피는 못 속여, 우리는 같은 피줄의 코리아를 우리의 어머니자궁으로 여겼다. 1, 2세들의 자궁회귀본능은 여기에 더 부채질한다. 그래서 우리는 좀 잘 산다는 한국의 문이 열리기 바쁘게 왁 달려갔다. 벌떼처럼! 그 좁은 문을 닥치고 설치며. 그런데 그 어머니자궁은 우리가 있기에 그리 포근하고 안온한 곳은 못되는구나 하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우리. 그제서야 알게 되는 우리의 다른 한 어머니자궁-차이나중국.

나는 현재 여기서 잘 먹고 잘 놀아난다. 그런데 나의 자궁회귀본능은 차이나를 자꾸 떠올린다. 그러니 이른바 불법체류의 멍에를 쓰고 하루하루 마음을 조이며 그 잘난 돈에 속이 바질바질 타는 우리의 불법체류자들, 그들의 자궁회귀본능은 불이 붙는다-차이나로. 歸心似箭 그 자체다. 그 누구든지 애국자로 만들려면 출국을 시켜라, 지당할시고!

자궁회귀본능, 인간은 이것을 충분히 만족받을 때 행복하다. 그러니 무슨 잘못 혹은 죄를 저질렀을 때 그것에 대한 징벌로 고향으로부터, 더 나아가서 조국으로부터의 추방은 더 없이 비참한 것으로 된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이런 자궁회귀본능을 만족받지 못할 때 바로 어머니, 동년, 고향, 조국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그것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문학예술창작을 통하여 후련한 대리만족을 받는다.

오 고향이여,그래도 너는 나에게 무엇이기에!

200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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