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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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콤플렉스
2005년 04월 14일 00시 00분  조회:4109  추천:73  작성자: 우상렬
카인콤플렉스

카인, <성경>에 보면 우리 인간 최초로 형제간에 살인을 저지른 자다. 형제간에 우애해야지 죽이고 저쩌고 피를 보다니, 고약할시고! 그런데 우리 인간에게는 형제자매 사이에 서로 보듬고 돌보는 사랑도 있지만 분명 미워하고 시기하며 증오하는 감정도 있다고 한다. 심층심리학에서 보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은 보통 二律背反의 대립관계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것이 성립된다 할 때 형제자매 사이 사랑과 증오, 이것이 곧 의식적인 차원에서의 사랑의 당위성적 논리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의 증오의 패륜적인 감정의 二律背反의 전형적인 한 보기가 되겠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야누스적인 존재라는 말이 여기에서도 적중하다. 이로부터 우리는 종종 나도 모르게 자꾸만 갈마드는 형제자매 사이 증오의 감정응어리인 카인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

사실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으로 이런 카인콤플렉스를 알고 있다. 내가 코 질질 빠는 어릴 때다. 아버지는 시내에 나갈 때마다 위의 형들이 아무리 따라 가겠다 고 떼를 써도 다 떼어놓고는 나만 딱 데리고 간다. 그리고는 식당에 데리고 가서 무얼 먹을래 하고는 내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 사준다. 그리고는 먹어, 먹어 하며 자꾸 조진다. 나는 그 맛나는 것을 코를 훌쩍이며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쁘게 쑤셔 넣는다. 요렇게 형들 모르게 혼자 얻어먹는 것이 얼마나 맛 있는데, 냠냠... 아마 지금 내 이 똥배는 그때 너무 먹어 불어난 후유증도 없지 않아 있으리라! 아버지 눈에 위에 다섯이나 있는 형들 때문에 내가 항상 잘 얻어먹지 못하는 비실비실한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아버지와 항상 눈이 맞아 돌아가는 엄마 눈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부모들의 유별난 막내사랑인 것이다.

나는 6형제 막내인데 어릴 때 위의 형제들하고 잘 싸웠다. 특히 내 착 위에 있는 형하고 잘 싸웠다. 물론 내가 억대우 같은 내 형들을 당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전략전술은 항상 선제공격. 먼저 손에 쥐이는 대로 냅다 뿌리고는 내빼기. 그리고는 형이 저 멀찌감치에 나타나면 삑 돌아서서 한마디 내뱉기-니 늙은 다음 보자! 그리고는 다리야 날 살리라 하고 똥집이 빠지라고 줄행랑 놓기. 아마 내가 지금도 달리기에 ‘몇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그때 단련해낸 것인 줄로 믿습니다. 그때 내 짜개바지 친구 한 놈도 쩍하면 자기 형하고 싸움질 하는데 그 자식도 나하고 전략전술이 비슷. 좀 다르다하면 그 자식은 한 참 내빼다가 삑 돌아서서 씩씩하며 자기 형이 저 멀찌감치에 나타나기를 기다려 자기 발밑 땅에다 금을 찍 긋고는 이 금을 건너오면 개새끼, 개새끼 하며 다시 줄행랑 놓기.
그러면 우리의 형들은 자식 하고 씩 웃으며 돌아선다.

카인콤플렉스, 형제자매 사이 불거져 나오는 악연, 그것이 인간의 무의식적인 본능이라 할 때, 그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불거져 나왔다. 왕권이나 재산을 둘러싼 이해득실에 얽혀 형제자매지간에 죽일 내기를 한 것은 비일비재. 먼 것은 그만 두고라도 한국의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보았겠지만 왕위를 둘러싸고 이방원을 비롯한 형제자매지간에 피를 보는 각축전, 쟁탈전. 이로부터 아비의 낳은 죄이런가 이성계-용의 눈물이 흐르지 않았던가? 중국도 마찬가지다.

煮豆燃豆箕,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중국 삼국시기 魏의 권력을 쥔 曹丕가 재간 많은 동생인 曹植을 시기질투하고 위협감을 느껴 자기가 일곱보를 갔다왔다 할 사이 시 한편을 지어라 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죽이겠다고 한다. 이에 콩과 그 콩을 닦는데 사용된 콩깍지의 관계를 통해 형제 相殘을 안타까이 읊은 曹植의 <七步詩>가 탄생한다. 멋진 명작이 굳이 이런 피비린내 나는 데서 탄생해야만 하는가? 인간의 비극.

우리의 고전적 명작 <흥부전>도 형제지간의 相殘을 얘기하고 있다. 부모가 넘겨준 재산에 눈이 어두워 형이 동생네 일가족을 엄동설한에 쫓아낸다. 동생이 뭘 좀 구걸해도 듣기는커녕 오히려 문전박대.

여자형제들 사이 카인콤플렉스, 신데렐라이야기 전형적이다. 물론 그것은 이붓엄마 자매들사이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친자매들 사이 벌어지는 이야기의 다른 한 변종에 다름 아니다. 왕자 혹은 귀인이 여러 자매들을 무도회에 초청한다. 그것은 왕자 혹은 귀인과 좋은 인연이 맺어지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자매들이 이붓 동생만 뽈끗 빼놓을 뿐만 아니라 고역을 시키고 자기네들만 간다. 그래서 그 이붓동생은 서럽고 맥이 빠진다. 그런데 결국 이 이붓동생이 神助로 역전을 하여 왕녀가 되는 영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 고대문학사에 <콩쥐팥쥐>도 이와 같은 맥락의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장화홍련전>은 다른 한 양상의 여자형제들 사이 카인콤플렉스 얘기를 톺아내고 있다.

카인콤플렉스, 여기에 사로잡혀 마구잡이로 놀아날 때 우리는 형제자매지간의 패륜 내지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꼬락서니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욕이 넘치는 요즘 세상 이런 카인콤플렉스가 자극받아 뿜어져 나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先人들은 언녕 형제지간에 悌하라는 가르침을 거듭 해온 줄로 안다. 그리고 그 보기로 형제지간에 우애를 배푼 많은 감동적인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先人들은 참을 忍자 君子라고 형제자매지간에 충돌이 생겼을 때 서로 참고 감정을 눅잡을 줄 알아야 된다고 권했다. 우리 속담에 손벽도 마주 쳐야 소리난다고 한 것도 역시 참을 忍을 가르친 삶의 지혜로 보아야 하겠다. 나는 우리의 <흥부전>이 너무 멋있다. 놀부 못되게 놀다가 쫄딱 망한다. 이때 부자가 된 우리의 흥부는 落井下石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괘씸하고 서러웠던 모든 감정을 참을 忍으로 참고 눅잡고 형님 하며 놀부네 일가를 포옹한다. 그래서 <흥부전>은 형 좋고 동생 좋은 대단원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 先人들은 바로 이렇게 살아 왔다. 좀 찧고빻고 했더라도 조만간에 마음을 풀고 하나가 되는 형제자매의 우애를 나누었던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인 차원의 형제자매들 사이의 우애로써 카인콤플렉스를 컨트롤 내지는 승화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삶의 지혜다. 내나 내 짜개바지 친구의 경우처럼 어릴 때 멋모르고 ‘니 늙은 다음 보자’나 ‘이 금 건너오면 개새끼’ 했을 때 우리 형들이 자식 하고 씩 웃으며 돌아선 것은 너무 멋있다. 카인콤플렉스의 컨트롤보다 차원 높은 승화다. 그래서 내나 내 짜개바지 친구가 내뿜은 동년의 치기어린 카인콤플렉스는 아름다운 회억으로 남아 오히려 우리 형제들 사이 우애를 돈독히 하는 삶의 감로수가 되고 있다.

요새 애들 달랑 혼자에 카인콤플렉스 무언지 모르고 살아 좋겠다. 동생 하나 더 가질까 하면 도리머리를 흔드는 요즘 아이들, 카인콤플렉스를 원천봉쇄하는 듯하다. 인생은 塞翁之馬라 형제자매들 지간에 끈끈한 사랑의 우애도 못 받는 요즘 아이들, 불쌍도 해라! 인생은 찧고빻고 시껄벅쩍, 사랑도 하고 증오도 하고 곱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가 증오나 미운 감정을 사랑이나 고운 감정으로 컨트롤하거나 승화시켜 나갈 때 삶은 더 그럴 듯하고 재미있다.


200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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